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당시의 사브 900 카탈록


와이프의 사고 당시 모습..


사고 이튿날 견인차량 보관 장소에서...


가장 왼쪽이.. '게니'입니다.


와이프한테 차량을 팔기전.. 겨울에 스키장에 다니던 때의 모습입니다. 트레일러 이치에 다는 Thule 사의 스키 캐리어가 달려 있지요..


아마도 1996년 즈음이었을 겁니다.

당시 안세병원 사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던 신한 자동차 앞을 지나가면서 처음으로 사브 900 컨버터블(NG900)을 실차로 보게 된것이 말이죠..

물론 제가 살고 있던 아세아 선수촌에는 C900 컨버터블이 벌써 두대나 있었습니다. (몬테카를로 옐로 와 브라이트 레드..) 하지만 국내에 처음으로 NG900 (New generation 900) 이 들어와 이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그저 잡지에서만 보던.. 그리고 넷스케이프 1.0으로 28.8K의 모뎀으로 만 보던 그 NG900 을 처음 접하게 된 순간은 그야말로 영어에서 표현하는 "the one"을 만난 그 순간이었습니다.

신한 자동차에서 얻어온 당시의 사브 900 카다록은 당시 차량을 설계/디자인 헀던 사람들의 인터뷰와 그 브랜드의 철학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약 40여 페이지에 달하는 카다록이었습니다.물론 요즈음의 사브 카다록도 나름대로 정적인 이미지로 사브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당시의 카다록을 최고의 카다록으로 뽑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와.. NG900 혹은 Old 9-3 바디와의 사랑은 시작 되었습니다.

1998년이 되어 사브는 NG900 의 바디를 수정하고 다음세대 (트라이오닉7)을 적용한 새모델 93을 출시 하게 됩니다.  기존 NG900 과 큰 차이점이 없긴 했지만, 저에게 있어서 93 은 안그래도 사랑하던 사람이 성형 수술을 통해(?) 완벽한 미녀로 돌아온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된 비겐 (자세한 내용은 album란에 있는 제 글을 보시면 참고가 되실겁니다.) 을 통해 성능까지 제가 원하던 조합(2.3 대배기량 터보+ 수동 변속기)을 타고 나오게 되면서, 그때부터 저의 비겐을 향한.. 특히 검정색 (트리플 블랙) 컨버터블을 향한 짝사랑이 시작됩니다.

한국에서 잠시 900Se 컨버터블을 타다가 유학을 위해서 미국으로 건너온 저는 다시 98년형 마지막 NG 900 컨버터블에 중고 비겐 엔진을 얹는 만행을(?) 저질러 보기도 했습니다만은.. 2003년에 이르러서야 결국 2년된 중고인 비겐 컨버터블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제 손을 거쳐간 사브도 수십대 되는군요.. 물론 단순히 사브만을 사고 판게 아니라, 비겐 컨버터블을 사기 위한다는 명목하에, 폭스바겐이나 포드 에스코트 같은 차들도 사고 팔면서 결국 중고차를 전문적으로 사고 파는 Wholesaler 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중에 특히나 잊을수 없는 차는.. 제가 2001년 구입했던 미국에서 두번째의 사브 9-3 컨버터블 이었습니다. 당시 지금은 제 와이프가 된 여자친구를 처음 만났을때 그녀가 제 기숙사 방에 있는 9-3 컨버터블 포스터를 보고 " 저렇게 못생긴 차 포스터를 왜 붙여놔?" 라고 물었던 것이 시작이었는데....

결국 이 은색 9-3 컨버터블을 가져 온날.. 수동이었기 때문에.. 여자친구였던 와이프는 제가 그렇게 가르치려고 해도 안 배울려고 하던 수동운전 하는 법을, 하룻만에 마스터 하였고..
터보차저 1세트, 클러치 1세트, 그리고 DIC 2개가 지난후.. 그 은색 컨버터블은 제 와이프의 차가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시기에 제가 비겐 컨버터블을 구입한것도 이유긴 했지요..)

그 녀석은 결국...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나타난 무언가를 피하려 하던 와이프의 오버 리액션을 통해.. 고속도로에서 약 7바퀴를 구르고는 꺼꾸로 쳐박혔지만.. 제 와이프를 간단한 유리조각으로 인한 손등 부상을 제외 하고는 멀쩡하게 보호해 주고는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당시 저는 제 비겐 컨버터블을 운전하며 바로 앞에서 가고 있었는데.. 룸미러를 통해 "어어어어~" 하는 동안 순식간에 벌어진 그 사고 장면은.. 아직도 종종 운전하다가 룸미러를 볼때면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 사고 이후에도.. 결국 와이프는 제 비겐과 비슷하게 생긴 검정색 SE 수동 컨버터블을 다시 사기도 했지요..

그렇게 사브와의 행복한 시간(?)들이 지나고..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와이프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미게 되면서.. 한집에 컨버터블이 2대.. 그것도 같은 색상.. 같은 회사.. 같은 바디라는것이 전혀 make sense 하지 않게 되더군요..

와이프에게 무슨 차로 바꿔 줄까 고민하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중에 가장 안전하다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를 리스해주면서 그렇게 사브 컨버터블 1대는 우리집 차고를 벗어 났습니다. 이게 2007년 초내요..

계속 회사에 있는 수 많은 다른 차들을 타고 다니면서도.. 그렇게 제 20대 초반을 함께 보냈던..그리고 20대 초반의 열정의 이유였던 비겐 컨버터블을 보낼수는 없었습니다... 비록 1년에 몇천 마일도 타지 못하는 차였지만.. 그저 그녀석과 잠시라도 함께 드라이빙을 즐기곤 하면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기도 했었죠...

하지만.. 사업이 확장되고.. 차에 신경을 써줄 시간이 줄면서.. 게니 (비겐 컨버의 애칭)의 상태는 나빠져만 갔습니다.. 자잘한 문제점들도 보이고.. 특히나 한 차를 5년이나 타면서.. 서서히 차에 싫증이 나기도 하고.. 데일리카로서 게니를 타는게 서스나 컨버라는 측면에서 힘들어 지기 시작하더군요..

결국 올해 4월... 게니는 E-bay 를 통해 위스콘신의 어느 사람에게 팔려 나갔습니다.
물론.. 다음차는 또 다른 사브를 사려고 맘먹고 있었습니다.
바로 얼마전에 한국에 발표된 Turbo X죠.

미국에서 7번째로 Turbo X를 예약 했었습니다. 스테이션 웨건에 수동 변속기 차량으로...(ViN도 나왔었지요...8A010007로..)

그런데.. 제가 게니에 질리는것과 동시에.. 사브라는 브랜드 자체에도 질리기 시작하더군요..
브랜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GM 이 사브를 인수하고,, 조직을 합병하면서.. 차량의 부품이나 서비스등의 사후 관리가.. 기존 사브 오너들이 생각하는.. 그 사브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사브 브랜드에 까지 질리면서.. Afterservice 에 기겁을 하고 나니.. 새차를 사게 될 엄두가 안나더군요..(예를 들자면 기존 사브 브랜드 전용으로 있던 Regional service rep. 가 이제는 험머와 폰티악을 포함해 50개 딜러쉽을 관리하게 되면서 사브 전용의 부품이 필요한 워런티 처리가 3주 이상 걸린다거나 하는....)

그렇게 사브와.. 게니를 떠나고 나서.. 한참을 고민 했습니다.. 과연 무슨 차를 사야 하는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life style 에서 무엇이 가장 적합한가..

결국 결론은.. BMW 였습니다.

그렇게 만난 차가 BMW 530XI (X-drive AWD) 차량입니다.

본의 아니게 저와 같이 일하는 직원분들이 모두 BMW 를 타시면서 (E36 m3, E46 M3, E46 325i) 저희 회사가 순식간에 'BMW 판'으로 바뀐것도 어느정도 작용을 했습니다.

그렇게 제 곁으로 530XI 가 온지도 약 6개월이 되어 갑니다. 세단에 오토, 프리미엄, 윈터 팩케지에 네비게이션 그리고 위성 라디오가 들어간 옵션인데..

사람 속이라는게 간사해서.. 지금은 535Xi 웨건에,6단 수동, 스포츠펙케지, 프리미엄, 윈터 펙케지, 네비게이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차를 현실적인 다음 차량으로 생각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가슴 한편에서는 비겐에 대한 욕심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얼마전 E-bay 에 침수차량인 비겐 컨버터블이 하나 올라 왔었는데.. 저녀석을 싸게 사서 (시세의 1/4 값) 새 엔진을 집어 넣고 아무 생각 없이 평생 보관 할까? 하는 생각에 E-bay 에서 Buy-it now 클릭을 할까 말까 고민하며 밤을 하얗게 지세우기도 했으니까 말이죠...

지금도 CCTV 화면에는 아주 만족하면서 타고 있는 530XI 가 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만..
제 배경화면에는 아직도 비겐 컨버터블의 사진이 올라와 있습니다..

정말로.. 남자는 첫사랑... 아니 첫 드림카를 이렇게 잊지 못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