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와의 첫번째 인연은 캐나다에서 C43 AMG의 시승이 처음이었습니다.
B세그먼크에 올려진 V8 4.3리터 306마력 엔진은 벤츠의 대배기량 제일주의에 근거해 아주 파워풀하고, 엄청난 토크가 순간적으로 파워트레인에 전달될 때 안정성과 샤시의 완성도가 아주 높게 느껴졌던 차종입니다.

C43이 등장하기 전까지 존재했던 C36은 직렬 6기통 DOHC에 286마력을 발휘합니다.
전기형은 4단 자동변속기이고 후기형은 5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C43이 머슬카의 위용을 가진 차라면 기존 벤츠의 리터당 출력의 극대화부분에 있어서 별관심이 없는 차만들기와 비추어볼 때 C36은 엔진컨셉이 오히려 좀 더 모터스포츠 정신이 많이 가미된 엔진의 느낌을 보여줍니다.

벤츠는 BMW와는 달리 배기량 대비 출력이 낮은 편이고, 회전한도를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는 메이커입니다.

엔진을 설계하는 철학이 다르고, 회전수를 높이지 않고 회전한도내에서 실용토크와 고속에 접어들었을 때 토크를 사용하는 시간등을 고려한 철저히 기계공학적인 정석으로 접근하여 내구성을 중시하고, 여유로운 주행감각을 지향합니다.
때문에 일반 벤츠 모델은 BMW처럼 숫자에서부터 먹고 들어가는 예비효과는 적습니다.

C36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냥 대배기량 엔진을 박아넣고 AMG마크를 붙이는 노력보다는 훨씬 큰 노력이 C36엔진을 디자인할 때 가미되었다는데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시승은 고속화도로에서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벤츠 특유의 묵직한 출발에 좀 커다랗게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은 벤츠 특유의 유격 비슷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BMW나 아우디에 익숙한 사람이 구형 벤츠를 타면 스티어링 감각이 나쁜차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됩니다.

타이트한 스티어링 감각을 중시하는 BMW의 골수 매니어들이 벤츠를 비하할 때 중심이 명확하지 않은 스티어링 감각을 경멸하는 투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벤츠는 조향감각이 그리 둔하거나 흐리멍텅한 차가 결코 아니며 고속에서 대단히 안전한 차입니다.

아무튼 저도 오랜만에 고성능 벤츠를 시승하다보니 벤츠 시승모드로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엔진이 회전수를 더하면서 4000rpm이후의 영역은 예상대로 상당히 날카롭고 든든하게 뿜어내는 토크가 회전한도까지 일직선으로 밀어붙입니다.

시프트 업이 되면서 다음단에서 더 강력한 가속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기어가 올라가도 가속도에 주춤거림이 없습니다.

계기판이 300km/h까지 적혀있는데, 250km/h를 넘어선 속도계의 바늘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270km/h를 넘어갈 즈음 저도 모르게 오너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차 어디까지 속도가 올라가지요?"
유치하고 어처구니 없는 질문이지만 당시 상황에서 정말 그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90km/h 근처까지 갑니다."
"....."

뭐 이런차가 다있나 생각을 하는 순간 속도계의 바늘이 290km/h근처에서 멈추고 한숨돌릴 찰라에 오너가 이야기를 합니다.

계기판에 적힌 눈금이 200km/h이상에서 촘촘하기 때문에 현재 계기판으로 290을 가르키면 실제로 순정 계기판으로 260km/h정도 된다고 합니다.
실속도는 255km/h부근입니다.

즉 시승차의 계기판 판넬이 애프터마켓용으로 바뀌어 있어서 더 많이 적혀있는 숫자에 바늘이 가있으면 빠른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튼 비용대비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왠만해서 멈춰야할 속도계의 바늘이 멈추지 않고 300km/h부근까지 올라갈 때의 느낌은 실속도를 떠나서 짜릿했습니다.

이런 속도계의 trick을 고려하더라도 C36은 대단히 빠른 고속가속력을 보여주었고, 250km/h가 넘는속도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속도감이 너무 무디어서 고속코너를 지나치게 빨리 진입하게 되는 우를 범할 정도였습니다.

차선을 변경할 때 스티어링의 좌우 조타각이 경쟁차들보다 크다는 특징을 잘 고려해야하고 이러한 스티어링 특성 때문에 고속에서 제동하는 조건이 노면이 고르지 않다면 차가 좌우로 움직이는 확률도 크다는 특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제동도 넉넉하고, 차를 운행하는 내내 단순히 파워가 큰 차로서가 아니라 여기저기서 스페셜한 향이 많이 피어나는 차량이었습니다.

구형 벤츠  특유의 각이 살아있는 단단한 외형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독일차 세대인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의 독일차 느낌, 요즘 고성능 세단에 결코 빠지지 않는 탄탄한 주행성능등이 C36의 존재가치를 높입니다.

시승차와 현재 오너와의 관계처럼 국내에 흔하지 않는 스페셜카는 좀 스페셜한 주인에 의해서 관리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세계적으로 희소차량이 소장 가치를 아는 오너의 손에 의해 오랜시간 가꿔졌을 때 시간이 더 많이 흘러 여전히 쌩쌩한 모습을 간직한다면 이런차를 다시금 보는 매니어들의 가슴이 더욱 더 설레이게 될 것입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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