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B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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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입한 R32가 하마트면 골로가는 사고가 발생할 뻔 했다.
총주행거리 30miles(48Km)의 정말 새삥하다 못해 눈물이 나올정도의 새 차를 가지고 그만... 쏘고야 말았던 것인데...
외삼촌 댁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정말 미국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아주 잘 닦인 도로다.
실리콘 밸리의 시작점으로 불리는 Palo Alto의 Page Mill Ave.는 HP본사와 그 밖의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본사들이 자리잡고 있는 왕복 4차선 도로로 제한 속도가 35mile/h(60km/h)이지만, 도로가 한적해 할머니들도 보통은 50mile이상을 달리게 된다.
푸른 계기판과 빨간색바늘의 조화는 마치 조용한 밤에 째즈를 들을 때의 기분을 들게 하며 변속시 마다 간간히 들려오는 Dual muffler에서의 '으르렁'거림은 그 도로를 정속주행하는 나에 대한 항의처럼 느껴졌다. 조금만 더 가면, Foothill Express way를 지나치고 280번 도로를 타기 전 S자의 Winding road가 나오는건 수도 없이 그 길을 다녔던 나로서는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근데, 어느새 뒤에서 Zenon 아닌 푸른 등을 한 이클립스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을 룸미러로 확인 하는 순간, '저 녀석이 시비를 걸진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자연히 들게 된건, 너무나도 튀는 듀얼머플러와 선명하게 빛나는 'R32'의 마크 때문이리라.
'젠장, 오늘은 안돼! 진짜 오늘 산 차란 말이다~'
내 옆을 스쳐가는 그 이클립스는 옆에 붙더니 의도적으로 쉬프트 다운을 하고 자신의 존재를 부풀리며 앞서 나가다 이내 내 앞으로 와서는 비상등을 켜는 망측한 짓을 하고 말았다.
앞서 가는 차는 그 이클립스를 포함해 3대... 충분히 칼질로 질러 나갈 수 있는 거리에 조금만 더가면, 내가 기대했던 와인딩이 나온다. 허나 불길하다. 에잇~! (이놈의 '에잇'이 문제다. ㅡㅡa)
6단에서의 크루징을 즐기고 있는 나의 손은 어느새 '4motion'의 글자가 선명한 쉬프트레버를 3단에 꽂아 넣고 있는데... 아... 저녀석 벌써 쏘기 시작했다. 어딜~
비상등을 켜는 모습을 보고 바로 오디오를 꺼버렸기 때문에 3.2리터에서 포효하는 으르렁 거림이 바로 그 이클립스를 쫓기 시작했다.
RPM 2천 5백에서 튕겨져 나가는 펀치력... 정말 일품이다. 아... 황홀해 지려한다. 그러나 이제 바로 꺾이는 코너... 정신 차려야지.
머리속으로 '이차는 사륜구동이야'를 외치며 과감하게 코너를 공략한다. 벌써 이클립스는 제낀거나 마찬가지다. 오늘쪽으로 돌자 마자 바로 왼쪽으로 꺾이는 그 코너 이미 머리속으로는 그 코너에서 그 녀석을 제낀다는 계산이 나오는 찰라... 어라~ 우측차선 2,3m 앞에 있는 이클립스 균형을 잃는게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으로 돌아나오고 왼쪽으로 꺾어지는 코너 진입에서 녀석의 차는 벌써 왼쪽 뒤가 떠 버린 것이다.
'돈다'
트랙션을 잃은 이클립스의 옆구리가 R32의 정면을 가로막는다. 타이어와 도로가 마찰하면서 만들어내는 회색연기가 안개속 주행과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예전의 ABS없는 뷰롱이를 떠올리며, 시동이 꺼질까봐 클러치도 함께 밟는다.
'어... 박을지도 모르는데'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멀어지기 시작했다.
제동력. 장난아니었다. 이클립스는 결국 옆의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말았다.
비상등을 켜며, 뒤에 가서 언능 뛰어갔다.
"괜찮아?"
"어, 괜찮은 거 같다. 젠장, 브레이크 타이밍이 늦었다."
"살펴가라"
"고맙다"
아주 짧게 나눈 대화였다. 다행히 그 친구,
베트남이나 중국쪽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20대초반의 백인이었다.
다친데는 없었고 차 오른쪽 뒤 테일라이트와 범퍼에 좀 피해가 있었을 뿐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친구 내가 안달렸으면 그런 일 없었을텐데... 하는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고.
4륜이라고 너무 믿고 다른 차들이랑 경쟁하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상대가 또 돌면, 나도 돌게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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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상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할려고 존대어를 쓰지 않은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오늘 저 차 샀구요~ ^^* 앞으로 잘 관리하면서 탈려구 합니다.
조만간 사진도 찍고 시승기도 제대로 써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회원님들, 안전운전 하세요~
2005.08.04 00:02:00 (*.0.0.1)
bay area 사시는군요. 전 샌프란에 사는데, R32라니 GL오너로써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지역 회원님을 만나 반갑기도 하구요. ^^
2005.08.04 00:02:00 (*.0.0.1)
저도 요즘 자기도 모르게 이미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한심할때가 생기더군요^^ 하지만 이미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기 또한 어렵죠. 한번 달리면 끝까지 달려야되기에 ... 하지만 님은 저보다 더 참을성이 없는듯..새삥을 타고 자제를 못하다니 ㅎㅎ AB형인가요?
2005.08.04 00:00:00 (*.0.0.1)
어.. 저도 같은 동네 사는데... page mill ave. 보다 그 길을 따라 쭉 따라가면 나오는 page mill road 의 와인딩이 재미있지요.. 비록 노면상태는 안좋지만..
2005.08.04 00:00:00 (*.0.0.1)
요즘은 foothill college 옆에 moody road 를 타고 page mill road 를 타고 skyline blvd. 찍고 오는데.. ㅎㅎ
2005.08.04 00:04:00 (*.0.0.1)
정말 새삥으로 잘못한 거겠죠? ^^a 참고로 전 O형입니다. 다혈질적이죠~ 나중에 대쉬보드에 참을 인(忍)자를 크게 붙여놔야겠어요~ ^^v
2005.08.04 00:07:00 (*.0.0.1)
2세대 이클립스 fwd, awd둘다 있구요. 모델명이 gst가 트윈터보에 fwd, gsx가 트윈터보에 awd로 알고있습니다..
2005.08.04 00:05:00 (*.0.0.1)
재미난 표현입니다. 즐겁게 읽었네요. 근데..배틀주행 시..상대가 큰 사고가 아니면, 그냥 가는게 더 좋아요.. 몹시, 챙피해 하거든요. ^^
2005.08.04 01:01:00 (*.0.0.1)
아는 길 이름이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Bay area에 사시는 분들이 꽤 있나보네요. ^^ 저도 Foothill expressway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