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코엑스몰에서 행사가 있어 들렀다가 청담동 푸조 전시장에서 407 HDi를 짧은 시간 시승하게
되었습니다. 
 
주말이다 보니 차가 많아 청담동 사거리에서 남부순환로를 거쳐 영동대로로 돌아오는 코스만을 돌았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서 첫느낌은 앞유리가 저만치 앞에 있는 꼭 트라제와 같은 미니밴
을 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A필러가 상당히 전방에 있고 그로인해 옆창문에 분할바가 있는
것이 아주 오래된 차에서 보던 것이었습니다.
 
몸에 맞춰 시트를 조절하는데 이상하게 레그룸이 얕은 것인지 184인 제 키에는 팔과 스티어링에 몸을 맞추고 나니 다리가 거의 90도로 꺾어지는 자세가 나오고 다리를 페달에 맞추면 팔이 스티어링에 닿지 않는 이상한 자세가 되더군요. 경쟁 클래스인 아우디 A4나 BMW 3시리즈를 타봐도 몸에 딱 맞게 조절된 것에 비하면 407은 스티어링휠 위치에 비해 레그룸이 매우 좁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동을 거니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느껴지지만 같은 커먼레일 디젤차인 싼타페 등과 비교하면 많이 정숙하고  rpm을 올려도 거슬릴 정도의 소음은 아니었습니다. 성인 4명이 탑승을 했는데 초반느낌은 많이 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동 4단에 수동모드가 있어 수동모드로 바꾸고 토크특성을 보니 2000rpm은 넘어야 토크감이 살아나는 타입인데 자동모드에서는 웬만큼 밟아서는 2500rpm을 넘지 않아 상당히 둔해서 수동모드로 바꿔 2500rpm 이상을 유지하면 시원한 토크감이 느껴지나 4000rpm을 넘어서며 금방 떨어지는 디젤터보의 아쉬운 점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최대토크가 32kgm으로 3.0급 휘발유 엔진의 토크와 맞먹는다고 광고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지속력이 떨어지기때문에 마력은 고작 2.0 휘발유 수준인 138마력입니다. 토크와 마력의 이해가 중요한데 토크는 순간적인 힘의 크기이고 마력은 단위시간동안 한 일의 양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마력이 높은차가 가속력이 좋게 나옵니다. 즉 1-2초간의 아주 짧은 시간동안의 가속력을 본다면 407 HDi도 좋게 느껴지지만 보통은 40-80, 80-120 등 넓은 구간의 가속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407 HDi는 일반 2.0 오토 세단의 성능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죠.
 
포르쉐의 팁트로닉이 적용되었다는 변속기의 모드선택 스위치를 스포츠모드로 바꾸고 몰아보니 변속이 3500rpm 정도의 거의 레드존 수준에서 변속이 되더군요. 노말 모드보다 변속시점이 약간 늦어지는 일반적인 스포츠모드와 달리 극과 극이었습니다. 노말모드에서는 엄청나게 둔하고 스포츠모드는 지나치게 고rpm을 유지하고 중간이 없었습니다.
 
서스펜션의 경우 A4나 기타 독일차와 같이 단단한 편이었는데 바둑판과 같은 강남에서는 코너링을 할 일이 없어 테스트는 못해봤지만 안좋은 노면을 잡소리 하나 없이 통과하는 것은 칭찬할 부분이었습니다만 JBL 오디오라는 OEM 오디오의 음질도 별로였고 CD 체인저 옵션도 없고 풀오토에어콘의 경우 별도의 에어콘 스위치가 없는 등 자잘한 편의장비가 부족하더군요.
 
브로셔에는 DPF라는 필터를 적용해서 매연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하지만 영업사원이 주차할 때 지켜보니 매연이 국산 디젤차와 다름없을 정도로 나오더군요. 휘발유차보다 이산화탄소는 적게 배출하겠지만 질소산화물이나 매연에서는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4800만원이라는 차값과 2.0 가솔린 모델이 4100만원으로 700만원의 차값이 차이나지만 마력은 비슷하고 소음과 진동에서 불리하다면 굳이 이 차를 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인연비 16km/l와 10km/l를 적용해서 1년에 2만키로를 탄다고 해도 연간 연료비 절감액 150만원 정도인데 디젤차라 환경부담금을 내는 것을 고려해서 계산한다면 차값 700만원을 회수하려면 5년 이상 걸리는데 과연 5년동안 그럴 필요가 있냐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4천만원 넘는 차를 사는 입장에서 연간 기름값 백몇십만원에 연연한다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푸조, 르노의 경우 유럽차 중 가장 전위적인, 기존의 상식(세단은 3박스)을 깨는 디자인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느껴지는 것은 인체공학적이거나 실용적인 면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전시장에서 푸조 206CC에 앉아봤는데 높은 차고에도 불구하고 오픈한 상태에서 머리가 윈드실드 글래스 보다 위에 올라오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엘란을 탔을 땐  안그랬는데 206CC를 탔다간 헤어스타일 다 망가지겠더군요..ㅎㅎ
 
유럽에서는 디젤차가 더 많이 팔린다고 하는데 우리보다 더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차가 없는데도 그런 것이 궁금한 한편 현재 국내의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체계 하에서도 큰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오늘 시승에서 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