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건네받자마자 황급히.. 가까운 과천 현대미술관 진입로의 와인딩로드로 달려가, 하드코어한 시승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4차례 왕복하며, 중고속 영역의 발진가속과 업다운 시프팅 감성을 체감할 수 있었지요.


평범하지만, 군더더기 없어 좋은.. 센터페시아 디자인과 질감은 지나친 고급감이 없어 딱..가격만큼의 부담으로 느껴집니다. 오디오 사운드는 들어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무조건 달리느라..


매우 궁금했던 DSG 로직.. 마그네티마라넬리나 SMG, 폴쉐트로닉보다 훨 빠른 반응으로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주더군요. 지금까지의 세미오토 경험중..100점만점에 95점을 주고싶은..








미니써킷 원랩정도의 길이.. GTi의 와인딩 주파능력은 만족지수 90%..





좀 흉하지만 찍은김에 올리는..^ㅡㅡㅡ^




Gti 콕핏에 앉으니.. 의외로 친근감이 먼저 다가옵니다.
친구에게 얘기 많이들은 애인을 첫대면 하듯이,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그려보았던 그모습 그대로.. '더도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란 어른들의 말씀이 떠올려지는..5세대 골프Gti는 딱 상상한 만큼의 감흥을 줍니다.

정갈한 시트 질감과, 갑갑하거나 쓸데없이 널럴하지도 않은 공간.. 손에 꼭 쥐어지는 스티어링 질감과, 흠모하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타 워치의 크로노 타키미터를 연상케하는 계기판.. 굴리고, 다듬고, 휙 갈기고 싶은 욕망을 누른채.. 기능이상의 표현을 꾹..참고있는 독일제 미니멀 디자인의 정통을 지키는 인테리어에, 깊은 신뢰감을 느끼게 됩니다.

요새와서 국내에서의 아이덴티티가 부상한 듯 하지만, 실제로 폭스바겐은.. 어린시절 동네 언덕에 살던 과부아줌마의 애인인, 등에 문신있던 미군장교아저씨.. 내가 '검은고양이 네로'를 흥얼거리며 지나가다 갸우뚱거리면, 뒤로 몰래 돌아와 누런털이 박힌 굵은 팔로 목을 감거나, 내 눈을 가리며 장난치던 미군아저씨의 풍뎅이차 후드에 쓰여있던.. Volkswagen 로고로 기억되는.. 우리나라에 꽤 많이 굴러다니던 친근한 차였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생각난 추억이지만.. 어른이 되어, 그때의 호기심어린 눈으로 보던 귀여운차 회사의 탄탄하고 모던한 폭스바겐을.. '이거 쪼와~' 그러며 감아쥐고 달릴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즐겁습니다.



가속력..

중회전부터 터빈의 굵직한 서포트로, 예상한 만큼의 든든한 가속을 보이는 Gti.. 스티어링을 잡자마자 시프트노브를 DSG 모드로 옮겨 박아놓곤.. 풀스로틀을 열었습니다. 토크밴드가 일찍 시작해서, 초반 가속은 3200 cc 크로스파이어보다 힘차고, 큰 기어비에 의해 3,4 단으로  이어지는 느낌도 맹렬합니다.

패들 시프터가 스티어링에 숨듯이 달라붙어있어, 출발하자마자 윈도브러쉬 레버를 작동시키는 실수를..레버가 왜이렇게 가깝게 있는지..잠시 장가이버님의 실실웃는 얼굴이 창문앞으로 휙 스쳐가더군요. 몇번을 당겼는지 맑은 하늘에, 마른창문위를 빠른속도로 왕복하는 와이퍼를 진정시키느라 진땀..

6500 알피엠에서 정확히 시프팅을 했는데, 2프로 부족하지만 빠른변속이 가능해, 다음단의 속도영역에서 충분히 갈증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4단을 넣기가 무섭게 다가오는 코너.. 강한 브레이킹 후 시프트다운 하는동안, 차체의 피칭은 느끼기 어려울 정도여서 "오옷~"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시프트 다운 후 재가속에서도, 짧은 유격으로 활시위를 당기듯 접지를 유지하는 배려로, 체감에 비해 코너탈출 구간랩은 매우 빠를것으로 예상됩니다. 찰지게 움켜쥐는 순정타이어의 그립은 그리좋은 수준은 아니지만, 노말 써스펜션과 이정도 마력에서는 슬라이딩과 스퀼사운드로 차의 동세를 예상할 수 있을만큼의 꼭 알맞은 설정입니다.


써스펜션..타이어.

써스펜션과 타이어의 매칭은 여느 스포츠모델보다 적절하며, 노말 투스카니 엘리사에 비해 훨씬 정확한 트레일 라인을 그리는 뉴트럴스티어에 가깝습니다. 운전하기 나름이겠지만 브레이킹 포인트를 다소 깊게 잡아도 코너에 진입하는 짧은 순간, 차체의 방향전환 정도를 정확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써스펜션의 수축신장 신뢰성은, 크고작은 R의 코너를 공략하는 동안 롤링의 리니어성으로 좋고나쁨을 판단하는데, 승차감 이전에 골프Gti의 횡G 반응은 출렁임이 없이 한결같은 반응을 보여줍니다. 코너링 중 더 깊은 R 을 만나 한껏 더 스티어링을 돌려도, 푸쉬언더가 아니라, ' 옆으로 미끌어지기밖에 더하랴' 는 안도감을 줍니다.

직진에서의 써스펜션 반응은, 로드리딩이 솔직한 편이지만 베엠베처럼 딴딴하거나 벤츠처럼 부드럽지않고, 차체 강성감과의 적절한 조화를 이룹니다. 텐더스프링이 장착된듯 잔진동엔 유연하게, 큰 횡G엔 우직하게 받쳐줍니다.  직진 후 브레이킹-> 코너진입 상태에서 노즈다운이 잘 억제되어, 동물의 왕국 슬로비디오 영상에서, 인팔라를 좇는 치타의 방향전환처럼.. 시선이 수구려지지않고 담대한 클리어가 가능할듯한 자신감을 줍니다.

다소 높은 시트포지션이지만, 대쉬보드의 끝라인이 올라와 있어 안정감을 주고 시야는 넓은 편.. 상대적인 포지션은 나앉은 듯한 불안감을 주지 않지요. 이는..코너링 중 장애물이 닥쳐와도 드라이버를 충분히 보호해줄것 같은 착각(?)에 의지하게 합니다.


  
스티어링..

강한 횡G에 아빠 팔처럼 부드럽고 단단하게 받쳐주는 세미스포츠 시트의 서포팅 효율성은 그냥 100 점을 주고싶네요. '어쩌라고..' 지나치게 단단한 스포츠시트나 강한 코너링 중 안좋은 노면을 만나면 '장냥하냐~' 식으로 퉁퉁 튀겨주는 무책임한 세단시트의 겉보기만 우아한 질감이 아니라, 어깨와 배둘레..힢넓이가 똑같이 빵빵한 제 체형도 알맞게 감싸주며, 크고작은 충격을 정성스레 보다듬는 적당한 쿳션에 미끄럽지않은 무광질감의 가죽시트가 마음에 쏙 들었는데.. 이에 못지않게 마음이 가는게 바로 Gti의 스티어링 질감..

적당한 380 정도 파이에, 알맞은 굵기.. 그립감은 힘주기 좋고 주차시 적당히 미끌리기도 좋습니다. 아랫부분의 R이 각져있어 저같이 배가 조금 큰 드라이버에게 시각적인 부담감을 줄여주고, 뚜껑열고 배틀 하는동안 직진성을 유지하는데 미미하게 도움이 될듯합니다.  가장 추켜주고 싶은 점은, 스티어링 간의 피드백이 정제된 솔직함이여서 순간 순간 어떻게 대처할지를 수다스럽지않게 알려줍니다.

노폭 넓은 트랙에서, 핸드메이드 오버스티어로 진입해 연석을 비비며 풀스로틀로 탈출하는 상황에서는 모르겠지만, Gti 의 전반적인 스티어링 특성은 환상적인 뉴트럴로 시승 중.. '이래서 그 난리들이였군..' 하는 생각이, 그대로 굳어지는 경험이였습니다.


DSG..

말로만 듣던 DSG 의 변속질감은 확실히 한차원 진보된 것이였습니다. 위에 언급했듯, SMG, 폴쉐의 팁트로닉, 퍼라리와 마제라티의 마그네티마라넬리보다 빠르고 부드럽습니다. 과장하자면 '이거보다 빠르면 진짜 재미없겠다.. 차라리 CVT를 장착해 타라'는 생각이 들정도였죠.

풍부한 영역의 토크밴드가 받쳐줘서이기도 하지만, 시프트패들의 업을 당기고 '지금'하고 요구하는 순간 변속을 마치고 부족함없이 가속감을 이어갑니다. 시프트업하는 순간 3500 알피엠 영역에서 치고나가는 토크감은, 풀스로틀해도..풍부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투명하게 보여주어, 가속의 끝점에서 어느정도의 긴장감을 준비해야 할지 정확히 인폼해줍니다.

시승내내 창문을 반쯤 열고 배기 리스폰스에 주목했는데, 시프트업 시 "푸옹~"하는 배압음과 스로틀 개도시 "부오오옹~" 하는 배기음색은 일품이더군요. 아주 잘 튠된 배기음색으로 마음에 쏙 들게 튠되어 있었습니다. 이 음색은 25% 정도 가미된 터빈음의 "쉬이익~" 하는 사운드와 함께 기분좋게 등덜미의 우퍼향을 느끼게 합니다.


브레이크..

브레이크 답력은 넉넉하고 폭신합니다. 충분한 지름의 로터와 넓적한 캘리퍼로 이또한 더도 덜도 아니게 딱 Gti의 출력과 퍼포먼스에 걸맞는 답력을 보여주는데.. 국산차로 비유하면 투스카니 브레이크에 프로젝트 뮤패드를 장착한 예전 이대현님의 튠 투스카니와 비슷한 감성..  두어번의 과천 현대미술관 와인딩 로드를 왕복하는 동안 대체로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세번째 왕복 후 피니쉬하는 지점 근방에서 페이드를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정차해 차에서 내리니, 짙은 흰연기에 라이닝 타는 냄새가 진동하더군요. 본격 와인딩 또는 트랙달리기를 위해서는 패드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후 다시 와인딩으로 진입했을때, 답력을 완전히 잃은건 아니였지만.. 페이드가 진행됐고, 연거푸 공략하는 코너에서 브레이킹 포인트를 당겨야 했습니다.  오늘 시승 중의 유일한 단점으로 지적하고 싶군요.


감성..

Gti 의 감성은 상상만큼 황홀했습니다. 공격력과 스타일..내구성과 신뢰성있는 셋팅.. 적당한 퀄리티에 비슷한 가격에 이보다 훌륭한 스포츠드라이빙 기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라 묻는 다면, 단연.. 엄지를 들어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스포티한 드라이빙.. FF 에 익숙한 우리시대 과도한 중복투자를 경험한 드라이빙 매니아들에게, 엔트리 외산모델로서 향후 5년 이상은.. 후회없는 선택이 되리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이제..스틱을 버릴 수 있다..
DSG 의 신뢰성은 기대 이상이였고, 이제 주말새벽이나 한산한 밤..업다운 힐을 원없이 오르내리고, 야간 자율학습에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스쿨버스에 오르려는 덩치큰 아들녀석을 데릴러 갈때, 단정하고 사치스럽지않은 Gti 의 싸이드윈도를 자신있게 열 수 있는..

거래처의 '저자식..외제차 끌고다니네~'  흉보는 소리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나나무스꾸리의 Try to remember 를 들으면, '그때 그뇬이 날보면 성공한넘처럼 보일까..' 류의 허세에서 벗어나, 나와 가족.. 나와 연인만을 위한 차를 선택하는데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업시프트 시의 "뿌웡~" 하는 배압음이 지금도 귓전을 간지르는군요.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