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겪은..
일진 최악의 날의 한 일화입니다.
이상하게 모든 일이 꼬이고, 우연히 나쁜 상황이 계속 벌어지던 날이었죠..

평소 제 차 상태가 뭔가 점점 안좋아진다는걸 느끼고 있었는데,
일단.. 근래에 일이 여기저기 바쁜데다(대학교수/개발자/협회장의 3잡입니다)
조만간 새 머플러가 준비되면 한꺼번에 손보려고,
차의 손질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날 스케쥴이 복잡해서, 일단 학교에 들러서 강의를 마치고,
재빨리 제 차로 다시 이동하던 중, 갑자기 상태가 안좋아지는 차..
맥없이 시동이 꺼지도 다시 시동이 안걸리더군요..
아.. 역시 어디 센서 하나 나갔구나..라는 직감이..
(크랭크 각 센서가 나갔더군요 나중에 확인해보니)

일단 클러치떼고 관성주행으로 좀 안전한 갓길까지 이동 한 후,
삼각대를 일단 세우고, 핸드폰을 꺼내서 보험사에 전화를 하는데..

아 이놈의 ARS 되게 느리더군요 -_-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은지..

그래서 출동요청을 했더니, 주민번호를 입력하라고 해서,
주민번호를 입력하는 도중..

..배터리가 끝났습니다 -_-


...중부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크랭크각 센서가 나가서 시동이 안걸리는 차와,
배터리가 끝나서 전화를 걸 수 없는 핸드폰..
(게다가 차에 휴대폰 충전기가 없습니다)

...엄청난 낭패더군요.


뭐 별수없이 갓길 삼각대 근처에서 손을 흔들며,
누군가 차를 세워주면 핸드폰을 빌려 보험사에 한통화만 하려고 했으나..

..거의 한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세워주지 않는 고속도로...
아.. 세상 각박합니다.


1시간 후, 무지 반가운 차가 보이더군요!!
저 차라면 분명히 세워줄거다!! 틀림없어!!!

필사적인 제 손짓에 반응해서 차를 세워주는..

고속도로..순.찰.차..

경찰이 무슨일이냐고 묻자,
차가 고장났다고 핸드폰 한통화만 하자고 하고 보험사에 전화했습니다..ㅎㅎ

경찰 아저씨 친절하시더군요..
먼저 삼각대 세웠는지 확인하고, 보험사 연락오고 셀프카 불러올때까지,
한참동안 같이 기다리면서 순찰차에서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며 기다렸습니다.
(...제가 고속도로 순찰차에서 화기애애한 잡담을 하는 날을 겪을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셀프카가 확실히 출동해서 오는듯 하자 떠나시면서,
기다릴때 혹시모르니 가드레일 밖에서 기다리라고 당부하고 가시더군요..

..제 평생 경찰차가 그렇게 반가울줄은 몰랐습니다.


..뭐.. 견인해서 가보니 역시나 크랭크 각 센서 사망..
센서 교체하고.. 이런저런 그 날의 바쁜 스케쥴 변경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겪은후, 결국 내친김에 엔진 까버리기로 했습니다.

대략 반년가량 장착되기만을 기다리던,
단조피스톤, 단조컨로드, 4년간 묵혀진 새 블럭을 드디어 장착하게 되었네요..
(제 손에 들어온지 반년가량 그걸 그냥 가지고 있었다는게 더 웃깁니다만..)


뭐.. 다시 오랫만에 아수라의 최고 시절 상태로 되돌려볼까 합니다.
사실.. 원래의 제 차의 세팅으로 돌아가는 셈이죠..
피스톤 수급이 늦어져서 반년넘게 임시용 .8피스톤, .8컨로드 생활을 했으니..
(제 차는 출퇴근 생활차 겸용이라, 사치스럽게 차 세워놓고 부품 기다리진 못하거든요)

그런데 예상보다 이 임시용 .8피스톤 .8컨로드가 400마력 오버의 출력을 잘 견뎌서..
그냥 저냥 계속 써왔습니다만, 역시나 이전의 풀파워 상태를 알고 있는지라,
엎어진김에 일치른다고.. 단조피스톤 단조컨로드를 장착하기로 했습니다.

암튼 .8 .8 세팅은 압축비가 좀 낮아서 차가 좀 둔했습니다.
막상 출력 차이는 그 전 세팅에 비해 10마력 정도 떨어진 정도였지만,
8.5:1 의 단조피스톤 세팅의 리스폰스와 풍부한 중간영역대의 토크를 생각하면,
결국 .8.8 세팅의 전투력은 2007년도 세팅의 전투력에 비해 70% 정도라고 느꼈으니까요.
(최고 출력이나 토크는 비슷하지만.. '진짜로' 달릴때의 영역에선 꽤 차이가 납니다)


결국 라이너를 박은 1밀리 오버사이즈 스페셜 블록을 새로 만들고,
밸런싱을 완벽히 봐서 엔진이 완성될때까지 얼마간 QM5 생활을 하겠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꽤 두근두근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근래에 여러모로 목숨을 내걸고 달리는 자체에 대한 권태감이나 회의감은,
제가 기억하던 최고의 세팅으로 되돌리면 극복이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론 언제부턴지 달릴때 외롭다는 걸 느끼고 있는것도 같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