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클러치가 부럽지 않다, ZF의 2세대 6단 AT  - 오토조인스 한상기

입력시간 : 2007-02-07 오후 6:12:41  


6단 자동변속기의 시작을 알렸던 ZF의 6HP 시리즈가 2세대로 발전했다. 개선의 핵심은 연비와 변속 타임. 개선된 토크 컨버터와 소프트웨어 덕분에 연료 소모는 최대 6%가 절감되었으며, 다운시프트는 단 0.1초 만에 해치운다. 변속 시간이 구형 보다 50%나 줄어든 것이다. ZF는 2세대 6HP를 가리켜 (상황에 따라)수동 또는 듀얼 클러치의 효율을 넘어선다고 밝혔다.

예전의 자동변속기(이하 AT)는 수동변속기에 비해 비싸고, 반응도 느리며, 기름도 많이 먹었지만 소위 ‘편한 맛’으로 선택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즘 와서는 이런 말들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자동변속기가 나날이 발전하면서 수동변속기를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독일의 메이저 부품 회사 ZF가 내놓은 6HP는 자동변속기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1년 등장한 ZF 6HP는 세계 최초의 6단 AT이기도 하지만 당시의 다른 5단 AT를 압도하는 뛰어난 성능과 효율로 큰 호평을 얻었다. 6HP는 BMW 7시리즈를 시작으로, 포드와 폭스바겐 산하에 있는 프리미엄 모델에 차례로 채택되면서 현존하는 AT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ZF의 6HP는 BMW의 52%, 포드 그룹의 29%, 폭스바겐 그룹의 19%에 해당되는 모델이 채용하고 있다. 6HP는 ZF 드라이브라인 디비전의 전체 생산 중 90%를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2세대 6HP는 기존의 AT를 대신하며 세를 불려가고 있는 DCT(Dual Clutch Transmission)에 대한 ZF의 반격이라 할 수 있다. 현재 AT의 대표주자는 ZF의 6HP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의 7G-트로닉, 그리고 아이신의 8단 AT가 있다.



▲ZF의 2세대 6단 AT는 변속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연비도 최대 6% 향상되었다. 사진은 BMW 뉴 X5

연비 좋아지고, 변속 시간은 반으로 줄어

작년 BMW 뉴 X5에 처음으로 탑재된 2세대 6HP의 핵심은 연비 향상과 변속 시간의 단축이다. 이 두 가지가 좋아짐으로서 토크 컨버터가 없는 DCT와의 갭을 크게 줄였다.

ZF에 따르면 신형 6HP는 구형에 비해 가솔린은 3%, 디젤은 6% 연비가 향상되었다. 이는 BMW 차를 대상으로 ZF가 분석한 것. 트윈터보 엔진을 달은 신형 335i 쿠페의 경우 MT와 거의 동일한 평균 연비를 자랑한다. 이는 운전자가 때로는 상황에 맞지 않은 기어를 선택해 연비를 저하시키는 것에 반해 신형 AT는 소프트웨어가 똑똑해져 언제나 최적의 기어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ZF는 밝혔다.

2세대 6HP는 토크 컨버터의 개선이 두드러진다. 새로 개발된 토크 컨버터는 모든 기어에서 록-업 기능을 제공하고, 적용되는 엔진 회전수도 1,500rpm에서 1,000/1,100rpm으로 낮아졌다. 즉, 엔진의 힘이 휠로 전달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났으며, 에너지의 손실도 줄어들었다. ZF에 따르면 일반적인 토크 컨버터의 효율은 80~85% 정도지만, 2세대 6HP는 92%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운전자가 받는 느낌도 더욱 직접적이다.

반면 정지 상태에서는 토크 컨버터의 연결이 끊어져 AT 특유의 크리핑 현상이 없고 그만큼 연비에 유리하다. 토크 컨버터는 새 댐퍼 시스템(디젤은 트윈 TD(Torsional Damper)) 덕분에 작동이 한결 빠르며, 진동과 변속 충격도 줄어들었다.

또 다른 장점은 대응 토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베이스 모델인 6HP-21은 1세대의 19 모델 보다 대응 토크가 5.1kg.m 높아진 반면 무게는 1kg 증가에 그쳤다. 반면 상위 모델인 6HP-34는 대응 토크가 10kg.m 이상 높아진 86.5kg.m이지만 무게는 99kg으로 동일하다.

모델에 따라 무게는 미세하게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성능이 크게 올라갔기 때문에 여전히 AT 중에서 최고의 상품성을 자랑한다. 유압으로 작동되는 오일 채널들의 통로가 짧아지고 넓어진 것 때문에 발생하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2세대 6HP-21과 28은 BMW X3(E83)과 3시리즈 쿠페(E90)에 쓰이고 있으며, 대용량 엔진에 사용될 6HP-34는 아직 생산 전이다.



▲개선의 핵심은 새 토크 컨버터와 진보된 소프트웨어이다

* ZF 6HP의 대응 토크와 무게

1세대 대응 토크 무게
6HP-19 40.7kg.m 72~77kg
6HP-26 61.1kg.m 84~89kg
6HP-32 76.4kg.m 99kg

2세대
6HP-21 45.8kg.m 73.5~78kg
6HP-28 71.3kg.m 92.5kg
6HP-34 86.5kg.m 99kg

0.1초 만에 변속 완료!, 완벽한 스킵 기능까지

2세대는 기어를 건너뛰는 스킵 기능도 새로 추가되었다. 1세대도 스킵이 가능했지만 4-3-2단과 같이 중간 기어를 거쳐야 했다. 반면 2세대 6HP는 완벽히 기어를 건너뛰면서 스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토매틱 모드에서 6→2단, 5→1단으로 다운시프트 할 때도 곧바로 하위 기어에 물린다. 순차적으로 변속해야 하는 DCT와 크게 구별되는 점이다.



▲디젤 엔진에는 트윈 댐퍼를 사용해 변속 충격과 진동이 더욱 줄어들었다

다운시프트 시 걸리는 시간은 단 0.2초로, 현존하는 AT 중 가장 빠른 수준이며 구형보다 50%나 빨라졌다. 6단에서 2단으로 건너뛰는 스킵시프트 시에도 0.1초만이 필요해 이 부분에서만큼은 폭스바겐의 DSG를 능가한다.

기어박스를 관장하는 TCU(Transmission Control Unit)와 엔진을 컨트롤 하는 ECU(Engine Control Unit) 사이의 통신도 더욱 원활해지고 빨라졌다. TCU와 ECU의 긴밀한 통신 덕분에 변속 충격은 더욱 줄어들었다. TCU는 운전자의 운전 성향과 차량의 속도, 차의 부하 등 모든 조건을 순간적으로 연산해 최적의 기어를 찾아낸다.

2001년 6HP로 AT의 다단화 바람을 일으킨 ZF. 메르세데스 7G-트로닉과 아이신의 8단 AT가 나온 지금 역설적으로 그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하지만 CSM 월드와이드에 따르면 ZF는 8단 기어의 8HP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8단 AT는 2009년에 나올 신형 7시리즈에 처음 쓰일 예정. 따라서 ZF도 렉서스에 이어 8단 AT의 대열에 동참한다.

한편 GM도 8단 AT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이 소문은 작년 8월 8일 GM이 ‘8-Speed'를 상표 등록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만일 GM까지 8단 AT를 내놓는다면 수년 후 다시 한 번 AT의 다단화 전쟁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오토조인스 한상기 [sangkiha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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