오늘 장마비를 뚫고 에코엔카 연비대회에 참가하고 방금 집에 들어왔습니다.

말라깽이 손장원님이 코드라이버 역할을 해주었고, 백운재님, 정산현님, 문보현님 등 여러 테드 회원님들을 뵐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에코엔카 컨테스트는 차종별 클래스 구분 없이 등록증상의 공인연비에 대한 연비 향상률을 계산하여 승자를 가리는 연비 대회입니다.  용인<->원주 왕복 169km( 고속도로 60%, 국도 및 시내 40%)의 코스를 5시간 이내에 완주해야 하는 경기입니다. 연비 향상률로 시상을 하기 때문에 절대 연비가 좋은 차보다는 공인 연비가 낮지만 실연비를  높게 뽑아낼 수 있는 차량이 유리합니다.  대배기량 + 듀얼클러치 + 등록증상 6km/l의 연비를 가진 M3로 어느정도 승산이 있겠다 싶어서 신청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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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이상의 타이어 공기압을 채워넣고 전면 투영 면적에 존재하는 모든 홈을 테이프로 다 막아버렸습니다.(이건 예전에 탑기어에서도 했던거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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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 캐이먼, C63 AMG, R8 등 빠른 차들도 꽤 여럿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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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지 않고 나가서 배가 많이 고팠고, 점심시간을 아껴서 부지런히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에 중식으로 지급받은 도시락을 불량학생처럼 출발 전에 까먹었습니다. 지금껏 이런 야외 행사에서 지급받은 도시락 중 최고의 품질이었습니다 ♥

 

 

E92 M3의 경우 2011년식의 연비는 7.5km/L이지만 08~10년식(10년 초기 출고분까지) 모델은 등록증상 연비가 6km/L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참가자께서 컴플레인을 하신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 확인을 위해 같은 연식의 E92 M3를 갖고 계신 지인들의 등록증을 확인해보니 모두 6km/L로 기재되어있었습니다. (저로서는 횡재했다 싶었지요 ㅎㅎ)

 

인고의 시간 끝에 저는 총 167km의 주행거리를 10.823L의 연료로 주행해서 연비 향상률 157%라는 매우 흡족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연비로 환산하면 대략 15km/L 정도 되었습니다. 이정도면 순위권, 아니 우승권도 넘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ㅋㅋ

 

허나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닛산 큐브, 지엠대우 젠트라, 현대 아반떼 MD 를 타고 오신 참가자 네 분이 50~56km/L라는 '믿.기. 어.려.운.' 연비를 기록하면서 순위권에 대한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ㅡㅡ 속고만 살지는 않았지만(ㅋㅋ) 160km가 넘는 코스를 실제로 3리터의 연료로 주행했다는건 정말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만 한 특종이 아닌가 싶습니다 ㅡㅡ

 

 

미흡한 운영 - 검차 시스템의 부재 및 허술한 봉인 시스템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취지의 대회이지만 참가자들이 경쟁을 하고 수백만원 상당의 상품을 두고 순위 경쟁을 하는 대회인 만큼 공정하고 신뢰감 있게 진행이 되어야 할텐데 그러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아쉬웠습니다.

 

지난 수년간 다른 연비대회들을 기웃거려보면 항상 이렇게 믿기 힘든 숫자의 연비가 튀어나와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젓는 경우가 매 경기마다 있었습니다. 이런 점들에 대해 여러 차례 봐 왔기 때문에 행사가 있기 몇일 전에 미리 주최사에 규정에 관해 이메일로 문의를 해 봤습니다.

 

그 중 두가지 문의내용이

 

Q1. 타이어 사이즈에 대한 규제가 있나?

A.1 순정사이즈 이외에는 실격사유가 된다.

 

Q2. 연료 펌프를 열고 주유하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이 있는가?

A2. 뒷좌석을 봉인할 예정이다.

 

였습니다.  뒷좌석 봉인 자체도 찜찜한 구석이 없진 않았지만(연료 탱크 검차 및 연료 펌프 봉인이 확실하겠지요) 참가자 대부분이 패밀리카로 참가하는 행사인 만큼 뒷좌석 봉인 정도면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행해진 봉인은 연료 주입구 봉인과 함께 (4도어 차량들의) 뒷문짝 봉인이었습니다. 게다가 2도어 차량은 연료 주입구만 봉인하였습니다 ㅡㅡ 현실적으로 이전의 다른 연비대회와 똑같은 의혹과 불만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똑같은 짓을 또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풉.

 

게다가 더 황당한 점은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주유구 봉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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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주행 후 주유를 마친 뒤에 찍은 사진인데, 봉인은 말짱합니다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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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제 차의 주유구 봉인인데, 정상적인 위치에 봉인을 한다면 위와 같이 주유 후 봉인이 손상되어야 합니다. 풉.

 

 

비오는날 낮은 시급받고 고생한 어린 알바생들의 실수라고 믿고 싶지만 입상 차량 4대 중 두대 이상의 차량에(두대는 제가 확인했고, 나머지 두대는 직접 보지 못했으므로 ㅎ) 주유구 열림 반대 방향에 봉인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어서 주유 후에도 봉인이 찢어지지 않고 말끔했던 상태를 보니 머리 위에 물음표만 잔뜩 뜨더군요 ㅋㅋ

 

항상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걸 보았고 미리 이메일로 문의를 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긴 연비대회가 된 것 같아서 씁슬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ㅎㅎ(56km/L lol!)

 

'내 인생에는 연비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라는 정신으로 살아왔지만 이번 대회는 상금이 크게 걸린 대회라(1등: 주유상품권 300만원+타이어 한대분) 내심 준비와 기대를 많이 했었고 그만큼 아쉬움이 큽니다. 테드 아니면 하소연 할 곳도 없어서 입상 못한 꼬장좀 부리고 갑니다요 ㅎㅎ

 

결국 대회가 끝난 뒤에는 3.9km/L의 연비로 폭풍귀가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