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카이런 시승응모를 했더니 오늘 오후에 시승을 하라고 하더군요.
간단하게 40km 정도 시승을 했습니다.
보통의 시승과는 달리 혼자서 차를 타고 다녀오라고 해서 아주 부담없이 유쾌하게 시승을 했습니다.
 
 시승차는 LV7 고급형 AT였습니다.
영업사원 말로는 여기에 썬루프만 추가한 사양이 가장 인기라고 하더군요.
 
 1. 디자인
 워낙 주관적인 면이 많이 개입될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악평과 달리..
저는 카이런의 디자인은 비교적 잘 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모습에서 범퍼와 헤드램프 사이의 가로 인테이크 홀은 좀 현란해서 맘에 걸리긴 하지만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구요.
생각보다는 라이에이터 그릴 부분이 돌고래 머리부분처럼 꽤 부풀려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옆모습은 아주 역동적으로 잘 디자인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쏘렌토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난감한 건 역시 뒷모습, 정확히는 테일램프 디자인인데요..
정말 저두 맘에 들지 않더군요.
멍청해 보이기도 하고..
Subaru B9 Tribecca처럼 가로로 길게 디자인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전반적으로 익스테리어는 개성이 있다는 점에선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쏘나타처럼 디자인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더 어필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인테리어는 상당히 괜챦았습니다.
약간 비뚤어진 오디오나 공조장치가 실제 타보면서 조작해 보면 그런 인상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엣지를 둔 일관된 디자인이 맘에 들더군요.
외관의 아주 직선적이지는 않아서 조화가 되느냐의 문제에선 좀 생각해 볼 부분은 있는 듯 싶습니다.
굳이 지적하자면 시계의 폭이 좁아 시와 분을 분리해서 세로로 넣은 면은 좀 엽기스럽더군요.
전반적인 시인성과 조작성에선 아쉬울 만한 부분이 별로 없었습니다.
굳이 꼽자면 파킹브레이크를 푸는 레버의 작동감은 정확하지만 좀 싼 티가 나기는 하더군요.
디테일적인 측면에선 변속기 부분 등에 기교를 많이 부렸는데, 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의외로 쌍용차의 마무리도 상당히 괜챦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대차보다 낫다고는 못해도 유사한 수준에 오른 듯 싶었습니다.
과거 쌍용차는 재질의 고급성이나 완성도에서 틈새가 균일하지 않는 등 디자인이 괜챦더라도 지적할 부분이 제법 있었던 면이 있었는데 많이 개선되었더군요.
굳이 맘에 안 드는 면을 찾자면 A필러의 재질이 너무 딱딱하더군요.
앞좌석의 뒷 맵포켓 위의 재질 또한 딱딱한 플래스틱이더군요.
나중에 충돌사고 시에 앞좌석 승객의 두부나 뒷좌석 승객의 무릎의 안전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싶은 걱정이 들었습니다.
제가 탄 차는 직물시트였는데, 재질은 솔직히 별로였고, 싸이드 써포트도 좀 부실했습니다.
대부분의 국산차들이 싸이드써포트가 약한데 실제로 국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그런 시트를 선호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에어컨의 성능은 상당히 괜챦았고, 2단 CDP내장 오디오는 순정으로는 무난한 성능을 내지만, 그다지 귀가 민감하지 않은 저에게도 조금은 아쉬움을 주더군요.
대부분의 순정오디오가 내는 성능에서 별로 다른 면은 없습니다.

 
 2. 시승
 혼자서 차를 타고 오라는 말에 왜 그렇게도 기쁘던지요..^^
2-30분 정도 타고 오라는 말에 분당까지 다녀오겠다고 했더니 흔쾌히 승락을 하시더군요.
차를 몰고 5분 다니니 주유계에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경고등이 들어오고도 시내에서 최소 30km는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애써 무시하고 맘대로 몰기로 했지요..^^
 
 차를 좀 무리하게 몰아봐야 짧은 시간에 많이 파악할 수 있다는 소신대로 제 차 몰듯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정확히 파악하기엔 부족한 시간이겠지만서두요.
좀 칼질도 했고 급가속/급제동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거칠게 몰지는 않습니다만..
참고로 저는 SUV를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 몰아본 차가 없습니다.
갤포퍼 논터보 수동, 인터쿨러 자동, 코란도훼밀리 수동, 무쏘 230 수동이 제가 몰아본 SUV 전부네요.
한마디로 얘기해서 커먼레일 디젤엔진의 SUV는 몰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 흔한 커먼레인 디젤차에 동승한 적은 많아도 직접 몰아본 적은 처음이라 차를 구입하려는 분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되는 시승기일 듯 싶습니다.
 
 우선 시내에서 막히다 가다를 되풀이하는 길에서 몰아본 느낌은 역시 저회전 토크가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에서는 분명 벤츠 미션을 써서인지 한템포 쉬고 쭈욱 나가게 세팅이 되어 있더군요.
아주 민감한 터치만으로도 응답성이 좋은 차들도 많은데, 뭐 그건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닌 듯 싶네요.
특이한 것은 엑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기가 무섭게 rpm이 뚝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상당히 낯설은 세팅이었는데 디젤차의 특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제가 몰아본 어떤 차도 그렇지 않아서 무척 낯설었습니다.
엔진은 2천rpm부근부터 확실히 힘이 붙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보다 낮은 회전영역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2천rpm을 넘겨야 뿌듯한 토크감이 전해져 오더군요.
엔진소음은 4기통 휘발유엔진보다 확실히 좀 더 시끄럽긴 했습니다만 예전 디젤엔진들보단 훨씬 조용했고 특히 진동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디젤엔진치고는 부드럽고 힘도 괜찮았습니다.
 
 구룡터널-분당간 도로에서 속도를 내 보았습니다.
애초에 토요일 오후라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차들이 많지 않아 고속성능을 적당히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내본 최고시속은 165km 정도였습니다.
디젤엔진답게 레드라인이 낮기 때문에 자주 변속이 이루어져서 가속에서는 좀 손해를 봤겠지만, 실제 느낌은 괜챦게 잘 나간다였습니다.
150km/h까지는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잘 나가고 그 뒤로는 확실히 가속감이 줄기는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가속은 이루어졌습니다.
급가속 시의 엔진소음은 적당히 시끄러운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소음에 민감하지 않은 저로서는 괜챦았다고 생각합니다.
 
벤츠의 T-Tronic AT는 명성대로 아주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여 주었습니다.
MT에 비해 264만원이나 비싼 옵션답게 변속 충격도 없었고, 아주 부드럽게 전영역에서 차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특히 수동모드에서의 반응은 정말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을 하였습니다.
토크가 높아 고단으로 저속에서 다녀도 답답하지 않은데 이 것이 디젤 엔진의 매력 중 하나인 듯 싶습니다.
오토모드로 놓고 운전하면 일상적인 가속 시에는 오버드라이브인 5단으로 잘 내려가지 않더군요.
TCU의 세팅이 상당히 맘에 들었습니다.
순전히 크루징할 때가 되던지 아니면 150km/h이상으로 달려야 5단으로 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토크가 큰 디젤엔진답게 가속하면서 시프트 노브를 만지면 토크컨버터가 돌아가는 미세한 진동을 느낄 수 있지만 불쾌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이런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단연코 AT였습니다.
 
 영업사원은 하부의 소음이 매우 억제되었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전반적으로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은 두드러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디젤엔진이라 상대적으로 엔진음에 파묻힌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써스펜션 세팅은 상당히 무난한 듯 싶습니다.
렉스턴보다는 확실히 좀 단단한 듯 싶으나 쏘렌토보다는 조금이나 더 부드럽지 않나 싶습니다.
생각보다 앉는 자세가 훨씬 높아서 심리적으로 불안했지만, 고속 코너링에서도 그다지 불안한 거동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려면 국도에서 코너링을 해봐야 알겠지만, 유턴하는 등의 모습에서 허둥대는 느낌은 크지 않았습니다.
 
 방향지시등 레버 끝에 있는 스위치를 살짝 누르니 비상등이 3회 깜박이더군요.
사과나 감사의 표시로 비상등을 켜는 한국 운전문화에서는 센스있는 아이디어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워셔노즐은 정말 앞 윈드쉴드 전체에 골고루 분사되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3. 총평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수준보다 훨씬 괜챦았습니다.
렉스턴의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비하면 훨씬 구매가치가 있을 듯 싶습니다.
오히려 렉스턴과의 판매간섭이 심히 걱정됩니다.
실내공간에서 쏘렌토보다는 확실히 넓고 렉스턴과 비슷한 수준인데..
가격표를 정확히 비교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옵션을 빼고 훨씬 저렴한 수준에 나왔기에 렉스턴의 구매가치가 심히 의심스러워졌습니다.
저도 렉스턴 가격에 거품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선 렉스턴은 VGT를 달던지 더 큰 배기량의 엔진으로 차별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판매가 좀 줄 듯 싶습니다.
 
 배기량 세제가 바뀌면서 2000cc 이상의 디젤 SUV 수요가 크게 줄어 그 비중이 높았던 쌍용차로선 타격이 큰 상황에서 카이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만 8년이 되어가는 체어맨이 선전하고 있지만 카이런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해 보입니다.
 
  세단을 타겟으로 하는 SUV라면 프레임을 안 쓰는 모노코크 섀시를 써야겠지만, 플랫폼 개발에 부담을 느끼는 쌍용차의 고충도 이해가 가고..
그런대로 괜챦은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