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8엔진은 다른 형식의 엔진들에 비해 남성적인 엔진입니다.
낮은 저음과 적당한 진동은 때론 저를 미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이지요.
 
무조건 크다고 강하고 야성적인 것은 아닙니다.
사람도 덩치가 커도 순해보이는 경우가 있고, 야성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고, 실제의 인격에서도 차이가 크지요.
 
제 경험으로는 V8은 4리터 이상이 되어야 V8 특유의 저음과 야성미가 연출이 된다고 봅니다.
저 배기량 8기통 엔진은 펀치가 없고, V8을 바라보며 기대하는 터프함은 전혀 느낄 수 없지요.
 
이번에 시승한 RS6에 장착한 아이젠만 머플러는 제품 이름에서도 정말 독일스럽기 그지 없을 정도로 게르만 냄새가 강렬합니다.
 

E39 M5도 그렇지만 V8엔진에 배기튜닝을 하면 두가지 경우의 수로 특성이 연출됩니다.
하나는 저음이 강조되고, 공회전 부근에서 클러치를 연결할 때 웅장한 저음을 만들지만 회전이 올라가면 순정때와 비슷한 느낌...
 
두번째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배기진동을 시작으로 고회전까지 으르렁대는 야성미를 그대로 연출하는 경우입니다.
 
대개 두번째와 같은 머플러는 초반에 너무 시끄러워 시내주행에서 머리가 아프기도 한데, 이번에 시승한 차는 출발할 때 좀 강하게 밟아도 실내를 울리는 불쾌한 공명이 없고, 회전수를 올려도 으르렁대는 성격이 그대로 남아 있어 운전의 재미를 높여주었습니다.
 

V8엔진은 존재감부터가 6기통이나 4기통하고는 틀리기 때문에 범상치 않은 차가 으러렁대는 저음을 토해내며 달려들 땐 정말 무시무시한 느낌을 줍니다.
 
몇몇 엔진들을 제외하고는 미제 V8엔진은 초반에는 요란하지만 회전수를 올리는 재미가 전혀 없는데, 반해 독일제 엔진들은 미제 엔진들보다 유연하고 고속에서 압축감이 좋아서 속도를 낼수록 재미있지요.
 

아이젠만은 RS6의 V8엔진의 배기음을 가장 아름답고 멋지게 연출하는 머플러라는 생각을 한 이유는 예전에 오스트리아 제펠트에서 아우디 드라이빙 스쿨을 했을 때 함께 했던 RS6의 순정 스포츠 이그조스트2의 음색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적용이 안된 독일 내수형에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사양이었지요.
그때 그차를 보면서 순정으로 저런 음량을 팩토리에서 소화해낼 수 있다는 대담성에 놀랐었는데, 아이젠만이 그러한 느낌을 제대로 연출해주었습니다.
 
RS6는 그냥 타도 재미있고, 신나는 차이지만 배기튜닝을 해놓은 RS6는 자꾸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타게 만듭니다.
 
저도 언젠가는 제가 원하는 V8엔진이 장착된 차에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배기음을 만들어서 타는 꿈을 세삼 꾸게한 시승이었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