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본에 와서 살게 된 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겪어본 일본의 자동차 문화에 대해 한번 적어볼까 합니다.


일본도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땅이 넓은 편이기 때문에

도시와 지방에 따른 지역색 차이도 큰 편입니다.

이번에는 대체적으로 공통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일본은 대체로 주행거리가 적다


보통 일본 중고차들을 보면 년식에 비해 마일리지가 굉장히 짧은 편입니다.

한국은 대체적으로 중고차의 마일리지를 산정할 때 1년-2만키로 정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1년-3천키로가 기준이 됩니다.

한국에 비해서 약 1/6수준이랄까요?

특히 도시의 차량 같은 경우가 마일리지가 더 적은 편입니다.


한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이 '자동차'가 됩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경우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은 자동차가 아닌 '전철'입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자동차보다는 전철을 선호합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인에게 자동차란 '빠른' 교통 수단이 아닌 '편안한' 교통수단입니다.

자동차로의 이동은 대부분 전철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의 이동,

짐이 많을 경우의 이동.

이동 인원이 많을 경우 등입니다.


근거리 이동 역시 주차장 문제 등으로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장거리 여행 역시 유료 도로 비용과 주차비용이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전철이나 비행기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렇다보니 대체로 자동차의 마일리지가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마일리지가 9만키로가 넘으면

일부 가치가 있는 차량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시세의 절반 정도로 가격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2. 차고증명제 때문에 경차를 선호한다?


사실 이것은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도쿄와 오사카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경차 역시 차고증명을 받아야합니다.

정확히는 차고 증명이 아닌 차고 신고입니다만..

경차 역시 차량 구입 후 2주 이내에 차고지를 신고해야 합니다.

경차라고 주차장 없이 구입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신고를 면제받는 지역이라도 불법 주차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차장은 꼭 필요합니다.




3. 일본은 후방감지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본의 차량들은 99% 후방감지기가 없습니다.

아예 애프터마켓 파츠로도 판매하지 않습니다.

국산차건 수입차건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주차 사정 상 평행주차를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차시에 창문이나 도어를 열고 차선을 맞추거나 뒤를 확인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최근에는 후방감지기 대신 후방카메라는 조금씩 보급이 되고 있습니다만,

이 역시 아직 그렇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습니다.




4. 일본은 차량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제가 겪어본 바로는 일본이라고 특별하게 차량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 오일 교환 주기를 3,000km로 권장하고 있는데

이를 보고 차량관리가 철저하다고 오해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일 교환 주기를 일부러 짧게 가져가는 것이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일본의 경우 1년의 기준 주행거리가 3,000km입니다.

즉 3,000km의 오일 권장 주기는 1년마다 최소 1회의 오일 교환을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오일 교환 주기가 그렇게 짧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 

순정차들의 권장 점도가 0W20입니다.

이것도 교환 주기를 빨리 가져가는 한가지 이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




5. 일본은 올드카 타기 좋다?


물론 일본은 여러가지 면에서 한국보다 올드카 타기에 좋은 환경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자동차 세금에 대한 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은 한국처럼 연식에 따른 자동차세 감세가 없습니다.

그리고 차량의 연식이 10년이 넘으면 오히려 10%의 환경 부담금을 더 내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자동차세에도 8%의 소비세가 다시 붙습니다;;




6. 일본은 여러 자동차를 경험해보기 좋다?


이 이야기가 일본에는 다양한 자동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면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자동차 소유-판매-재구입의 관점에서 본다면 

일본에서 여러 자동차를 경험해보기 위해서는

돈이 엄청나게 많아야 합니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개인간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차량 거래의 95프로 이상은 딜러를 통한 거래를 진행하게 됩니다.

한국은 중고차의 경우,

구입가와 판매가가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일본은 그 격차가 어마어마 합니다.

왜냐면, 딜러의 자동차 매입가가 오토옥션(경매장)가격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신차의 감가 또한 엄청나게 큰 편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자동차를 매각한다면 정말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자동차 구입은 무척 신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7. 일본의 자동차는 외장 관리가 잘 되어있다


제가 보기엔 한국과 일본은 큰 차이는 없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경우, 실외주차가 대부분이라 한국보다 열악하면 열악했지 더 좋지는 않습니다.

다만, 세차를 수시로 한다는 점

(그렇지만 한국처럼 그렇게 디테일링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물수건으로 기스 나던 말던 자주 닦습니다)

공기가 깨끗해서 세워놓는 기간에 비해 많이 더러워지지 않는다는 점

버스나 트럭이 깨끗한 상태로 다닌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로위의 차들이 깨끗해보일 뿐입니다.


오히려 실외주차와 강한 햇볕 때문에 도색의 클리어가 날라간 차들이 부지기수고,

높은 공임 덕분에 웬만한 손상은 그냥 수리없이 타고 다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8. 양보운전과 기다림의 운전


한국에서 운전하다 일본에서 운전하려면 정말 인내심을 길러야합니다.

대부분의 도로가 제한속도가 40km이며,

제한 속도를 오버하는 차량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신호등이 정말 많기 때문에 수시로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사람들은 양보운전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빨리 가기 위한 자동차가 아닌만큼

운행에 있어 마음의 여유를 많이 가지고 운행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가끔은 여유가 너무 넘치는거 같아 화가 날 때도 있긴 합니다;;)




이렇게 1년 동안 일본에서 운전하면서 느낀 점을 한번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습니다.

일본에서의 자동차 문화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으시면 

조금 더 같이 이야기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