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공기에 햇볕이 충만해, 시승하기엔..정말 좋은 날씨더군요. 끊이지않는 톤높고 재미있는 민욱님의 입담에, 가고 오는 길 내내 즐거웠습니다. 단지 보여지는 결과뿐 아니라, 민욱님의 모빌과 튠에 대한 열정과 동기에 대해 들을 수 있어, 더욱..차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지요.














쉴새없이 차와 튜닝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민욱님.. 민욱님의 엔진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은, 대단한 수준입니다. 연소실과 실린더 가공..밸런싱과 포팅시 유의할점이나, 제반 연료, 흡배기 라인계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매우 해박하고 유창한 어투로 설명하고, 튜닝과정 상 자신의 주안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GPS만 달려있는 단촐한 댓쉬보드.. 꽤많은 튜닝비가 들었지만, 호화로운 스포츠시트나 스티어링..요란한 게이지류는 보이지 않습니다. 약간의 흥을 돋우는데 필요한 18만원짜리 켄우드 씨디데크만 달려 있을 뿐..^^





역시..알뜰하게 중고로 구한 빨간 모모핸들.. 직경이 쓸데없이 작지않고, 그립감이 좋습니다. 평범한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중에, 오너의 열정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빨간색이, 모빌의 성능을 알고 난 후에 보니 아주 적절한 아이덴티티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반떼의 데뷔 초기인, 96년 경..
카레이서겸 화가로 자동차생활과 경향신문에 소개 된 후, 몇몇 방송국의 다큐프로에 출연하게 되었고.. 급기야(?) 일본 자동차잡지의 '한국의 카매니아'란 인터뷰 특집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페라리 F348tb와 폴쉐 911을 직접 싣고온 일본 기자 둘이, 국산 차종에 대한 얘기를 잠깐 나누는 대목에서, 아반떼 얘기를 꺼냈습니다. 부산에서 차를 내려  경부고속도로를 달려오는 동안, 유난히 눈에 띄는 아름다운 차를 봤는데.. 모양을 설명하는걸로 봐서, 아반떼가 분명했지요. 치켜올라간 리어램프의 이미지가 인상적이였다는 내용..

전 그때..닷지램 스타크래프트밴과 뽑은지 얼마안되는 검정색 티뷰론 TGX 둘 중에 어느차를 갖고 나갈까 하다, 새로운 모델이라 관심거리가 되겠다는 생각에.. 티뷰론을 끌고 나갔었는데.. 이미 일본에서 알려진 현대쿠페 보다는, 아반떼에 대해 신선한 디자인이라는 얘기를 하며 관심을 보이더군요.  전 독특한 아반떼 디자인에 대해, 한국 고유의 아이덴티티인 '장승'이나 '무인상'을 접목한 듯 하다고 생각나는대로 얘기한 기억이 납니다.

아반떼는 출시하기 전부터, J2 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관심의 대상이였고, 예상대로 베스트셀러 차종으로 7~8 년간.. 중고차 시장에서도 가장 가격 잘 받는 인기차종이 되었죠. 무난한 샷시강성과 유려한 디자인.. 강력하진 않지만,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운동성으로 많은 오너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민욱님의 아반떼 튠 프로젝트를 지켜보면서, 정확하고 명료한 컨셉으로 제반 데이타와 내구성을 겸비한 스트리트 스포츠드라이빙용으로, 그간의 튠에 대한 관심과 학구적인 노하우가 응집된 프로세스로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진지해 보였으며.. 바람직한 방향성이 돋보여, 그 결과에 귀추를  주목했었는데.. 다감한 민욱님의 초빙으로, 시승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2.0 베타엔진을 스왑하면서, 정밀 헤드포팅과 엔진밸런싱.. 연료 점화계통 개선, 압축비를 올리고 배기계 튠, 오토밋션을 투스카니용 수동밋션으로 교환하고, 동력 손실을 줄이기위한 동판클러치와 플라이휠 경량화, 출력과 운동성을 고려한 브레이크계통 튠과 써스펜션 튠을 통해, 아반떼의 제반 조건에 매우 적절한 '생각하는 튠'을 시도했다는 점을 높이사고 싶군요. 데이타가 확보된 ECU맵핑으로, 오래전부터 자신이 원하는 모빌의 방향성을 긴시간동안 준비해왔다는 점도 튜너의 주목할만한 태도라  보여집니다.

'중용은 어렵다.'
휠마력 150 마력 정도에 걸맞는 제반 튠은, 모든 구동계의 밸런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결코 오버스펙으로 내구성을 해치는 우를 범하지않기 위해, 최선의 매칭에 주력한 흔적이 역력하고, 일상 스포츠 드라이빙 용이라는 컨셉을 벗어나지 않도록, '최상의 연비'를 뽑아 낸다는 점이 매우  낙관적인 튠 컨셉이라 생각됩니다.

튠비용이 많이 들긴 했지만, 엔진스왑과 미션교체.. 써스펜션튠에 소모한 지출을 감안하면, 무리한  중복투자없이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좋은 튠방향이라는 생각입니다. 헤드포팅과 밸런싱은  엔진을 무리없이 사용하면서, 내구성을 겸비할 수 있는 추천할만한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인데, 경기용차 튠에선 필수이면서, 가장 중요한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어.. 겉보기만 화려한 피상적인  튠에 비해, 정말 중요한 컨셉이라는 생각입니다.



거품없는 외관.. 가족들의 운전교습용, 일상용으로 돌아가며 10 년 넘게 타온 평범한 모빌이, 휠마력 150 ps 의 머쉰으로 부활했습니다.

작은 흠집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판넬과, 오프셋 38 정도로 보이는 카피휠..저렴하고 경량인 실용적이고 검소한  외양으로 셋팅되어 있습니다. 타이어는 마모도가 적고, 그립력이 리니어해서 스포츠드라이빙 시 슬라이딩이나  록킹등의 상황을 예상할 수 있으며 사치스럽지않는 벤투스 K104 를 선택..

브레이크 킷은, 티뷰론의 것으로 부스터용량을 키워 충분한 답력을 발휘하며, 아반떼의 차체크기와 하중.. 빌스타인 스프린터와 H&R 써스펜션.. 타이어의 그립과 적절한 매칭을 이룹니다. 이른바..꽂히는 느낌을 추구하는 투피스톤 시스템의 거품인, 구동축 기준 하체의 무게절감을 고려했고.. 코너어택시 적절한 하중이동을  구사하는데 유리하게, 리니어한 답력을 보입니다.

배기계통은 이미 성능이 입증된 7ism 의 63파이 중통과 엔드를 사용했고, 매니폴드는 4-1방식.. 흡기오픈필터와 리스폰스위주로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부품 하나하나를 선택했습니다. 터보용에 가까운 큰구경의 배기 중통은, 동클러치 채용으로 직답적인 반응에 중속토크가 극대화되어, 자주있는 도심주행에 무리한 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고알피엠 위주의 셋팅으로 적용했습니다.



민욱님의 설명대로, 3000~4000 알피엠 대역에서 아반떼는, 평범하지만 매끄러운 반응을 보입니다.  연소실의 정교한 샌딩및 코팅으로, 노킹을 최소화 시키고.. 11대1이 넘는 압축비로 강력한 폭발력을 연출하면서도, 노말의 1.3배에 육박하는 저연비를 보입니다. 실제로 200 키로가 넘는 시승 중, 연료계 바늘이 거의 내려가질 않아, 매우 놀라웠답니다.

4500 을 넘어서 5000 을 제끼는 순간부터, 아반떼의 주행력은 크레센토식으로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민욱님의 개인홈을 통해, 포팅과정을 엿봐서도 그렇지만.. 달리면서 내 머리에선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폴쉐 홍보 동영상에서 그래픽으로 표현된 장면에서 처럼.. 잘 다듬은 연소실에 인젝션되는 정제된 고급연료와.. 매끄러운 캠을 타고 유입되는 공기..강력한 폭발력은, 정밀하게 밸런싱된 피스톤과 커넥팅로드의 움직임을 힘차고 부드럽게 박동시키고.. 경량 플라이휠과 탄탄한 클러치판을 통해, 드라이브샤프트를 회전시키며.. 적당히 차가운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타이어의 접지면으로 전달됩니다.

초기 댐핑압은 부드럽고, 한계점에선 믿음직스러운 억압력을 발휘하는 견고한 써스펜션이 탑승자의  엉덩이에 안정감을 전해주고.. 낡은 샷시에서라곤 믿기어려운 고급스러운 감성을 선사하는데.. 과장하자면.. 박스터S 의 쥐어짜는듯한 NA 엔진의 묘미에, 잡소리가 있긴 하지만 한쪽귀를 닫고,  눈에 들어오는 조금 구질한 대쉬보드를 가리면.. 소형 BMW 를 타고있는 듯한 착각도 가능합니다.

정교한 토크곡선이 한계가 없는 듯이 대각선을 그리며 상승하고 있다는 느낌이 시트백을 타고 밀려오고.. 5000 이상의 영역대로 넘어가며, 가속력은 놀랍게 좋아집니다. 체감 상으로는  네트 200 마력이상 모빌의 그것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익숙한..크로스파이어와 견줄 수 있을 정도..



한시간 넘게, 중미산 정상에서 티타임을 갖고.. 반대쪽 다운힐로 향했습니다.
아직은 완전히 봉인을 풀지않은 상태여서, 주변의 잦은 시승에 대비.. 액셀페달을 깊게 셋팅하여 힐앤토를 쓸수 없게 만든 상태여서, 하드코어 드라이빙은 하지않아 조금 아쉬었지만.. 마진을 둔  풀스로틀에서도 유감없이 파워풀한 주행성을 보여줍니다.

신뢰성있는 애프터마킷 클러치킷을 사용.. 다소 가볍지만, 체결감이 분명한 투스카니 밋션감성과의 매칭이, 과장하자면.. 샷시강성만 보완되면 리틀 폴쉐라 할정도로 느낌이 좋았습니다.  타이어 편평율이 그다지 높지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강성의 체감은 노면을 읽는 하체의 느낌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가속이나 횡G가 강하게 걸리는 코너링 중.. 차체의 미세한 비틀림에 의해 로드리딩이 걸러지는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노말과 엇비슷한 얼라인먼트 설정으로, 일상 직진주행을 포기하지않는 무거운 핸들링을 보이지만, 코너 진입시 약언더에 중반이후 가속구간에서는 기분좋게 파고드는 오버성으로 변환됩니다.  한계까지 몰아치진 않았지만, 전륜 구동의 핸디캡이 잘 보완된 느낌으로 코너탈출시 가속시점을  꽤 당길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더군요.

노말 패드임에도 불구.. 브레이크의 신뢰성은 양호합니다. 풀페이스는 아니였지만.. 반복 브레이킹에서 페이드도 일어나지 않더군요. 엔진브레이크를 많이 쓰는 제 성향도 있지만, 꽂힘 이후에 들썩~하고 들리는 느낌의 강한 브레이크 감성보다는, 하중이동에 용이한 리니어한 반응을 좋아하는데, 아반떼의 브레이크는, 제가 선호하는 셋팅에 꽤 근접해 있었습니다.

밴딩 기술에 따라, 천차만별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배기라인과 마감.. 연결부위와 엔드부위의 용접  정밀도에 따라, 출력도 상당부분 좌우하는데.. 아반떼의 배기음은 독립스로틀 머쉰의 배기음처럼  명확하게 드라이버가 하는 짓(?)을 피드백 합니다.

초고속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들이, 배기음만으로 바이크를 구입하는 척도로 삼듯이.. 매니아의  귀는 배기사운드에 꽤 큰 비중을 갖고있습니다. ' 소리가 나지않으면 심장이 뛰지않는다..'  정확한 힐앤토와 가감속을 구사하고, 스포츠 드라이빙의 액티브한 감성을 즐기는데 배기사운드는  실제로 큰 몫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레이스에서 다이나믹한 배기음을 빼는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죠. 아반떼의 배기음는.. 상상할 수 있는 제반 배기음 중 '매우좋음'에 해당됩니다.



군더더기 없이 정리된 엔진 룸..
불필요한 튜닝부품을 쓰지않고, 대부분의 파트에서 중고 리웤순정품을 사용..쓸데없는 손실을 줄였고, 오버스펙을 자제했습니다. 노말에 가까운 단정한 엔진룸에서, 오너의 숨은 공력을 짐작할 수 있었죠.

학습과 경험의 위대함..
김민욱님의 NA튠 베타 아반떼는, 순정이 갖고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려 치밀한 계획성으로 접근한  성공적이고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실력있는 미캐닉과 충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오너와 튜너간의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졌고, 들인 돈의 가치보다는 마인드가  돋보이는 멋진 프로젝트입니다.

저는 그간..불필요한 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있었는데, 민욱님의 컨셉이라면..재미있는 클럽  레이싱카를 한번 만들어 보는것도 흥겨울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시각의 튜닝 기본컨셉은 경기용차에 준하며, 차가 갖고있는 내재된 잠재성을 극대화 하는것.. 가감속 능력의 최적화와, 달리고 서고.. 돌고 '느끼는..'  '자동차의 본능' 에 충실한 차를 만드는 것이죠.

실제로 김민욱님의 아반떼는..차값을 훨씬 상회하는 1000 만원정도의 비용이 투자되었습니다.  새엔진과 수동밋션, 써스펜션과 휠타이어 가격이 포함되어 꽤 비싸보이지만, 실제 엔진튠에 소요된 비용은 민욱님의 지식과 미캐닉의 노하우 값어치에 비하면 턱도없이 싼 가격이라 봅니다.

같은 비용을 차에 투자하면서, 지나치게 비주얼한 부분에 치우치거나 겉부터 만들어 들어가는 일반유저의 보편적인 마인드와 비교하면, 평범한 외관에 속이 꽉~찬 아반떼를 보면서, 오너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열정과 마인드를 발견할 수 있어서 매우 흐믓했습니다.

저는..  트랙과 와인딩에서 순정티뷰론으로 250 마력 오버의 터보들과 배틀도 해보고, 고성능 모빌을 추월하면서 한번도 주눅들지않고 달려본 경험으로, 출력에 목숨건 튜닝마인드를 조소하는 입장이라, 이번 민욱님의 프로세스를 보면서도 큰 기대를 하지않았는데.. 감동을 자아내는 튜닝마인드와  자신을 알고..자동차에 대한 솔직하고, 왜곡되지않은 민욱님의 열정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답니다.

쏟아져 굴러다니는 수많은 고성능 모빌과 외산차들 사이에서..
민욱님의 NA 튠 베타 아반떼는, 오너의 탐구정신과 열정이 깃든.. 선의의 '양의 탈을 쓴 늑대'로 아름다운 빛을 발하게 될겁니다.



이태원 구석쪽의 자그마한 멕시코 요리집을 안내하는 민욱님..
자동차만큼 요리만드는걸 좋아한다는 독특한 캐릭터의 민욱님 만큼 멋진 모빌과 함께..
의미있는 휴일  오전시간을 보냈습니다.

맛있는 정통 멕시칸 나쵸 잘먹었어요~ ^^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