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T 엔진을 갖고도 아무런 튜닝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마스터님의 유무언의 압력행사에 자뽐까지 덤벼 이에 결국 굴복하고  ECU를 영국으로 보낸 것이 지난 1월 11일의 일입니다. ECU가 다시 내 품에 돌아온 것이 1월 18일이었고,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났네요. 이제서야 그간 있었던 일을 정리해서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
 
ECU 튜닝을 결심한 이후로 다양한 칩 튜너들을 찾아보고 그 평가를 vwvortex, fortitude, uk-mkiv, 등등 가능한 많은 1.8T 포럼들을 뒤져보며 얻기 시작했습니다. G*AC, AP*, M*M, SP*RT*C, Wette*au**, AmD Technik, 등 수많은 업체들을 뒤적거린 다음에 별다른 평가기준 없이 마음 가는 대로 고른 것이 Revo Technik스테이지2 였습니다. 포럼들에서 다수의 추천이 되면서 나쁜 평이 별로 없고, 간단히 직접 할 수 있는 mod를 통해 괜찮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솔루션이었습니다. 한국에 딜러가 있는 W사를 선택하는 비용이나 R사로 ECU를 보냈다 받는 비용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 한결 마음이 가뿐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모든 것이 순정인 상황에서 ECU만을 손대어 출력향상을 꾀하는 스테이지1에 비해, Revo Technik의 스테이지2는 몇 가지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 4바 연료압력 레귤레이터
- 고효율 흡기필터 혹은 CAI
- 고효율 배기(터보백)
 
4바 연료압력 레귤레이터를 이용하여 순정인젝터의 용량을 370cc/min까지 끌어올리고, 고효율 흡배기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부스트의 한계를 올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고회전에서 부스트/토크의 손실을 줄여 출력을 향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연료차단은 순정 6800rpm에서 7200rpm으로 올라갔습니다.
 
ECU를 영국으로 보내면서 작업한 것이  4바 연료압력 레귤레이터의 설치와 부스트 게이지의 설치였습니다.

<그림: 4바 연료압력레귤레이터 및 T피팅 통한 부스트게이지용 진공호스 연결>

<그림: VDO 부스트 게이지, 뒤에는 데피 VSD 터보 타이머>
 
18일, ECU가 영국에서 돌아왔고 기본 설정은 95RON에 대응되는 타이밍과 0~9 중 6에 해당되는 부스트(1.35바에 해당된다고 본사에서는 이야기합니다)였습니다. ECU를 장착하고 약 30분 정도의 bed-in 주행을 거친 후, 분당-내곡에 차를 올려 본격적인 테스트 주행을 해봤습니다. 당연히 빨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3000rpm 정도의 3단에서 파셜 드로틀을 하는 순간 갑자기 엔진이 부르르 떨면서 푸득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그 느낌, ... 대박 아니냐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서 재빨리 집 주차장으로 들어가 진단을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VAG-COM 마저도 제대로 동작해주지 않는 상황이 닥치더군요. 약 한 시간에 걸친 진단 끝에 이그니션 코일 사망이라는 긍정적 결론을 일단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 때 함께 해 주신 윤정준 님께 감사드립니다)
 
처음에는 기계적인 손상(터빈이든 피스톤이든)을 의심했는데, 그나마 부스트가 떨어지지 않고 또 주차장 내리막 엔진브레이크에서는 엔진음이 정상적이며, 결정적으로 아이들링에서 살짝 살짝 깃털 액셀링을 했을 때 배기를 통해 미연소 개솔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미스파이어(실화)의 증상이었던 것이죠. 점화 플러그를 일단 의심하여 빼보았으나 아무런 증상을 발견할 수 없어, 포럼에서 읽었던 유리같은 1.8T 이그니션 코일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죠. 다음 날 센터로 몰고 갔더니 역시 이그니션 코일 사망이라는 진단을 내려 주셨습니다. 교환하는 김에 4개를 모두 교환했습니다.
 

<그림: 교환한 이그니션 코일팩들>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는 이러했습니다. 부스트가 상승되면(순정 0.5바 -> 1바) 실린더 내부에는 공기가 대충 50% 이상 더 들어가게 되고, 따라서 점화 플러그의 전극에서 방전하기 위해 요구되는 전압이 높아집니다. 이로 인한 부하는 이그니션 코일이 모두 짊어지게 되고, "나 좀 괴롭히지 말아요" 하며 나자빠진 것이라 판단되었습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덴소 IK20의 1.1mm 간극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던 오류를 범했던 것이죠. 이그니션 코일을 교환하면서 간극도 0.7mm로 재조정했습니다.
 
NGK 홈페이지의 FAQ에 따르면 (일반적 규칙은 아닙니다만) 대략 50마력의 출력 향상에 대해 열가는 +1 냉형으로 하고 간극은 0.1mm를 줄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순정 열가 6, 간극 0.8mm에 대해 대략적 조정은 열가 7, 간극 0.7mm 정도로 맞추는 것이 맞겠죠.
 
이렇게 조정한 뒤에 본격적인 시험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테스트 로드는 집 앞(-_-) 분당-내곡간 고속화 도로로 잡았습니다.
 
몇 가지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2500rpm 이후에 부스트 급상승하는 느낌, 토크의 상승감은 순정의 NA같은 느낌에 비해 "이제서야 좀 터보차 같이 된" 듯 합니다. ^^
(2) 순정의 6000rpm 이후 급격히 떨어지는 토크가 많이 살아났습니다. 풀가속시 무의식중에 변속하면 예전엔 대략 5800-6000 사이가 변속포인트였는데 생각없이 해도 6500은 넘겨 6800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3) 더불어 전에 거의 느끼지 못했던 랙이 심해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증가한 토크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대충 측정해본 0-100은 예전 8초 초중반 정도에서 7초 중후반대로 줄어들었는데, 스타트시 스톨한 것을 감안하면 제대로 스타트를 할 경우 7초 초반대를 목표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문제는 3단 이후의 고속역에서 6000rpm 이후 토크 하락이 여전하다는 것이고, 풀 부스트가 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피크 부스트는 17.5psi (1.2바) 정도 뜨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고속에서 지속적으로 12~13psi (0.8-9바) 정도를 유지합니다. 흡기의 저항 때문인가 하고 당장 흡기 필터를 ITG 오픈형으로 교환해보았지만
 

<그림: 교환한 ITG 60/70 흡기 필터. 엔진 룸이 좀 지저분합니다. ㅠㅜ>
 
그래도 여전히 개선된 점은 잘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묵직한 중저음의 흡기음과 DV 밸브음이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최대 부스트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순정 다운파이프(2.17")를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파악됩니다. 비단 풀 부스트를 활용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터빈에 열이 축적되어 내구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다운파이프 및 센터파이프의 교환이 필수일 듯 싶습니다만, K03 터빈에 매칭되면서 콰트로의 센터 샤프트를 피해나갈 수 있는 Y자 구조의 애프터마킷 제품은 아직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커스텀 DP를 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열가 7의 스파크 플러그를 구입해두었습니다. 간극에서 한 번 피를 본 경험이 있어 간극을 조정하려고 봤더니 이미 0.7mm에 맞춰 나온 레이싱 플러그더군요.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맘놓을 수 있었습니다.
 

 
향후, 순정 288mm의 전륜 브레이크 로터를 312mm 정도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운전을 잘 못해서 미리미리 밟아서 그런지 288mm로도 사실 별 불만은 없습니다만 로터의 마모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 Revo Technik의 특징적인 SPS3 모듈을 통해 연료/타이밍과 부스트를 최적화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순정 터보백을 그대로 이용한다면 부스트를 조금 더 낮추어 response를 높이는 방향으로 포인트를 잡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초보적인 생각이 드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코멘트 대환영입니다.
 
PS. 덤으로, 제대로 뽐뿌 받아서 구입한 Jabra Bluetooth 이어셋 JX10 입니다. 크기는 대략 제 엄지 손가락 정도? 은색의 물체 중 아래쪽은 스탠드이고 위쪽이 분리되어 귀에 장착됩니다. 뒤에 있는 까만 색물체는 Bluetooth dongle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