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벤츠를 시승했습니다.
구형 CLK는 언제고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했던 차종으로 일단 스타일이 아주 맘에 듭니다.

신형보다 오히려 볼륨이 있어보이고, 균형이 아주 잘 잡혀있는 모습에 중고차 검색을 참 많이도 했던 차종입니다.

눈여겨 보던 차종은 CLK 320이었었고, 430이 제게는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며칠전 55AMG의 시승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제가 9월 9일까지는 스퀘줄이 완전 만땅이라 한두시간을 내는 일도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CLK 55 AMG는 너무도 타보고 싶었던 차종이라 절묘하게 두시간을 내서 시승을 진행했습니다.

5.5리터 V8엔진의 347마력의 엔진은 W210 E55 AMG와 동일한 엔진입니다.
B세그먼트 스포츠 쿠페에 V8을 올리는 메이커는 전세계에 아우디와 벤츠 뿐입니다.

BMW가 6기통이 장기라면 벤츠는 누가 뭐래도 8기통을 참 잘만드는 메이커라고 생각합니다.
내구성도 좋고, 압축이 좋게 느껴지는 회전질감이 일품입니다. 한마디로 응어리가 져있는 출력을 선사합니다.

시승차는 2000년식이었고, 10만킬로를 넘게 탄 차량이었습니다.
17인치 225/45.17, 245/40.17 전후 타이어를 신고 있었습니다.
타자마자 쓰로틀을 깊숙히 밟으니 트랙션 컨트롤이 작동하며 튀어 나갑니다.

V8펀치와 낮은 배기음은 늘 동경의 대상입니다.
실내에 전해지는 배기음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워낙 방음이 잘되어 있어서 외부에서 들리는 배기음과 비교하면 철저히 단절된 느낌입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C클래스의 그것보다 훨씬 정숙하고, 여러가지 면에서 상당히 럭셔리함을 느끼게 합니다.

AMG가 스포티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고급성에서도 차별화시키는 차만들기를 하기 때문에 바닥에 방음재를 깔아도 한장을 더 깔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고급성은 여러가지 형태로 표현하고 있지만 반면 실망스런 부분도 있습니다.
투톤 컬러의 스티어링 휠의 상단부분이 이미 헤어진 상태이고, 시트의 엉덩이를 받치는 부분의 쿠션이 너무 없는데다가 엉덩이 끝부분이 밀착이 잘 안됩니다.

플라스틱의 질감과 고정이 되어있는 방식이 전혀 견고하지 않으며, 오래된 벤츠의 조립품질에 비해서 향상된 부분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최신형 벤츠를 타도 늘 실망스런 부분이기도 합니다.
본넷을 열고 닫는 과정속에서도 고품질과 견고하게 만들어진 차라는 감동은 없습니다.

주행자체를 평가한다면 역시 벤츠의 기술력은 돋보입니다.
1단 70, 2단 120, 3단 180, 4단 240, 5단 265km/h일 때 5400rpm입니다. 물론 속도 제한기가 작동하는 영역이며, 더이상의 가속은 안됩니다.

엔진이 3400rpm에 도달했을 때 반응성이 향상되며 가변캠이 작동하는 느낌처럼 펀치가 갑자기 좋아집니다.

대배기량 엔진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강하게 때릴 것 같았는데, 의외로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 점은 예상밖이었습니다.
가속이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고, 고속에서의 밸런스가 최대 이슈입니다.
고속코너를 도는 모양새가 서스의 무한한 용량을 드러냅니다.

E46 M3보다 고속코너에서 다루기가 쉽고, 극도로 안전한 차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속코너의 바운스를 치는 상황에서도 가속이 가능했고, 빠져나오는 속도가 240km/h일 때의 느낌은 황홀하기까지 했습니다.

액셀의 on.off시의 앵글변화는 일단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액셀링에 대한 차량의 모션변화는 없습니다.
전형적인 독일 스포츠 쿠페의 세팅입니다.

220km/h정도의 속도로 항속할 때는 자연스럽게 CLK 55 AMG의 아우토반에서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
한마디로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가속패달에 미세한 힘의 변화만 주어도 220km/h에서 속도가 쉽게 오르락 내리락하고, 아주아주 쾌적합니다.

CLK는 2도어 쿠페이기 때문에 접근성의 한계는 있지만 C나 D세그먼트 세단을 한대 가지고 있는 오너 입장에서 여유있는 세컨드카로 아주 좋은 차입니다.
55AMG가 10만을 넘는 동안 그리 평범한 운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으로 보았을 때 벤츠의 파워트레인과 하체부분의 내구성은 분명히 BMW와 차별되는 부분입니다.

벤츠가 세상의 모든 차를 리드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벤츠가 만들면 모든 부분에서 excellent라는 평가가 나오던 시대도 지났습니다.
하지만 특정모델을 통해서 보여주는 그들의 신기에 가까운 세팅능력과 엔진의 능력은 독일 탑브랜드로서의 자존심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CLK 55AMG 정도되면 일단 왠만한차가 접근할 수 있는 성능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차가 1차선에서 달려올 때 진정 벤츠의 삼꼭지 마크가 더 돋보이고, 7,80년대부터 아우토반에서의 벤츠의 위상을 확실히 한다는 차원에서 이런차를 소장하는 의미는 남다라다고 봅니다.

그만큼 빠른차가 너무 많아졌고, 그냥 벤츠니까 빠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멋진차 멋진 시승이었습니다.
시승할 수 있게 키를 건네주신 박수영님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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