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55 AMG의 태백 서킷 임프레션을 소개합니다.


493마력을 발휘하는 V8 5.5리터 엔진은 E55 AMG에 장착된 것과 동일한 엔진이지만 출력이 17마력정도 높습니다.


CL이 가속할 때의 속도계의 바늘은 정말 미친듯이 상승합니다. V8 특유의 배기음을 한껏 뽐내며 AMG의 매력을 발산시킵니다.


벤츠 특유의 시트 조정관 주변의 품질은 형편없습니다. 주변 우드 트림이 덜렁거리고, 스위치의 조작감성도 빵점입니다. 특히 헤드라이트를 켜는 조정관의 느낌은 1000만원 짜리 차에도 어울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우람한 시트는 충분히 편안하고, 뒷좌석으로의 승차도 생각보다는 편합니다.


구형 S클래스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차이기 때문에 실내 분위기는 흡사합니다. 벤츠의 아이덴티티를 잘 간직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보이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품질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품질이나 질감에서는 벤츠의 전통과 카리스마를 절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8피스톤 전륜 브레이크는 아주 믿음직스럽고, 급제동 밸런스도 생각보다 훌륭했습니다. 벤츠 차만들기의 장기는 역시 D세그먼트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되었습니다.


차체는 정말 깁니다. 특히 서킷에서 느껴지는 길이에 대한 부담은 그리 작지 않았지만 상당한 안정성을 가지고 있고, 70kg이 넘는 토크를 후륜에 집중해도 침착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벤츠의 AMG버젼 V8도 그렇고 NA도 그렇고, 배기음이 정말 일품입니다.
음향의 컨셉은 전형적인 머슬카의 그것이며, 세련되고 우아한 외형에서 이런 무지막지한 음색이 터져나온다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표현력으로만 따진다면 BMW의 최신 V8엔진의 배기음과 벤츠의 V8의 그것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벤츠의 V8은 강력하면서도 감성이 풍부한 엔진입니다.
특히 수퍼차져가 장착된 5.5리터 AMG사양은 동승자를 깜짝깜짝 놀라게할 정도의 강력한 펀치와 가속 레스폰스를 발휘하고, 장난 아닌 고속빨을 선사합니다.

CL55 AMG를 몰고 서킷에 들어갔습니다.
속도가 시원하게 붙고 1번 코너에서 급제동을 걸 때 의외로 안정된 자세에 놀랍니다.
직선에서 200km/h이상 나오는 차들은 1번 코너 급제동때 좌측에 바짝 붙는 것이 살짝 부담스럽습니다.

제동밸런스가 충분하지 않으면 급제동으로 차가 움직일 때 잘못하면 왼발이 코스를 이탈하게 되는데, 이러면 아주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CL55 AMG는 아주 인상적인 제동밸런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코너를 돌고 가속패달을 때리면 여지없이 뒤가 밖으로 흐르면서 드리프트를 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부담스러운 파워이기 때문에 그리고 워낙 무거운 차이기 때문에 카운터 후 스티어링을 푸는 타이밍이 정말 민첩하고 날카로워야 리버스에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동력이 걸리는 후륜 주변의 강성이 믿음직하기 때문에 카운터에서 스티어링을 푸는 동작이 자연스러운데, 포인트는 가속패달을 일관되게 밟고 있어야 후륜이 그립을 잡을 때 좌우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파워 오버스티어는 랩을 거듭하면서 타이어가 열을 많이 받자, 처음 1,2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접지력을 보여 랩을 거듭할수록 풀파워를 걸어도 후륜이 쉽게 나르지 않는 모습에 다시한번 놀랍니다.

500마력을 제어하는 샤시의 완성도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결코 아닙니다.
제동을 걸었을 때 앞으로 향한 무게중심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시간이 차체의 길이만큼 길기 때문에 4번 좌측 코너같이 우측 코너를 돈 직후 급제동과 좌턴을 해야하는 상황에선 제동을 거는 포인트가 약간 빠르고 제동을 release하는 시간을 길게 잡아야 푸시언더를 피할 수 있습니다.

BMW 3시리즈 같은 차로는 전혀 불필요한 동작이 CL에는 요구되며, 무게를 다스리지 못하면 짜증나는 푸시언더와 계속해서 투쟁을 해야합니다.

마지막 코너에서 기대보다 뛰어난 평형성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역시 AMG의 세팅이 돋보였으나 한계속도에 근접할수록 스티어링 컬럼에서 올라오는 진동은 충분히 거슬리는 것이었습니다.

BMW의 직관성인 벤츠에서는 확실히 떨어지게 느껴지고, 전체적인 스티어링 반응속도가 떨어집니다.

다만 서킷 코너에서의 안정성과 다루는 느낌의 완성도는 S클래스가 7시리즈보다 우위에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 S350과 730iL로 태백을 달려본 적이 있기 때문에 두차종의 서킷 느낌은 충분히 경험한 바 있습니다.

직선을 내달리는 CL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오페라 하우스나 최고급 휴양지에나 어울릴 듯한 외모에서 서킷주변을 날려버릴 정도의 강력한 배기음을 뿜으며 달리는 CL은 이런 차를 만들 수 있었던 사람들을 존경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D세그먼트를 베이스로 한 2도어 쿠페를 양산하는 메이커는 거의 없습니다.
이런차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러대의 차종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스포츠카의 느낌보다는 CL을 즐기는 여유와 멋을 알아야 합니다.

벤츠는 태생부터 최고급 승용차군을 만드는 실력이 대단한 메이커입니다.
이러한 그들의 기술적 배경은 크고 무거운차를 어떻게 요리하고 어떻게 하면 안정된 차를 들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D세그먼트를 포함한 상위의 차를 만드는 실력은 BMW보다 벤츠가 성숙했다고 생각합니다.
성숙, 숙성, 세련됨 이러한 단어를 마구 떠올리게 하는 시승이었습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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