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신사동 고진에서 GTI를 시승해봤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친숙한(?) 바로 그 은색 GTI였습니다. 시승에 앞서 딜러님께서 브레이크가 불안정하니 조심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셨기에, 브레이크 성능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먼저 차에 앉아 시트포지션을 잡았습니다. 4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편의장비는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GTI에 비해 300만원 저렴한 2.0FSI프리미엄의 경우 전동시트가 장착되어있지만, GTI의 시트는 수동 조절식 이더군요.

전동시트와 같은 그야말로 "편의"사양은 과감히 삭제하고 그대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에 GTI를 접할 수 있게 하자는 전략인듯 싶었습니다. 가격때문이 아니라면, GTI가 어떤 고객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수도 있겠지요.

시트포지션 조정후 시동을 걸고 일단 실내를 살펴보았는데, 무엇보다도 정숙한 실내가 일단 만족스러웠습니다. 고진 신사동 매장앞에서 차를 빼려면 약간의 비틀어진 언덕을 내려가야 하는데, 이 짧은 장소에서도 단단한 차체강성을 느꼈다면 조금 오바일까요?^^

저를 포함하여 4명이 탄 GTI를 천천히 발진시켜 보았습니다. 전방에 시야가 확보되어 악셀러레이터를 깊게 눌러보았습니다. 다른 독일차들과 마찬가지로 딸깍 하는 느낌과 함께 풀스로틀이 전개되면서 상당한 토크감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D 모드로 주행을 하다가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S모드로 전환하고 그 유명한 DSG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DSG상태에서도 레드존에 근접하면 자동으로 쉬프트 업이 되더군요. 매단 레드존 직전을 치면서 + 패들을 조작합니다. 많은 시승기에서 언급되었듯이, 엄청나게 순간적으로 변속이 되며, 탁월한 직결감을 보여줍니다. 다만, 쉬프트 다운시에는 쉬프트 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변속 속도가 느렸습니다.

차량이 많은 대낮이라 그다지 밟아볼 구간이 없었지만, 잠깐씩 전방 시야가 뻥 뚫릴때는 - 패들을 두번 연속으로 누른후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기만 하면 매력적인 배기사운드와 함께 맹렬히 돌진합니다. 1800~5100의 구간에서 플랫하게 뿜어나오는 28kgm의 토크는 잠시동안 이 차에 4명이 타고 있다는 걸 잊게 만들더군요. 4명이 타고 이정도의 가속감이라니... 나머지 동승자 3명을 길바닥에 버리고 혼자 시승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지상태에서 굳이 스톨 스타트를 하지 않더라도, 단지 액셀러레이터를 조금 깊게 밟아주면 여지없이 휠스핀을 내며 튀어 나갑니다. 손쉽게 조작 가능한, 착착 붙는 변속감의 DSG와 뛰어난 파워.. 게다가 넓은 실내공간까지, .. 운전의 재미를 즐기면서도 편안한 운전을 하고싶어하는 매니어들에게는 정말 매력적인 놈이더군요. (어른들에게 최고의 장난감?)

그리고, 운전내내 감탄했던 것은 탄탄한 차체의 느낌과 서스펜션이었습니다. 급출발, 급감속, 급차선 변경, 코너링등 어떠한 운전 조건에서도 전혀 불안하다는 느낌 없이 차체를 단단하게 받쳐준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스터님이 과거에 썼던 글중에 "이 차급으로서는 불필요하게 높은 차체강성을 갖고있다"라는 말이 몸으로 이해가 되더군요.

와인딩이나 써킷 또는 고속도로의 진출입 램프에서 경험해 보지 못해, 쉽게 판단할 수는 없으나, 순정 서스펜션만으로도 일반적인 시내주행이나 고속화도로에서의 스포티한 주행은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허접한 시승기를 마치고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합니다. 신사동 고진에 저와 절친한 오준호 회원님등과 방문하여 매장앞에 주차를 하는데, 한 분이 문밖으로 나오셔서 인사를 하시더군요. 저희 차들 뒷유리창에 붙어있는 테드 스티커를 보고 반가움을 표시하셨습니다. (안진수 팀장님)

테드를 핑계(?)삼아 낯설지 않게 대화를 풀어나갈 수 있어서 참 좋았고, 예약도 없이 충동적으로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GTI 시승차량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비록 유령회원이지만, 본인도 테드 회원이라서 테드 스티커가 붙은 차량을 보면 웬지 반갑다고 하시더군요. 게다가...

"타고 오신 차량으로 보나(?), 테드회원인점으로 볼때 저의 동승은 필요없을것 같습니다. 마음껏 타보고 오십시오" 라며 키를 넘겨주시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
(아마 제차보다는 오준호 회원님의 인테그라 Type-R때문에 그러신듯.. 계속 타입R에 관심을 갖고 물어보시더군요 ^^)

시승을 마치고 난 후에는 얼음을 동동 띄운 오렌지 주스도 대접을 해주시더군요. 보통.. 시승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여 딜러들과 얘기를 해보면, 이 딜러가 차를 팔기 위해 지식을 암기한 것인지, 진짜 차를 좋아해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인지 대번에 파악이 가능합니다.

안진수님의 경우는 친절한 매너와 차량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본인의 배틀경험담(?) 까지 곁들여 가며 저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GTI의 호쾌한 달리기 성능 뿐만 아니라, 친절하신 딜러분을 알게되어 더욱 즐거운 시승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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