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35 Coupe 에 대한 기대가 컸는지 괜찮은 스포츠카 라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 그 기대 이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상하지도 못한 M35 는 나에게 자동차는 퓨어(pure) 아니면 이동수단이라고 고집하던 흑백논리를 서서히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앞 뒤 범퍼를 줄여 논 SM7 아니 일본 닛산 티아나와 차체크기나 실루엣이 비슷하다. 티아나가 심플하다면 M35 는 화려하면서도 건장하고 단단한 남성 이미지다. 일본 내수 이름은 닛산 Fuga.
 
실루엣까지 비슷하고 M35 에 들어가는 VQ35 시리즈 엔진까지 같으니 단지 티아나/SM7 의 후륜구동 고급 력서리 버전의 차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두 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 별개의 것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이전의 차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독창적이고 입체적으로 과감하게 디자인된 대시보드와 Y자 형태로 두껍게 내려오는 센터터널 때문에 운전석 공간이 다소 좁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운전에는 문제없다.
 
거의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는 센터 페시아의 버튼 가운데로 마치 iDrive 를 겨냥한 듯한 조그셔틀이 눈에 띤다. 작동방식은 전혀 달라 커다란 액정화면으로 보여주는 매뉴를 통해 몇 번 조작해보면 쉽게 익숙해진다.
 
실내의 전체적인 마무리나 질감 그리고 디자인은 최근에 타보며 감탄했던 VW 페이톤 또는 독일산 최고급차급 실내 수준까지 따라와 있다. 또한 short-throw 스타일의 수동기어 같이 짧은 레버는 느낌이 좋다.
 
일요일 새벽 2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양재 만남의 광장을 지나 차량통행량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레 가속을 한다. 몇 대 추월하며 1차선으로 차선을 바꾸어 달리는데 시속 170km를 가리킨다. 체감으로 느끼기에는 시속 120km 정도.
 
앞이 텅 빈 고속도로를 보면서 저절로 오른발에 힘을 주어 남아 있던 액셀 페달을 모두 밟았다. 시속 220km ......(230km 에서 리밋 걸림)
 
남은 알피엠을 보니 충분히 더 속도가 날 기세였지만 저 멀리 1차선에서 마냥 정속 주행을 하고 있던 차를 발견하고 더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미 탄력 받아온 속도를 줄이고 싶지 않았다.
 
시속 200km에서 최대한 부드럽게 차선을 바꾸며 다른 차 사이를 통과한다. 간간이 좁은 틈을 치고 나갔지만 최대한 다른 차들을 놀래거나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고속으로 차선을 바꾸는 동안 차의 앞머리가 먼저 치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4바퀴 조향장치를 달고 있는 것처럼 앞뒤차체가 동시에 옆 차선으로 수평 이동되는 탄탄한 느낌이다.
 
시내주행때 느꼈던 세단의 승차감이 살아 있으면서 너비 245mm 의 45 시리즈 순정 18인치 타이어가 노면을 읽으며 이를 앞 더블 위시본과 뒤 멀티링크 구성의 탄탄한 하체를 통해 거르면서 운전자에게는 적당한 정보를 전해 준다.
 
판교IC 에 못 미치는 지점, 약간의 내리막 중간쯤에 첫 번째 표지판을 지나면서 바로 시속 100km 과속 카메라가 하나 나온다. 다른 차를 운전할 때마다 늘 이곳에서 풀드로플로 내리막을 질주하다가 첫 번째 표지판 밑에서 풀브레이킹의 3/4 정도만 하면 과속카메라를 시속 100km으로 지날 수 있다.
 
시내주행 때부터 간간이 느꼈던 브레이크 성능을 믿으며 일부러 첫 번째 표지판을 지나고 브레이크 포인팅을 약간 늦추며 잡았지만 예상대로 쓸데없는 거동 없이 시속 200km에서 100km 로 바로 줄여 준다.
 
안 그래도 느끼는 체감속도가 낮은데 시속 200km 으로 내달리다 시속 100km 로 낮추니 체감속도는 시속 50km 정도다.
 
판교 IC 로 집입하기전 다시 가속을 한다. 킥다운을 하면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4천 rpm 부근에서 변속되면서 스트레스 없이 시속 200km 근방까지 일정하게 올라가는 가속빨덕에 약간 과장하면 마치 하늘에서 물고기를 보고 물속으로 하강하여 낚아채는 바다새처럼 저 멀리 앞서 달리는 차들 사이의 틈이 보이면 그대로 달려가서 찔러 넣을 수 있다.
 
비가 온 뒤, 노면이 약간 젖어 있어 한계 상황에 더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판교 IC 로 빠져나가는 270도의 2차선 인터체인지에 달려오던 속도를 줄이며 차를 던져 넣었다.
 
일정한 R 의 연속이 아니라 처음에 크게 한번 우측으로 꺾이는 곳에서 약간의 브레이킹후에 가속을 하는데 노면이 안 좋았는지 살짝 튀기면서 차의 뒤가 약 20cm 정도 흐르는 느낌이 난 후에 바로 VDC 가 작동한다.
 
파워가 살짝 죽으며 자세를 잡고 차는 그대로 돌아나간다. 그러면서 계속 한계에 도달하는데 VDC를 켜고 달렸음에도 꽤 오버스티어 기운이 느껴졌다. 돌고자 하는 코너 안쪽으로 앞머리가 더 꺾여 들어간다.
 
이대로 M35를 주차하고 집에 들어가기에는 이미 나의 몸도 M35 의 엔진도 후끈히 달아 올라있었다.
 
새벽에 어슬렁 돌아다니기를 한시간...새벽3시...
 
차가 하나도 없는 넓은 도로 교차로 한가운데... 홀로 U 턴 차선에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
 
신호를 받으며 VDC를 끄고 90도 정도 돌면서 드로틀을 열자 뒤가 휙 돌아간다. 그대로 엑셀을 밟으며 카운터로 잡고 약간 늦게 풀자 다시 반대방향으로 뒤가 흐른다...순간 아찔하면서도 괘감이 몰려온다...
 
이번엔 다시 유턴을 하며 일부러 카운터를 치치 않고 그대로 360도 턴... 스티어링을 풀었다 놓으며 다시 탄력을 받아 180도 더 돌았다. 커다란 4도어 세단의 차체의 뒤가 돌아가니 움직임도 크고 박력 있게 느껴진다.
 
물론 코너마다 VDC를 끄고 코너에서 날려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시승차로 인도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아서 몇번의 도넛으로 만족하고 다시 VDC를 켜고 달렸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동기능을 더한 변속기다. 수동적으로 기어를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다운 쉬프시에 순간적으로 회전수를 올려 들어갈 기어의 회전수와 자연스럽게 일치한다. 자동 미션 기반의 Z4 3.0 나 330 클럽 스포츠에 있는 SMG 와 비슷한 성격이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페라리같은) 수동 미션 베이스 시퀀셜 기어의 다운 쉬프트 레브 매칭을 많이 따라갔지만 아직 기계적으로 변속되어 몸에 와 닿는 느낌은 덜하다.
 
커다란 화면에 컬러풀한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트립컴퓨터는 대게 수입차들이 L/100km 로 연비를 표시하여 늘 머리아프게 계산하도록 만들었던 것에 비하면 인피니티 M35 는 자신있게 km/L 로 표시한다. 고속도로에서 제한 속도로 정속 주행하면 7-8km/L 그리고 박력 있게? 달리면 5km/L 로 떨어진다.
 
M35를 소유한다면 잘 달리는 성능과 뚝뚝 떨어지는 연비 사이에서 하루에 몇 번씩은 고민할 듯 싶다.
 
시승하기 전 당연히 G35쿱 이라고 대답했겠지만 이틀간 G35 쿱과 M35 세단을 번갈아 운전하고 난뒤, 지금 주저 없이 M35 세단을 고를 것이다. 물론 G35 쿱이 6단 수동에 어느 정도 튜닝을 더할 예정이라면 얘기가 틀려질지 모르지만 단지 둘 사이 비교에서 M35 는 고급세단이 가지는 메리트와 함께 G35 쿱 오토가 가지는 운동성능 또한 모두 포함하고 있다.
 
 
M45 V8 4.5L 338hp/6400 47kg.m/4000
M35 V6 3.5L 280hp/6200 37kg.m/4800 (VQ35DE)
 
Beyond the Limit ...
 
 

저의 아파트 제일 밑층의 주차장은 3자리에 두대씩 주차합니다.! (문 안찍힐려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