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동호회에 올린 글이라 재규어 이야기가 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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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어로 문짝 네 개를 '콰트로포르테'라고 한답디다.
이익렬 님의 소개로 럭셔리 스포츠카인 마세라티를 시승했습니다.
너무나도 멋진 쿠즈 플러스 건물은 모두 유리로 만들어져 있더군요.
페라리와 마세라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모든 층이 바닥까지 유리로 되어 있어서 3층에서도 1층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으로 1층에서 3층의 모습도 볼 수 있고요.
(남자라면 여기서 어떤 상상을 하게 되지요. ^ ^; )

일단 차량을 구경했습니다.
역시 럭셔리했고요.
색상은 개인적으로 은색이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은색에 들어간 메탈릭 펄이 차갑지 않으면서 우유빛을 띤다고 할까요.
백상어를 닮은 모습이 아름답고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휠하우스 끝선은 마치 지느러미를 연상케합니다.
익스테리어 디자인 나무랄데 없이 고급스럽고 럭셔리합니다.
휠하우스의 흡음재도 고무 코팅 등이 아닌  카펫 형식으로 되어 있더군요.
"진흙탕에서 이 차를 굴린다면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덕분인지 로드 노이즈는 매우 억제된 기분입니다.

인테리어는 마감이 상당히 꼼꼼했고, 단정한 느낌이더군요.
실내 분위기는 부드러우면서도 아늑합니다.
시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껏 본 시계중 가장 예쁘더군요.
평상시 군청색-남색 이었다가 시동을 켜면 녹색으로 변합니다.
계기판의 조명은 청록색인데 색상이 매우 고급스럽습니다.

스포티한 모습은 계기판과 운전자에게 들이미는 듯한 핸들에서 쉽게 느낄 수 있었고요.
운전대의 각도가 스포츠 드라이빙에 적합한 것 같더군요.
윈도우 조작 스위치는 눌리는 깊이가 짧지만 절도있게 작동하게 되어 있어서 마세라티의 반응성이 직관적이면서 매우 빠를 거라는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 그런데, 실제로 시승해보니 허황된 기대였다는..- -; )
재규어랑 비슷하다는 쿨만님의 말씀처럼, 주행감성도 그렇고, 인테리어가 아늑하면서도 직관적이라는 면에서 재규어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 자리에 비해 뒷 자리가 더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뒷 자리가 등받이 각도 조절 및 안마기능도 있고, 앞좌석 등받이에 플라스틱 커버와 수납공간이 있어서 뒷 자리에 있으면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듭니다.( 차주가 기사처럼 보일지도?)
그러나, 쇼퍼 드리븐 카라기 보다는 귀한 손님 모실 수 있는 고급 스포츠카 같더군요.

새차 냄새는 적당히 기분 좋은 정도입니다.( 재규어랑 비슷하나 더 온화한듯.)
시트 착좌감이 좋았고, 가죽과 쿠션도 부드럽더군요.
써스펜션이 딱딱하면 시트 쿠션이 승차감을 상당히 좌우하는데, 마세라티의 가죽 시트는 부드러운 편이면서 탄탄하게 몸을 잡아주었습니다.
썬블라인드 옆에 플랩이 따로 달려 있어서 특이했습니다.
그런데, 블라인드 내에 거울은 지금까지 제가 본 거울중 가장 형편없더군요. - -;


최대리 님께서 차량의 조작 설명을 위해 직접 시동을 걸어주셨는데, 스타트 모터가 돌기 시작한지 한참만에 강렬한 엔진음이 들리면서 "아.. 내가 마세라티를 시승해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숙성은 매우 좋았습니다.
방음도 잘 되어 있어서 창문을 닫으면 조용한 편입니다.

엑셀러레이터는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엑셀 페달에서 힘을 빼면 즉시 rpm이 떨어지더군요.
시간이 없는 관계로 주행은 조금밖에 못했습니다.
세미오토 F1 shifter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시승이 끝나버렸습니다.
퇴근길이라 차량이 많아서 속도를 내기는 곤란했지만, 조금만 길이 뚫려도 금새 X70km/h까지 바늘이 올라가더군요.
습관대로 4000rpm 정도에서 변속을하니 변속기가 좀 버벅거리더군요.
마치 너무 이르게 변속한다고 질책하듯이... 물론 저도 버벅댔지요. ^ ^;
좀 더 기어를 잡아두고 있다가 대략 5000rpm 이상에서 변속해야 부드러운 변속이 이루어집니다.
2-3단의 가속력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매우 파워풀한 가속력은 인상적이었지만 기어 변속의 느낌은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더라... 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BMW의 SMG2 처럼 즉각적으로 변속이 이루어지는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재규어의 J-gate처럼 일정한 반응시간을 두고 예측가능하게 변속을 하는 것도 아더군요.
하지만, 콰트로포르테에서 의도한 운전 스타일에 젖어들면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봅니다.
변속 충격이 유쾌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풍기는 컨셉트와 달리 굳이 세미오토를 선택했던 이유는 트랜스액슬 구조를 계승하고 동시에 엔진의 높은 토크를 견디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속감은 매우 강렬했습니다.
얼마 안가서 중독될 것 같은 가속력.
브레이크는 매우 부드러우면서 조작이 쉽더군요.
브레이킹 필은 재규어처럼 부드럽지만 더 리니어한 반응을 보이며 노즈 다이브를 거의 못느꼈습니다.
승차감은 좋은 편입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댐핑 세팅이 바뀐다고 하던데, 직선 위주로 달려서 그런지 별 차이를 못느꼈습니다.
아마도 급조향이나 코너링 시에 차이를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전반적인 느낌은 마치 벤츠와 재규어를 섞어놓은듯 합니다.
최근의 BMW 같기도 하지만, BMW 보다는 조향이 훨씬 부드럽고 긴장감이 적습니다.
스티어링의 초기 반응이 민감하지 않지만 조향성이 좋은 것은 재규어와 닮았더군요.( 재규어 XK8과 비슷할듯.)
급차선 변경은 못해봤지만, 컴팩트 세단인 제 차와 큰 차이를 못느꼈습니다.
써스펜션은 부드러우면서도 그립을 놓치지 않는 노면 추종성이 놀랍더군요. 
벤츠 CLS 350과 재규어의 스포츠 써스펜션(X-type Sport)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만, 노면 추종성이 더 뛰어나더군요.
꿀렁거림 없이 노면 기복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빨리 달리다가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 들어섰을 때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장에 돌아와 엔진룸을 열었을 때는 왜 이차가 럭셔리 카인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변속을 오토모드로 두었을 때에도 변속이 그다지 부드럽지 못한 것은 이 차가 특별한 성향을 가진 계층을 타겟으로 삼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승차감까지는 럭셔리 세단에 가깝지만, 변속감만은 퓨어 스포츠를 지향한다고 할까요.
마세라티와 재규어의 공통분모를 발견한 것 같아서 인상 깊은 경험이 되었네요.
아름다운 디자인,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여타의 편의 장비 보다는 자동차 본연의 드라이빙 필로 만족을 주는 차..
두 메이커는 추구하는 바가 비슷하지만, 재규어는 세단 취향, 마세라티는 스포츠카 취향 쪽으로 더 치우친듯 합니다.
주행감성은 재규어가 좀 더 부드럽고, 양념을 적절히 친 것 같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그래서 재규어가 자동미션을 고집해왔던  것인지도..( 최근에 들어서야 수동 미션을 내 놓고 있지만, XJ와 XK는 아직도 자동미션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너무 짧은 시승이었는데, 섣불리 여러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다음에 더 느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