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돌아다니는 GTI중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는 차종인 4세대 GTI 1.8터보 모델이며, 두번째로 많은 차종은 3세대가 아닌 2세대로 그렇다해도 한국 전체를 통틀어 10정도 됩니다.
 
3세대의 경우 원래 2.0 150마력 16V엔진이 GTI의 전통을 잇는 모델이고, 북미에 판매되었던 2도어 8V SOHC 2.0 115마력 모델은 뱃지만 GTI지 GTI다운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델입니다.
 
VR6는 북미에서만 GTI뱃지를 달고 팔렸고, 유럽과 일본에서는 GTI라고 불리지 않았습니다.
VR6는 세계 최초로 A세그먼트 차량에 6기통 엔진을 올렸다는 의미는 있었지만 파워트레인의 매력을 제외하고 겉모양이나 인테리어 디테일에서는 별로 두드러진 특징이 없어서 그리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지만 현세대의 R버젼의 뿌리는 어떻게 보면 3세대 골프 VR6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GTI순수 혈통으로 쳐줄 수 있는 모델은 3세대까지는 16V엔진을 기본으로 합니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된 적이 있는 5도어 3세대 GTI 16V는 총 3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GTI의 전통이 수동변속기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동은 당연히 없습니다.
개별로 들여온 차종이 한대 있는데, 현재 운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2세대 GTI는 1.8리터 16V로서 판매된 지역에 따라 125마력 전후의 최고출력을 가지고 있으며, 7000rpm을 시원하게 돌릴 수 있고, 경량 저배기량 고회전 엔진의 장점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 엔진입니다.
 
2세대 GTI는 MPI엔진으로 가기 전 단계인 K제트로닉이라는 연료분사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요놈이 워낙 메인트넌스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에 현재 한국에서 2세대 GTI를 유지하는 오너들은 나름대로 엄청난 독종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워낙 맘에 드는 수준까지 복원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3세대부터 혁신적으로 좋아진 품질과 비교하면 2세대의 그것은 어떻게 보면 모든 것이 좀 허술하고 좋게 이야기하면 classic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에서 자동차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2세대를 최고의 GTI로 손꼽고, 당대에 아우토반 1차선을 탈 수 있었던 유일한 해치백이라는 점은 높이 살만한 히스토리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2세대 GTI의 매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GTI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공감대가 없이 남들이 좋다고들 하니까 매니어들이 사랑하는 차라고 하니까 접근하는 것은 때론 상당히 무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복원에 뜻을 품고, 2세대 GTI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골수분자들에게는 이차보다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며, 운전이 재미있는 차는 그리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제 잠깐 시승한 차량은 오너가 3세대 VR6 오토와 2세대 GTI를 함께 가지고 있었는데, 3세대 VR6를 포기하고 2세대와의 힘겨운 사투끝에 3세대 2.0 16V엔진을 구해다가 2세대에 올리는 쾌거를 이룩한 모델로서 2세대 엔진과 근본적으로 성격이 같은 3세대 16V엔진을 올려 2세대의 아이덴티티에 상처를 안주는 한도내에서 파워밴드를 좀 더 단단하게 한 아주 의의가 큰 차종입니다.
 
시승을 해본 결과 고회전을 때리는 엔진의 특징이 항속을 하다가 가속패달을 때릴 때 일단 흡기음이 먼저 굵어지고 실제로 차가 꿈틀거리면서 회전음이 상승하기 시작하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리는 느낌이 있는데, 시승차는 이러한 지연 현상이 상당히 적고 가속패달을 밟는 순간 회전음이 상승하는 느낌에서 1톤 정도의 차체무게에 150마력 엔진은 매력 이상의 무엇이었습니다.
 
7000rpm까지 때릴 때도 2단과 3단은 워낙 상승이 빠르기 때문에 토크 밴드가 꺽이는 지점이 제대로 파악이 안될 정도이고, 정확한 엔진의 캐릭터 곡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소 4단으로 맘놓고 달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할 것 같습니다.
 
3세대 VR6에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 토크스티어가 상당하고, 요즘처럼 길이 미끄러울 때는 초반 출발 때 휠스핀도 많이 나는데다가 케이블 클러치의 무게와 감에 익숙치 않은 운전자라면 너무 빡세서 오래 운전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원래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차가 좀 오래 타고 나면 어깨도 뻐근하고 무릎도 좀 시리고 그런 맛이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제게 순정 2세대의 조금 아쉬웠던 파워에 대한 갈증이 전혀 없는 2세대 GTI는 엄청난 매력덩어리였습니다.
 
ABS도 없고, 에어백도 없고, 에어컨과 파워윈도우가 있어서 고마운 그런 차지만 아무리 오래되어도 녹이 나지 않고 도어를 열고 닫을 때 '나 이래뵈도 독일차야'라는 외침은 이차에 접근하기 위해선 매니어의 신분이 아니면 안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력해 한심했던 차의 복원을 완성하는 순간 수고한 자신에게 훈장을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차가 바로 2세대 GTI입니다.
 
17년이 된차가 225km/h를 6700rpm으로 가뿐하게 커버하면서도 안정된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음에 늘 감사한다는 오너의 말을 들으면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의 아우토반의 추억이 2세대  GTI에게는 가장 아름다웠고,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일 것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