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손으로 친구를 저 멀리 보내야만 했던 그날이네요.

 

열두시가 지난 후 날짜를 보니 급 우울해집니다.

 

 

1년전 그날이었습니다.

 

31일 예산을 출발해 강원권 해돋이 투어 후 돌아오던길....

 

1일 오후 네시경 출발을 하였지만 정체에 허덕이다 지쳐 휴게소에서 잠을 청한 뒤 다시 길에 올랐었더랬지요.

 

 

여차저차 몰려오는 졸음을 간신히 물리쳐가면서(너무 피곤한탓에, 지금 쉬었다가 가면 도착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드디어 익숙한 동네로 들어서기 무섭게....

퍽....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좌우로 무섭게 왔다갔다 합니다.

 

중앙분리대로 돌진하는 녀석을 붙잡으려 우측으로 핸들을 틀었지만

 

'아......끝났구나'

 

터터터털 하는 하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연석에 걸친채로 질질 끌려가는 상황...

 

세짝의 타이어는 터진 상황이었고 차는 연석에 올려진채 관성에 의해 질질 밀려가는 상황에

 

눈앞에 굵은 표지판의 기둥이 들어오기 무섭게

 

쿵..와자자작 쿵쿵......

 

 

.................

 

잠시 기절을 했지요.

그 큰 표지판이 정확히 운전석에 받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죽은줄 알았습니다.

천천히 정신이 돌아오는데 미친듯 돌아가는 엔진소리에 놀라서 저도모르게 오른손으로 시동을 껐습니다.

(어차피 다한 운명, 돌고싶을때까지 돌고 장렬히 죽게할걸... 내버려둘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점점 정신을 차려보니 몸은 벨트에 매달려있었고, 얼굴을 타고 피가 흐릅니다.

 

너무 정신이 없는탓에 감각은 희미하고, 눈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핸들에 찧은듯 코에서는 따뜻한 피가 줄줄 나오고 있었고, 더 매달려있다간 질식하겠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벨트를 풀어보려 하지만 되지 않습니다.

 

천정에 손을 짚어서 체중을 지탱한뒤 벨트를 느슨하게 해보려 해도 잘 되지 않네요...

점점 패닉에 빠져가고, 필사적이 됩니다.

 

그때 뒷자석에서 자고있던 친구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야 일어나!!!! 너 괜찮은거야??!!!! 대답해 이새꺄!!!!!!'

 

참 고맙게도 친구는 몇군데 까지기만 했고 사지 멀쩡했습니다.

친구의 도움으로 시트에서 빠져나와 차 밖으로 어렵사리 기어나가보니 차는 도로밖 논 아래로 굴렀고,,,,

나름 동네에선 위용을 자랑하던 크나큰 표지판은 그대로 뽑혀서 도로에 나뒹굴고 있네요.

저 표지판 밟으면 큰 사고 나겠다는 생각에

입고있던 보라색 잠바를 벗어서 허공에 펄럭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 119, 보험사 등등 생각나는곳은 죄다 전화해서 불러내었고

여러사람이 모이고나니까 그 큰 표지판을 도로밖으로 밀어낼 수 있었습니다.

같이 타고있던 친구놈은 구급차에 태워 근처 병원으로 보냈네요..

 

음주측정 등등등...그렇게 현장은 대충 마무리되었고,

 

출동한 보험사 렉카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0년을 가족과 함께한 친구는 다친채로 그곳에 내버려두고...

 

손과 얼굴에 온통 얼룩져있는것들, 유리가루들을 씻어낸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습니다.

그 순간이, 그장면이 계속 오버랩될뿐이었지요.

그러다 지쳐 잠이 들었네요.

 

다음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처리는 하였지만

저녁때가 되어가니 온몸이 쑤시기 시작해서 2주간 입원도 했구요...에휴...ㅠㅠ

 

 

짜식아

니 자리는 새로온 어중간한놈이 잘 맡아주고있단다

 

너로인해 얻은 교훈도 참 많고, 어릴때부터 아부지 어머니, 내 옆을 지켜주던 너였는데...

 

마지막 가는 길 험한몰골로 떠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죽을때까지 너는 꼭 잊지 않으마.

 

 

 

-99년식 쌍용 이스타나 23만킬로 주행후  사고폐차.-

               -2012년 1월 12일 새벽 4시 48분-

 

 

 

DSC05778.JPG

 

 

 

그냥 그날, 그시간이 가까워오니 더 생각이나 끄적끄적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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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원인....아직도 모릅니다

그냥 운전석 앞타이어가 터졌다는것만 알고 있지요.

안쪽 사이드월이 면도칼로 자른듯 15센치정도가 잘려져있었을 뿐....

 

뭘 밟은건지 타이어 결함인지도 모릅니다.

 

아직도..모릅니다. 아직도 억울하구요....에휴.....

 

보험사의 차량가액 측정도 허무맹랑하더군요...

 

1년전 그당시 99년 이스타나 상태 깨끗한 매물들 500~600가량 했었는데

 

차량가액 175만원.....보험사 담당자 하는소리가 '중고차값보단 비쌀텐데요'

 

입원해있는 2주간 그냥 짜증만 나고 기분은 허하고 그랬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