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최민식님의 "한국 차가 세계 속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글과 딸려있는 좋은 댓글들을 보고서 댓글을 달다가 길어진 나머지 따로 글을 써봅니다.. 조심스레...

 

해당 글의 댓글들에서 모터스포츠 참여의 효용성에 대한 다소 강한 찬반 의견이 나왔기에 조심스러워집니다만, 한 마디 남기고 싶습니다.

 

해당 글 댓글에 언급된 "연구비 투자"의 관점에서, "현대의 연구비가 상당수준" 이라는 말에 저도 동감합니다.

안그랬으면 지금의 위치에 올라올 수도 없었겠죠.

연구의 중요성과 돌아오는 효과는 현대도 충분히 알고있을텐데, 그렇다면 이제라도 그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실험실이 아닌 바깥 세상.. 모터스포츠에 이름이라도 내보고 시작이라도 해볼 수는 없는 것인지...

이는 어느 자동차 매니아의 앞뒤 안보는 감정적인 논리만은 아닙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같은 남의 것을 분석하는 연구는 효과적이긴 하지만 결국 그것으로 확실한 자기 색깔을 내고 도약을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실 지금의 현대가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존재하는 기술, 존재하는 디자인을 잘 활용해서 만들어낸 차는 결국 그 대상의 색깔과 범주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다는 거죠.

벗어나고 도약할 수 있는 연구 방식 중의 하나로서 모터스포츠는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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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골슈타트 아우디 본사에 전시되어있는 아우디 R8 르망 24 2000년도 우승차.. 당시 최신 기술인 FSI 개솔린 직분사 터보가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현대와 극하게 상반되는 예로, 아우디는 2000년도 R8 LMP1 프로토타입에 개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을 도입했고, 이후에 디젤 터보로 르망24를 독무대로 만들었으며, 올해 E-TRON 콰트로로, 하이브리드 최초 우승을 해냈는데요, 극한의 상황에서 테스트된 이런 기술들이 상용차에 그대로 반영되어(그것도 매우 빨리..벌써 아우디 r8 etron 출시가 임박했을 정돕니다.) "아우디=기술을 통한 진보"가 말뿐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그 만큼 프리미엄 시장 내에서 아우디는 전 세계적으로 BMW, BENZ와 충분히 견줄 수 있을 정도가 됐구요.. 분명 디자인으로 껍데기만 잘 만들어서 얻은 결과는 아닙니다.

같은 집안의 80년대 포르쉐 956레이스카에 처음 들어갔던 듀얼클러치 미션까지 합하면, 요즘 시대를 풍미하고있는 직분사, 효율적인 디젤터보, 듀얼클러치미션, 하이브리드, 4륜구동... 주요 기술의 실용화는 그쪽에서 다 이끌어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엔 분명히 연구를 통한 기술 개발에 이은.. 모터스포츠에서의 실습 과정이 있었구요.

 

"현대만의 새로운 기술을 모터스포츠를 통해서 이끌어 낸다" 는 것은 이 시점에선 과한 욕심이라 생각됩니다만,

그렇다면 "남보다 나은 기술 개발"은 재껴두고, "도약"의 측면에서, "현대의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모터스포츠 참여가 더욱 아쉬운데요, 파워트레인, 드라이브트레인 및 브레이크에서 일정한 성능을 어떤 상황에서라도 오래 안정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너무 부족한 현대의 현실은 결국 모터스포츠 참여를 현대 자체적으로 이름을 걸고 몇 번이라도 경험해 봤다면 지금같진 않았을겁니다. 광고 뒤에 숨어서 우리 차가 해외의 무슨 명차보다 비교 우위라느니 하는 것보다 실제 상황에서 맞붙어봐서 보이지 않는 부분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껴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실패하더라도 국제 무대에서 몇 번 쯤은 다른 메이커들과 직접 겨루어봐야 자신의 부족함을 (경영진에서도)알텐데..

소비자들"만"이 베타테스터가 되어서 그런 부면들을 지적하고, 다시 연구소에서 테스트해서 개량해내고...

안타깝습니다.

벨로스터 터보의 성능 저하 문제와 기존 논터보와 차별성 없는 하체/섀시, 구 젠쿱 오토미션 과열문제, SCCA Rio(신형 프라이드)가 마쯔다2나 벌써 옛날 차가 되어가는 혼다 Fit에 비해 혹평을 받는 것... 안타까웠습니다...

 

모터스포츠에 참여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뭐가 도움이 되는가? 하는 말씀도 이해가 됩니다만, 댓글에서 언급된 PSA그룹도 대대적으로 밀던 내구레이스에서 철수했지만, 여전히 WRC와 랠리에 관여하기 위해 차량을 개발하고있고, 스바루도 자금 문제로 WRC에서 내려온 지 꽤 됐습니다만, 여전히 북미의 지역 랠리 이벤트 같은 소규모의 모터스포츠에 어떤 식으로든 참가, 지원을 하고있습니다... BMW는 f1과 르망에서 별 재미를 못봤지만 DTM에 돌아가 우승을 일궈냈고요...

폭스바겐은 F1에 엔진 제공을 적극 추진중입니다.

또 이제는 현대가 쉽게 보는 듯한 일본의 혼다, 도요타, 닛산.. 모두가 하는데 현대만 안하는 그것.. 모터스포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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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르망에서의 닛산 부스.. 이 외에도 길거리 곳곳에 닛산의 광고가 즐비한 곳이 르망입니다.>

 

 

오로지 돈을 보고 돌아가는 기업들인데, 그들 모두가 한다면 분명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남아있을려고 하는거 아닐까요? 그리고 그 "가치" 중에는 위에 언급한 독자적인 기술 축적과 이미지 창출, 시대에 걸맞는 내구성 확보 등이 포함될 것이구요.

르망 24에서 닛산의 로고가 여기저기 도배가 되어있고, 닛산, 혼다가 만든 엔진을 유럽의 팀들이 앞다투어 가져다가 자신들의 소중한 레이스카에 얹어 겨루고... 베네주엘라나 태국이 스폰서하는 팀과 해당 국가의 드라이버가 당당히 르망 24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완주하고... 이런 모습들을 보며 "우리는 왜 이리 뒤쳐저있을까..." 착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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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모터스포츠 무대 어디에서도 한국의 이름은 없습니다. 현대의 팩토리 팀의 이름은 없습니다.>

 

올림픽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로 한국이 전세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열심히 한 결과로 메달을 따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주목하게 되기에, 그렇게 국가적으로 투자하고, 선수들에게 보상도 해주는 것 아닌가요?

메달과 올림픽에서의 좋은 플레이, 감동적인 스토리가 국가의 자존심만 세워주는 상징적인 의미 뿐이라면 그렇게 투자하진 않을것입니다.

그것이 보이지 않게 국가적 수익으로 돌아오기에 그렇게 4년을 투자해서 선수들을 내보내는것 아닌가요?

http://www.ytn.co.kr/_ln/0102_201208081447501759 <-YTN 관련 기사. 올림픽과 코리아 마케팅.

 

 

국제 모터스포츠는 자동차계의 올림픽무대입니다.

그리고 현대도... 그걸 모르진 않을겁니다..

(현대가 뉘르에 테스트센터를 짓는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라면 정말 바람직한 일입니다. 뉘르는 실전 투입 직전 모의고사 정도 되는 곳이니까요.)

요즘 나오는 현대/기아 차들... 정말 디자인, 최신의 파워트레인/드라이브트레인, 상품성, 편의성 등등 너무 좋습니다.

지금 글을 쓰는 지금도 창 밖으로 벨로스터 검은 색 한 대가 서 있는데,, 캐나다에서 흔해진 멋진 국산 차를 보고있노라면 제가 다 뿌듯합니다.

하지만 도약을 위해서.. 특히 아직은 부족한 내구성과 세밀한 감성 측면을 발전시키고 세계 시장에서 편의성과 상품성 뿐만 아니라 성능과 내구성도 믿을만 하다는 이미지를 굳히고 앞으로 현대만의 기술을 갖기 위해서... 이젠 실험실에서 나와주기를 바래봅니다.

 

 

끝으로, 많은 분들의 의견을 기대합니다만, 혹시 글의 내용이나 표현에 감정이 상하셨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이런 생각을 하는 이상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겨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