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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가 그린 리스 밀렌 레이싱의 크리스마스 카드입니다.
예전부터 SD로 자동차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작품(?)이 모이다보니 개인적으로 달력도 만들곤 했죠.
리스 밀렌 레이싱에서 퇴직을 한 후에도 종종 들러서 이야기도 나누고 근황도 듣고 하는데 지난 2월 리스가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나중에 저도 참여해주면 좋겠다'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이메일에는 제 그림과 비슷한, 약간 만화틱한
느낌의 자동차 제작이라는 정도로 언급이 되어있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ATV를 바탕으로 하는 버기카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 프로젝트의 연장이더군요. 몇년 전 리스가 ATV를 타다가 뒤집어져 허리를 좀 다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ATV에도 롤케이지를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냥 생각만 해두고 있다가 지난해 말부터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ATV에다가 그냥 롤케이지를 두르는 것이 아니라 파이프로 롤케이지를
겸한 섀시를 짜고 거기에 ATV의 엔진과 변속기, 그리고 서스펜션을 그대로 이식하여 완성하는 키트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된 것이죠.
첫 프로토타입은 야마하 랩터라는 ATV를 도너카로 개발했습니다. 차명은 포뮬러크로스라고 지었더군요.
리스 밀렌은 포뮬러크로스를 단순히 레저용으로 즐기는 키트카로만 생각하고 만든 것이 아니라 원메이크 레이스까지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다양한 레이스카 중에 레전드카라는 것이 있는데 쉽게 생각하여 카트와 투어링카의
중간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페이스 프레임에 야마하 모터사이클의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하고 도요타 리어액슬을
줄인 구동계를 사용한 경주차지요.
클래식카 스타일을 5/8정도로 줄인 만화스러운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꽤 빠릅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이면서 온로드가 아닌 오프로드쪽으로는 트로피 카트라는 것이 있지요.
그런데 이게 가격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최상급인 RS450의 경우 소비자가격이 $17,250이죠.
게다가 부품도 소량제작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고 이에 따라서 유지비도 높을 수밖에 없지요.
포뮬러크로스는 양산 ATV의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구입비용이나 유지비용이 트로피카트보다 저렴합니다.
리스는 포뮬러크로스의 키트가격을 $4,500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신품이나 중고 야마하 랩터의
부품을 이식하면 완성품이 나오는 거죠.
랩터는 배기량별로 가격이 달라지지만 신품이라도 대략 8천달러 정도이며 중고는 그 반가격에도 괜찮은 매물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포뮬러크로스는 괜찮은 중고 랩터를 바탕으로 할 경우 1만달러 한참 아래에서 차를 완성할 수 있으며
주요 부품이 모두 랩터에서 가져온 양산품이므로 유지비용도 저렴합니다.
리스도 굳이 신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하며 상태좋은 중고 랩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턴키버전을 $11,000 정도의
가격대에 출시할 수 있을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공구와 장소가 있다면 포뮬러크로스 키트와 랩터를 구입하여 조립을 할 수도 있고
완성품을 곧바로 운전하고 싶다면 턴키로 구입하면 됩니다.
포뮬러크로스 원메이크전은 랠리나 랠리크로스에 출전하고자 하는 미래 드라이버들 육성 프로그램으로 적합할 뿐만
아니라 취미로 오프로드 레이스에 출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적당한 시리즈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포뮬러크로스 프로젝트에서 저는 차에 씌울 미니 랠리카 스타일의 바디를 제작하는 것을 맡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태너 파우스트가 자동차 점프 세계 신기록을 낼 때 사용한 픽업트럭도 리스 밀렌 레이싱에서 만들었는데
그때도 원형 제작에 참여했었죠. 리스는 바디 원형제작에 아마 2~3주 정도 걸릴 거라고 예기했었는데 제가 보니
4~5주 정도 소요될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래저래 3월까지는 시간이 맞지 않아서 드라이버이면서 용접이나 기계공작 등에 재주가 많은 스테판 버디에가
먼저 기초작업을 시작했고 4월 중반이 되어서야 제가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업에 투입되었을때는 일단 트로피카트의 바디를 씌워두고 거기에서 잘라낼 부분은 잘라내고 붙일 부분은
붙여가기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원래 이런 작업은 클레이를 사용하여 원형을 깎습니다만 비용과 시설문제로
그정도 재료를 사용하지는 못했고 폴리에스터 폼을 사용하여 원형제작에 들어갔습니다.
모델링 클레이는 점토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뒤 유황과 파라핀 등을 함유시켜 약 60도 정도의 온도에서는
말랑말랑해지고 실온에서는 굳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용오븐에 넣어두어 물러지면 적층작업을
하고 굳어지면 깎아내면서 형태를 잡아나가는 것이죠. 굳어진다 해도 완전히 딱딱해지는 것은 아니고 손톱으로
누르면 자국이 남는 정도입니다. 깎아낸 부스러기는 다시 오븐에서 가열하여 재사용합니다.
폴리에스터 폼은 클레이보다 수정에 시간이 오래걸리고 접착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나중에 깎아낼때 작업성이
떨어집니다. 이래저래 작업속도는 클레이를 사용할 때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지요.
이번 작업에 사용된 툴의 대부분입니다. 작은 톱과 커터, 그리고 그라인더등도 사용했지요.
원래 첫 이메일에는 벨로스터를 축소한 형태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으나 막상 제가 작업에 참여했을 무렵에는
벨로스터나 특정차종이 아니라 그냥 해치백의 컴팩트카를 바탕으로 만든 랠리카 형태로 디자인 방향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실상 현대 벨로스터와 포드 피에스타의 중간 어디쯤이라는 다소 모호한 방향으로 실차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죠.
외형디자인의 방향은 리스가 정하고 저는 그에 맞는 비례감을 잡아나가면서 세부적인 표면을 정리해나갔습니다.
진행하는 도중에 여러번 디자인 체인지나 세부수정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작업진도는 좀 더뎠습니다.
리스가 처음에 생각했던 3주정도 지났을때는 정말 갈길이 먼 상태였죠. 디자인의 제약도 많았습니다.
차체 전체가 한덩어리라는 전제 하에 몰드의 분할선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리스는 원래 좌우 두개로 갈라지는
2피스 몰드로 하고 싶어했지만 그가 원하는 디자인이 2피스 몰드로는 불가능한 디테일이 포함되어 있어서
결국 4피스 몰드로 결정이 되었고 그 덕분에 자유도가 조금 늘어나기는 했습니다.
리스 밀렌도 직접 외형 제작에 손을 댔습니다.
물론 각종 레이스와 스턴트 촬영때문에 바빠서 그가 직접 작업한 부분이 많은것은 아니었지만요.
일단 왼쪽부분을 만들면서 필요하거나 리스가 원하는 디자인 수정을 한 뒤 이를 그대로 대칭이 되도록
오른쪽 부분을 만들어나갔습니다.
3차원 측정기같은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여러개의 템플릿을 만들어 좌우대칭을 잡아나갔죠.
중심선과 평행하면서 일정 간격을 둔 라인과 중심선에 수직인 여러개의 컨투어라인을 그린 뒤 각 라인에 맞는
템플릿을 만들고 이를 뒤집어 반대편에 최대한 똑같은 표면이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사진에 나온 것보다 훨씬 많은 템플릿을 만들어야 했죠.
길이방향으로도 수많은 템플릿을 만들었습니다.
중심선에 평행한 라인을 긋고 그 컨투어라인에 맞는 템플릿을 만들어 대칭이 되는 컨투어라인을 잡는 것이죠.
루시오 세라노씨가 폴리에스터 폼 작업에서 화이버글라스로 넘어가기 직전 단계의 마무리손질을 하고 계십니다.
그는 파이버글래스와 카본파이버의 장인이지요.
제 작업범위는 폴리에스터 폼으로 원형을 깎는 것까지였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형위에 파이버글래스를 덮어씌웁니다. 그리고 퍼티로 표면을 다시 말끔하게 정리를 하죠.
그리고 이를 이용해 몰드를 만듭니다. 이 작업이 진행될 때 저는 한국에 있었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나니
차가 완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리스도 처음에 예상했던 것보다 잘 나왔다며 꽤 만족스러워했고 저도 시간과 자유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디자인 변경까지
잦았던 작업으로는 상당히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조건에서 주행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맹준우 선수와도 친하고 저와도 잘 아는 Sergio라는 친구가 미캐닉으로
동참했는데 제가 원형을 깎았다는 얘기를 듣더니 '아하, 진짜 네가 그리던 만화같은 차 이미지랑 딱 맞네.' 하면서 웃더군요.
저도 Willow Springs의 Horse Thief Mile에서 진행한 테스트 주행에서 여러 랩을 운전해보았는데 꽤 재미있었습니다.

역시 카드보드와 덕트테입(여기에 출연하진 않은거같지만)은 만능도구입니다. ^^
모 님의 이야기처럼 우리나라에서 원메이크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메이드인USA이니 관세없이 CIF+부가세만 들거같고...)

카울 벗겨놓은 것 보니 자작차랑 크게 별반 다르지가 않네요~ Baja차량이랑 흡사한듯.
학교에서 자작 자동차 학회에 몸담고 있는데, 갑자기 저희 차에도 저런 멋드러진 카울 씌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세한 글 잘봤습니다!
사진은 스튜던트 포뮬러 참가 차량입니다.

이거 보니까 17년쯤 전에 자항연이 제작한 차가 생각나네요...^^
전 학교 조퇴하고가서 운동장에서의 쇼도 보고.....인맥을 이용해서 짧은 거리 시운전도 했었어요...ㅋㅋ

권규혁님의 간만의사진과 글 잘보았습니다.
카울링? 부분의원형몰드 디자인과 제작 과정..을 보여주신것을보면서 한편으로는 엄청고생?하셨을 모습과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뒤섞여있어...남 일같지안타는생각이들었습니다..(제경우는 비교도안되게 조악하고..반 장난삼아하는 취미생활이라.)
저도 요즘 ATV를 만든답시고 쪼물딱 거리고있습니다.
제가 만들고있는 ATV는 야마하 4기통 레플리카엔진을 베이스로...여름에 조카들이놀러오면 바닷가모래사장에서 가지고놀기위한... 장난감인데...가끔 잘 관리안하는 블로그에 사진등을 올리고있습니다.
본업은 반도체관련엔지니언데...이런거나 하고있고....ㅋㅋ
정말 만화 같은 차량입니다.
작업도 만화 같네요(생각하는 그대로 만들어 내는)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