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비슷한 글을 올린 기억이 납니다.

생각을 정리해 보려 다시한번.. ㅋ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디오 기기를 좋아하고, 좀 더 원음에 가까운 소리의 퀄리티를 추구하다 보면,

음악을 듣는게 아니라,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는 말을 합니다.

음악의 가락이나 가사, 스토리 보다.. 특정 음이나 악기의 소리, 노래하는 이의 섬세한 사운드에 집착하게

된다는 얘기죠.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은 어떨까요.

처음엔 작품의 제작동기와 전체적인 이미지를 보다가, 나중엔 디테일한 터치나 색감의 변화에

주목하게 되기도 할겁니다.  영화 매니아는 스토리와 기승전결, 분위기에 주목하다가 나중엔 촬영기술이나

테크닉에 집중하게도 될 거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역시,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읽으려 하다,

나아가서는.. 단어의 묘미와 작은 표현에 주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전의 티비는 픽셀도 거칠고 별로 좋은 화질이 아니여서,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내용을 담는데 충실했는데,

PDP- LCD- LED- 3D 로 넘어가면서, 효과와 화면의 섬세한 차이에 휘둘리면서.. 내용에는 소홀하게도 됩니다.

이런게.. 한번 눈이 높아지면,  예전의 퀄리티 낮은 화면은 보기 싫어지는 것이죠.

HD 고화질 영상만 보다보면,  일반 영상엔 하품을 하게되는걸 느껴보셨을 겁니다.

 

 

 

자동차에서도 이러한 감성의 발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기계적인 발전도 있고, 전자제어 감성도 그렇고.. 편의성과 친절성에 포커싱 하다보면, 오너가 디테일한 감성에

주목하게 되어 자칫..  본질을 망각하게도 되는거 같습니다.  이또한 매니아의 수순이긴 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맹목적인 가치기준을 추구하게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예전의 일본차들이, 무조건 정숙하고 실키한 차를 만들면서 놓친 부분.. '달리는 차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고

조용한 차를 추구하다 보니, 의외로 오너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란걸 깨닫고, 차의 감성에 대해 리마인드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거 같습니다.

 70년대 일본의 공학기술에 대한 유머중 이런 얘기가 있었습니다.

SEIKO 와 CITIZEN 등 시계로 스위스에 도전장을 던지려던 일본이,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철사를 만들어

스위스에 보냈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그걸 대롱으로 만들어 되돌려 보냈다는 얘기였지요. ㅋ

 

그 후로 40 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아직도 내노라는 명품시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고, 스위스 시계의 위상은

더욱 높아져 있습니다.  아니.. 스위스 시계를 빼놓고는 명품시계를 논할 수 조차 없는 현실이지요.

CASIO 에서 디지털 시계를 만들어 세상에 잔뜩 내놓던 70년대 후반엔, 세상이 바뀌어 버릴거 같았지만,

스위스의 기계식 시계의 가치는 지금..오히려 더욱 높아져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틀려도..  매일 태엽을 감아줘야해서 조금 불편해도,  명품시계의 가치는 더욱 높아져 있지요.

 

 

 

갑자기 음식의 예도 생각나네요.

모든 음식을, 조미료 듬뿍 넣어서 감칠맛 나게 조리하는 김밥천국은 왜 '음식명가'로 등극하지 못하는걸까요.

미련하게 한두가지 음식만 전통 조리법으로 만들어 제공하는 음식점들을 우리는, 명가로 기억하고 찾게 됩니다.

 

전 가수들 중에 이런저런 가수의 모창을 잘 하는 가수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신승훈 등 ㅋ)

예능 프로에 나와 얘기하는걸 가만~ 히 보면, 성격적으로도 '견딜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보이더라고요.

일본의 자동차나 시계들이 보여줬던 일련의 역사들이 아마도 그런 면이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차들이 오랜시간이 흘러도 끊임없이 명차로 자리잡는 이유는,  자동차의 본질을 망각하지 않는 이유

때문인 듯 싶습니다.  충실한 달리기 성능, 달린다는 감성, 오너에게 비전을 주고 꿈을 심어준다는 점 등등..

적절한 아나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조율' 하는데 집중한다는 느낌. 수공의 중요함을 아는 장인 정신.

 

물론, '명품' 만이 모든 가치의 최고봉은 아닙니다.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니즈를 잘~ 파악해,  '많이 팔리는 차'를 만드는것도 중요한 존재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아마도 국산차(현대기아)는 그런 부분에 집중하고 있어 보입니다. 

 

 

 

서두로 돌아와,

좀 더 현명한 음악 매니아는.. 소리를 분석적으로 파악하고 듣는데만 집중하지 않고,  음악의 전체적인 느낌을

중요시하며..  '감동'할 줄 아는 매니아일 듯 싶습니다.

미술과 영화, 문학도 마찬가지로..  분석적으로만 파고 드는게 아니라 그림과 영화, 책 앞에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매니아 일 것입니다.  감동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그렇다면,  자동차를 바라보는 현명한 매니아의 시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도 마찬가지 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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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