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자동차용 알로이휠 수출업체였던 ASA(아사)가 결국 공중 분해될 위기에 놓였다. ASA는 작년 11월 노조의 전면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로 1년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연초에 부도가 났고, 지난 7월엔 법원이 파산선고를 내렸다. 270명에 달하는 직원 중 160여명은 일터를 떠났고, 110여명은 1년째 사업장에서 농성 중이다. 노조원들은 지난 7일 법원의 ASA 공개매각 입찰에 기대를 걸었다. 175억원이라는 '헐값'이었기 때문에, 새 경영인이 나타나 ASA를 인수하고 고용을 승계해 주리라 믿었다.

결과는 달랐다. ASA 입찰에는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입찰 전 3~4명의 관련업계 경영자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사업장을 점거해 온 노조원들의 고용 승계에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앞으로 공개매각 입찰이 한 번 더 유찰될 경우에는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분리매각을 통해 채권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압적 노무관리… 전면파업… 직장폐쇄의 '최악 시나리오'

충남 금산의 산기슭에 위치한 ASA 공장 작업장과 사무실은 1년 동안 방치된 채 집기들만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사무실 칠판의 제품출하 일정은 작년 11월 이후로 끝나 있었고, 관리직원 몇 명만 청산절차 진행을 위해 남아 있었다. 본관 로비엔 '승리' '투쟁' '초전박살' '민주노조 사수' 등의 문구가 쓰인 대자보가 붙어 있었고, 건물 밖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명의로 'ASA 전임 사장 구속촉구 결의대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ASA는 프랑스 르노, 일본 닛산·다이하쓰 등 완성차 회사에 납품하던 국내 1위 알로이휠 수출업체였다. 연간 140만개를 생산해 이 중 70%를 수출했다. 작년 10월까지 매출이 1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중국 저가품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2005년 30억원이던 적자는 2006년 75억원으로 불었다. 2006년 말 경영 정상화를 위해 새로 영입된 문창규 전임 사장은 전 부문에서 강도 높은 원가절감에 나섰고, 작년 9월 말 1억원 가량의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종업원 처우가 나빠졌고,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작년 10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북지회 소속의 노조를 결성했다. 사측은 적자 회사에서 노조 전임자를 두고 사무실까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잔업거부·부분파업·전면파업의 민주노총 지침을 그대로 따랐다. 사측은 노조가 전면파업을 시작한 작년 11월 19일에 곧바로 직장폐쇄로 맞섰다. 이후 부도·파산·공개매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았다.

◆"1년만 더 참았어도"… 공장 가동했으면 올해 100억원 흑자

회사 안팎에서는 "노사가 조금씩만 양보해서 1년만 참았더라면 올해는 종업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시켜 주고도 무난히 흑자를 달성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ASA 경영지원팀 김영환 차장은 "작년 10월부터 해외수주가 급증했고, 올해 들어 환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수출 경쟁력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으로는 올해 100억원대 흑자도 가능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지금 상황이 후회스럽기는 노조원들도 마찬가지다. ASA노조 전정구 사무장은 "오래 싸우고 싶지도 않고 그럴 자신도 없다"며 "(ASA) 매수자가 빨리 나와 고용승계만 된다면 우리가 민주노총 소속이건 한국노총 소속이건, 노조가 있건 없건 무슨 상관이겠느냐"고 했다.

ASA 근로자의 처우와 관련, 사측의 강압적이고 무성의한 대응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하루 12시간 근무에 일주일에 하루도 충분히 쉬지 못한 데다, 사업장 환경도 열악했다는 것. 직원들 불만이 계속 쌓였지만, 사측은 이를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풀어보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ASA가 설사 정상화되더라도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이미 작년 갑작스러운 가동중단으로 해외 바이어들에게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준 데다, 신뢰가 끊겨 다시 납품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노사 양측의 무한대립이 결국 잘나가던 중견 수출업체의 공중분해로 이어지고 있다. 김도형 노조 부지회장은 "우리는 너무나 일에 목말라 있다"고 말했다.

알로이휠  

타이어와 차축을 연결하는 알루미늄 합금 재질의 원통형 부품. 합금(alloy)으로 된 휠이라는 뜻이다. ASA는 알로이휠 가운데서도 고급품에 해당하는 단조(금속을 두드려 만드는 것) 휠을 생산하는 등 선진국 시장에도 널리 알려진 회사였다.


입력 : 2008.10.09 03:23
출처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