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민의 애정어린 시선이 존재함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연비를 자신들의 시설에서 측정하여 발표하는 입장이라면

공연한 오해와 억측을 부를 수 있는 "뻥연비" 논란을 고려했어야 큰회사 다운 풍모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미국에서 이미 연비와 관련된 소문의 실체가 드러났는데

이를 대대적인 광고캠페인으로 덮기에는 현실에서 "체감"하는 연비의 문제가 크군요.

폭스바겐 코리아가 "티구안은 6개월 기다리라" 며 배짱 장사를 하는 이유가

현명한 소비자들의 선택 때문이라는 위기의식도 없다면 큰 문제지요.

 

내수시장의 터프함과 잘 깔린 고속도로망이 지금의 독일차 메이커들을 키워냈습니다.

정부와 국민의 과보호 속에서  응석받이로 커서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진실의 순간을 맞이하게 내버려 둬야겠지요.

 

 저보다 운전습관이 더 나쁜 마눌님의 차가 공인연비에 상응하거나 혹은 그 수준에 근접함을 생각하면

"인지부조화" 즉, "연비는 운전습관 나름" 이라는 논리가 당연성을 잃고 있는데

현대/기아차 그룹의 이번 소동에 대한 대응이 다시 미봉책이나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 된다면

그 큰회사의 운명이 걱정됩니다.

 

소탐대실, 연비 문제로 내수시장의 "대각성"을 불러오지 않을지?

 

진실의 확산은 늦출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신들의 시설에서 자신들이 측정한 공인연비는 "메이커의 주장 수치" 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채기 시작한 거죠. 외산 자동차의 연비는 공적 기관에서 측정한다는 것으로 오히려 더 공신력을 얻게 되었으니 외산차 소유자들이 탈출하기 시작한 현대-기아차 매트릭스는 그저 "내수 수익률 극대화" 도구에 불과했냐는 빈정거림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네요.

 

 

현대-기아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원래는 아버지의 뜻으로 현대건설을 맡았다가 1999년 삼촌 포니 정을 밀어내고 현대자동차를 경영하게 됩니다. 현대자동차라는 회사는 "포니 정" 이라는 사실상의 아버지를 잃고 건설통 조카 정몽구씨에게 넘어간 불우한 역사를 가진 회사지요.

 

건설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정몽구 회장이 매니악하면서 고도의 미학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자동차회사를 맡은 것 부터가 현재의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구축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포니 정의 품에서 컸더라면,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가 있었더라면

 

초대 현대차 사장을 맡기도 했던 포니 정, 즉 정세영 전 명예회장, 1967년 현대차 설립과 동시에 사장에 취임한 그는 열악한 조건에도 1968년 1호차 ‘코티나’를 생산했고, 1974년 포드 사와의 합작이 난관에 부딪히자 고유 모델 개발에 돌입해 2년 뒤 최초의 한국형 승용차 ‘포니’를 만들어 냈죠.

 

주지아로의 터치로 당대 세계인을 매료시킨 차가 포니였고 1987년 부터 현대그룹과 현대차 회장으로  ‘쏘나타’(1989년), ‘엘란트라’(1990년), ‘엑센트’(1994년) 등을 비롯해 ‘아반떼’(1995년)를 잇달아 세계 시장에 선보이며 한국 자동차를 알려나갔습니다. 특히 1986년에는 포니와 ‘엑셀’이 미국 10대 상품에 선정되면서 ‘포니정’이라는 애칭도 얻었죠.

 

하지만 1999년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결국 경영권을 조카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넘겼는데, 이후 32년간 몸담았던 현대차를 떠나야 했으며, 당시 현대차 부회장이었던 장남 몽규 씨와 함께 현대산업개발 경영권을 넘겨받아 건설인으로 제2의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정몽구회장이 아니라 "포니정"이 이룩한 업적이 바탕이 된 것은 아닙니까?

 

1999년 이후 출시된 현대자동차?

 

지난 20년간 현대자동차가 보여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자동차는 단순한 물건이 아닙니다.

가족이 타는 "나의 공간"이면서 "나의 능력"을 발휘해주는 퍼포먼스의 덩어리이면서

"나의 갑옷"이 되어 나를 지켜주는 미학적 가치가 통용되는 "대중 예술" 이기도 합니다.

 

제가 알던 현대자동차는, 주지아로의 터치로 당대인을 매료시키던 포니의 DNA는 애초부터 사라진 건 아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