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반에 racing 교육을 받을때에도,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단 공도에서 어지간히 밟을 수 있는 매니아들이 팀에 모이고, 그룹 스포츠 드라이빙을 떠나게 되면, 서로의 스킬을 어느정도 알아보게 됩니다. 제가 처음 속했던 팀은, 오프로드 레이스 경력과 슬라럼 실력이 뛰어났던 당시 46세의 조기택 단장님이 리더였는데, 첫 오프 드라이빙을 통해 확연한 실력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우연히..지금 제나이와 같네요.^^)

훈련때는, 신도로가 생기기 이전의 양평쪽 구도로를 지나, 양평을 거쳐 강원도쪽 와인딩까지 열대 내외의 차들이 그룹 주행을 하는데, 선두에 감독이 서고..페이스를 업앤다운 하면서 달리게 됩니다. 가끔은 업페이스 상황에서 앞차를 추월할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선행차량을 추월하지 않는게.. 불문율처럼 여겨졌습니다. 이 때문에, 공도에서의 치열한 배틀 상황에서도 마인드 컨트롤 하는데 꽤 도움이 되었던거 같네요.

보통 새로운 멤버는 첫 트레이닝때, '리더면 니가 얼마나 빠르냐'는 생각에 도발해보기도 하지만, 풀페이스 상황이 오면, 완전히 꼬랑지를 내리게 되죠. 엄두도 못낼 속도로 꼬불꼬불한 산길을 레일에 박힌 궤도열차처럼 순식간에 치고 달려 버리니까요.. 처음엔 동급레벨에서 맞먹듯이 운전에 대해 얘기를 나누지만,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겸손해지게 되고, 감독의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실력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걸까..
운전경력이야 연수차이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거고, 별 똥별나게 다른환경에서 운전한것도 아닐텐데.. 좀 더 집중해서 달리면 따라잡을 수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차이에 의문을 품고 경외심을 갖던 도중.. 재일교포 전일본 레이서인 한원덕을 만나게 되고, 짐럿셀 강사이기도 했던 그에게.. 본격적인 온오프로드 테크닉을 배우게 되는데, 교육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습니다. 하루 진종일 둘이 함께 타고 달리는 것이지요. 시범<->실습을 반복하면서요..

그 이후, 경기때도 찾아와 틈틈이 코치를 해줬지만..통틀어 보면 별로 배운것도 없습니다. 빠른 운전을 하는데 필요한 상황이 그리 엄청난 분량의 학문적인 접근으로 가능한게 아니기 때문일겁니다. 그러나.. 이 두사람은, 언제나 운전석에 앉으면 마음속의 멘토로서 손끝과 머리.. 주욱 줄기를 거슬러 가슴까지 '나의 멘토'로 자리잡아 있습니다. 그들에게 레이싱마인드와 드라이빙의 기초를 배운걸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그렇게 하늘처럼 높아보이던 나의 멘토도.. 온로드 레이스가 시작되고, 일년정도가 지나니.. 윗급인 그룹A 차로도, 그룹B 의 내 경기용차가 내는 랩타임과 비슷해질 정도로 서킷에서의 경험은 차이를 만들어 냈습니다. 스포츠 주행을 이미 백번이상 넘긴 제 기록을 더빠른 차로도 따라잡지 못하셨던거지요. 드라이빙에서의 집중력과 경험의 차이는 영원한 승자나 , 패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합니다. 그랬어도.. 나의 멘토는 영원히 존경하는 스승으로 남아있지요.



결국 스승이라 함은, 청출어람의 제자를 만들어 냄으로, 이내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속의 지표로 가슴에 늘..남아있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시절..물끄러미 내가 그리는 그림을 뒤에서 바라봐주던 선생님도, 지금  어떤 지위를 갖고있던 간에 제게는 영원히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남아있듯이요..

드라이빙은, 다른 것들 처럼 오랜기간동안 학문적인 가르침을 요하는 일은 아닙니다. 몇가지 포인트만 일러주고, 옆에서 가끔 모니터링만 해주는 것 만으로도.. 스스로의 익스페리언스에 따라 발전할 수 있는 속성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전문 드라이버가 되는 일이 아니라, 그저 '잘~하는 정도의 전문성'을 요한다면 더더욱 긴 시간의 가르침이 필요없다고 봅니다. 현명한 스승이라면 '고기잡는법'을 일러주고 제자 스스로 깨달아 가게 유도하는 사람이겠지요.

전 그림 가르치는 일을 너무 오래하다 보니, 운전을.. 가르쳐야 할 행위로 보지않기 위해, 주변의 많은 매니아 후배님들에게, '가르친다.' 는 점을 감추려 애써온 듯 합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건 생각을 잉태시키고, 순산시켜 아이를 기르듯이 지켜보고 돌봐줘야 하는 일이라.. 큰 책임이 따르는 일임에, 그런 부담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거였죠.

그러나.. 운전을 배우는 입장에선, 이러한 마음속의 멘토를 가슴에 한두사람씩 품어두면, 평생동안 즐겨 가는데, 좋은 지표가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승과 제자라는 의미는, 권위와 순종을 개념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다감한 만남의 형식'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근간에 클럽 친구들이랑 잠깐씩의 데이트 배틀을 해보며 느껴지는게.. 매니아로서 밟는걸 좋아하고 익숙한 오너, 타임트라이얼 레벨정도의 레이스에 참가해본 오너.. 혼자 공도와인딩을 자주 타본 오너와, 서킷에서 치열한 배틀을 오랫동안 경험한 오너들을 굳이 레벨링 해보면, 비슷한 속도로 달리면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의 깊이가 다르게 다가옴이 느껴집니다. 배틀매너에서는 그 차이가 확연하게 보여지고요..

운전을 잘~ 하고 싶다면, 치열한 배틀환경에 노출되는 소중한 익스페리언스를 해볼 기회를 만들어 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