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뉴 싼타페와 함께 시승했던 그랜저 3.3의 시승기를 올려봅니다.
겨우 20분 정도의 짧은 시승이기에 그랜저의 많은 것을 느끼기에는 많은 부족한 면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는 차를 왠만큼이라도 제대로 알려면, 반나절 정도 고속도로와 와인딩 코스, 시내주행 등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지만, 여건이 쉽지는 않지요.
테드에도 김민욱님이나 윤명근님처럼 그랜저 3.3을 애마로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을텐데 어떻게 느끼시나 궁금하군요.
 
 이전 싼타페를 3-40분 동안 여유롭게 시승하고 왔더니 영업사원이 몸 달아 있었습니다.
보통은 5분 정도나 시승한다면서..
결국 그랜저의 키를 받아들고 오면서 짧게 하고 오겠다는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마음은 이미 대치동-분당-대치동의 같은 코스를 빨리 밟아야겠다는 생각을...^^
결국 새벽도 아닌 일요일 오전에 이 코스를, 신호발이 잘 받긴 했지만, 18분만에 주파하고 말았습니다.
평소에 잘 안 하던 짓인데...
 
 바쁜 마음에 그리 차를 잘 살펴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시승차종은 그랜저 L330 Top 은색이었습니다.
아마도 크리스탈 실버라고 불리우는 색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색과 은빛색 등의 메탈릭 컬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다소 직선적인 디자인의 차를 선호하는 터라 그랜저의 디자인은 제게는 무덤덤합니다.
프레임리스 도어와 플래그타입 아웃싸이드 미러로 대변되는, 스타일리쉬 세단이었던 XG에 비해 이번 TG는 다소 심심한 디자인입니다.
그러나 그다지 많이 길어지지 않고, 전고가 낮아지지 않았음에도 고급차답게 늘씬한 바디라인과 현대차로는 각그랜저 이후 오랫만에 등장한 6라이트 윈도우는 인상적이며, 전반적인 디자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경쟁상대인 SM7보다 좋은 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대부분의 국산차의 속도계에서 100km/h가 대략 11-12시 빙향에 위치해 있는데 반해, 260km/h까지 표시되어 있는 그랜저는 10-11시 방향에 위치해 있어서 더더욱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게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별로 필요를 못 느끼는 스마트키는 키 위치에 꽂아서 시동을 걸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면은 꽂지 않아도 지니고만 있으면 시동을 걸 수 있는 SM7보다 차라리 더 현실적이어 보입니다.
제가 어머니 SM7을 운전하고 내릴 때, 키를 어디에 뒀는지 한참 찾았던 기억이 있어서리..
 
싼타페를 시승한 직후라 그랜저의 시트포지션이 한없이 낮게만 느껴졌습니다.
실제론 그렇지 않겠지만요.
아버지가 한 때 가지고 계셨던 갤로퍼 인터쿨러 때부터 제가 디젤차를 몰 때는, 수동이든 자동이든 엑셀러레이터를 쌔려 밟고 다니는 버릇이 있는지라..좀 더 밟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시동을 걸고 난 다음의 느낌은 예의 최근의 현대차답게 소음과 진동의 NVH는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조립 마무리도 좋은 편이고, 최근의 추세인 오디오와 공조장치의 통합디스플레이가 아닌 점은 다소 아쉽지만, 비교적 절제된 우드그레인 등의 디자인은 흠잡기 어려울 듯 합니다.
다만, 그랜져의 버튼식 공조장치의 온도조절 기능은 싼타페의 다이얼식보다 고급스러워 보일 지는 모르겠지만, 직관적인  면에서의 편의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익숙해지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바쁜 마음에 예열도 시키지 못하고 간단히 시트포지션만 잡고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대략 3천rpm정도까지 급히 올리며 출발하니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고 VDC의 TCS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저속 회전에서의 토크가 좋은 때문이겠지만, 앞이 무거운 전륜구동차에, 235/55R17이라는 타이어 사이즈에 걸맞지 않게 타이어의 접지력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이후에도 2차례 더 출발시 TCS의 개입이 있었는데, 익숙해지면 부드럽고 빠르게 출발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타이어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참고로 이 날 시승컨디션은 새벽에 약간의 비가 내려서 노면이 미끄럽긴 했습니다.
마른 노면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 지 궁금합니다.
235 폭의 타이어도 순정의 먹테 타이어에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신호발이 잘 받아서 탄력을 받아 시내에서 주행을 해보니 가장 인상적인 점은 써스펜션인 듯 싶습니다.
과거 XG는 제가 고속버스 승차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EF에 비해서 무거운 차체와 긴 스트로크, 감쇄력이 약한 쇼크업저버의 작용으로 노면의 충격을 완화하긴 하지만, 충격 흡수를 제 때 잘못해서 요철을 지나게 되면 불필요하고 불쾌한 바운싱이 오래 남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TG는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여 바운싱은 제법 크지만, 이를 다잡는 능력은 장족의 발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NF는 좀 튄다는 인상이었던 반면에, 싼타페와 TG에서는 무거운 차답게 튀지도 않고, 빠른 시간에 충격을 흡수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해 보입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은 이보다는 좀 더 하드해서 바운싱 자체가 좀 더 억제되어 있는 SM7이 더 좋게 느껴지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그다지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5단AT는 변속충격도 거의 느낄 수 없고, 이른 바 전투모드로 주행할 때에는 엔진의 힘을 잘 전달해 주는 편입니다.
미션의 직결감은 아직 어코드에 비하면 다소 떨어지고, 약간은 토크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나, 많이 빨라진 수동변속기능에서의 불만보다는, 이른 바 크루징 모드에서의 재가속 시에 현대의 오토미션은 다운시프트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불만스럽습니다.
즉, 제로백같은 정지가속에서는 트랜스미션의 변속로직이 합리적으로 짜여져 있지만, 크루징에서의 가속에서는 연비모드를 고집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겠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좀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분당까지의 고속화도로에서 내 본 최고시속은 계기속으로 200km/h, 제 미오138 네비게이션으로는 192km/h가 나왔습니다.
SM7이 계기속 195km/h에서 네비로는 180km/h였다는 점을 돌아보면 상당히 속도계 오차가 합리적이라는 점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 정도 영역까지는 손쉽게 끌어낼 수 있는 출력이 인상적이었고, 약간은 스포티한 하이톤의 엔진음도 재미 있는 부분입니다.
어느 회전영역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토크감을 느낄 수 있고, 이전의 델타엔진에서의 거친 회전감도 느끼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람다엔진은 확실히 현대차의 기술력이 진일보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확실히 중저속에선 SM7 3.5에 비해서 가속력이 약간 모자라는 감이 들지만, 고속영역에서는 적어도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40km/h를 넘어서면 XG의 경우는 연속되는 바운싱과 약간의 롤링으로 불안한 거동을 보이곤 했는데, 그랜저는 이러한 점에서 환골탈퇴하여 별다른 불안감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고속주행에서는, 여타의 현대차에서 느껴지듯이, 충분히 무거워지지 않는 파워스티어링과 센터감이 모호한 특성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싫어하는 세팅인데, 투스카니 같은 차를 감안해 본다면, 기술력의 부족이라기 보다는 컴포트 위주의 세팅을 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써스펜션 세팅과 함께 일관된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고, 또 대다수 소비자에게도 이러한 세팅이 더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점이라고 지적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약간 속도를 덜 줄인 채 유턴을 하니 VDC가 작동하면서 속도를 줄여주었습니다.
VDC의 개입에 의한 차체움직임은 안정적이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개입시점이 다소 이르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SM7의 VDC개입시점은 확실히 그랜저보다는 다소 늦은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운전재미 측면에서는 타이어 그립력의 한계보다 훨씬 일찍 개입하는 그랜저 쪽이 재미가 없긴 합니다.
제동력 측면에서는 특별히 인상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SM7 3.5를 시승하면서 느꼈던, 출력에 비해서 턱없이 모자라는 느낌을 주는 브레이크 답력에 비한다면 훨씬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그랜저 3.3은 상품성이나 완성도에서 제 기대수준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쏘나타 3.3 시승 때는 너무 많은 기대 탓에 제법 실망감이 들었지만, 그랜저 3.3은 오히려 제 기대치를 상회하였습니다.
요즘 들어 시승 후의 느낌은 시승 이전의 기대 수준에 반비례함을 자주 느끼게 되네요.
내용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Written by S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