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권영주 님께서 아시다 시피 재규어 골수 팬으로서 코멘트를 빼먹을 수는 없겠죠? ^ ^

달리기 성능만으로 재규어의 팬이 되는 분은 한 분도 없습니다.
처음엔 디자인과 승차감, 아늑한 실내 분위기에 끌려서 재규어를 타게 되고 타다보면 달리기도 만만치 않게 꽤 잘하고 운전도 스릴있고 재밌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재규어는 항상 절대적인 성능보다는 멋스러움과 차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우선합니다.
외양도 그렇지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럭셔리한 인테리어는 재규어만의 매력입니다.

지적하신 마케팅의 문제점에 공감합니다.
특히 포드의 개입( 재규어의 이슈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재규어에 경제적인 후원을 무색하게 할만큼  마케팅에서는 완전히 실패하게 했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재규어의 성격 자체는 포드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았습니다.
포드가 재규어의 명성을 깎아먹기도 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준 고마운 은인입니다.
그리고 재규어를 존중하는 메이커이기도 합니다( 이런 면에서 포드는 매우 신사적임.)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조금 하자면, 포드 자체가 어려운 와중에도 재규어에 전폭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고 차량 개발에 대해 독립성도 보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포드가 재규어의 첨단 기술에 대한 어떠한 투자를 가로막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안전과 주행 성능에 있어서 첨단 기술은 재규어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죠.
단, F-type과 X-type R의 양산 취소, F1 철수 등이 재규어의 출발을 삐걱거리게 한 결정적인 타격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F1에서는 그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도 원인이겠으나 재규어는 페라리의 1/10 밖에 안되는 적은 예산으로 좋은 머쉰을 만들어 냈었다지요. 실질적인 철수의 이유는 재규어의 부진 보다는 모기업 포드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했었기 때문입니다.

재규어의 신차 개발은 코벤트리에 있는 개발 센터에서 진행되며 독립성이 강합니다.
재규어에 들어가는 엔진은 모두 재규어 엔지니어들의 손을 거친 것이고요.
마케팅에서 큰 실패를 하고 후속 모델의 기약이 없는 X-type의 경우 몬데오 플랫폼을 갖다 쓴 것은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일단 적당한 플랫폼을 결정하게 되었고, 재규어의 엔지니어들이 이미 우수성을 인정받은 몬데오 플랫폼에서 부품을 골라서 적용했습니다.
포드의 정책과 차량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기존의 플랫폼을 이용하긴 하지만 결국 재규어 엔지니어들에 의해 만들어진 차입니다.
공유 부품은 20% 정도밖에 안됩니다. 더 많은 부품을 공유해도 사실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재규어에선 재규어를 만든거죠.
전천후 주행 능력과 후륜 구동의 주행감을 위하여 FF 섀시에서 할덱스 방식을 쓰지 않고 planetary gear set+ viscous coupling 방식의 독특한 AWD까지 도입하고 셋업 튠을 하게 되지요.( 결국 판매 부진으로 웨건형과 FF 모델 출시)
X-type의 드라이브 트레인은 AWD임에도 불구하고 RWD인 당시  BMW 3 시리즈의 드라이브 트레인보다 40kg밖에 무게가 더 나가지 않았습니다.
AJ V6 엔진 역시 전체가 합금으로 이루어져서 가벼운 엔진이죠.
포드의 Duratec 엔진이 베이스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은 많지만 Duratec 엔진의 엔지니어링이 포르쉐의 것이라는 사실과 Duratec과 AJ V6의 엔진은 생산 공장은 비록 같지만 엔진 블록과 크랭크 이외의 내용물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아는 분은 드물죠.
( 하지만 섀시 강성 확보 등의 이유로 차량 전체의 무게가 증가했지요. )
AJ V8엔진은 재규어 고유 디자인이며 영국에서 생산됩니다만, 포드와 볼보 엔진 역시 그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그리고 재규어는 전체가 영국에서 생산됩니다.
또한 차량의 총체적인 완성은 XJ, XK, S-type, X-type 모두 Chief engineer 인 Mike Cross라는 단 한 사람에 의해 다듬어집니다. ( 그래서 공통 분모를 가질 수밖에요.)
이 사람은 X-type을 만들고 난 후에  재규어를 만드는 것은 좋은 와인을 빚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So to achieve the perfect balance we carried out a great deal of testing and fine-tuning. You could say it’s a little bit like making a fine wine – part science, part art.."      -  Mike Cross

인식이라는 것은 참 무섭습니다.
마케팅이란 곧 사람에게 판매에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인데 재규어와 포드는 그 점을 간과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부분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이 거의 없으니 그 점은 쉽게 느끼시리라 봅니다.
" X-type은 몬데오 플랫폼 아니야? " 오로지 그 것만이 그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죠.

포드와 재규어는 투자에 비해 큰 실망을 안겨준 X-type의 마켓 세그먼트를 포기하고 본래의 프리미엄 마켓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X-type 오너분들은 단종의 걱정보다 희소가치 높아진다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죠. 저렴하게 재규어를 즐긴데다가 희소가치까지.... )

사실 재규어는 XJ6와 XK로 연간 2만대 남짓 팔리는 차량 메이커였지요.
벤츠나 BMW 등과 비교시 상대적으로 소규모입니다.
재규어는 본래가 니치 마켓( 틈새 시장) 메이커고요.
생산량을 생각하면 부품 값이 높아질수밖에 없죠.

사실 재규어는 주행성과 안전성에서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만 언제나 드라이버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DSC나 TCS의 개입도 사실 도와주는듯 마는듯 합니다.
척 척 잡아주는 느낌이 아니어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사실 신뢰가 갈만큼 잘 반응합니다.
포르쉐를 몰아보면서 DSC의 성격이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 포르쉐와 재규어가 비슷하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들 많으실 것 같습니다만, 그만큼 달리는 느낌이 비슷합니다. 롤 특성이나 핸들링은 물론 포르쉐의 성능이 더 우수합니다.  )

포드와 재규어도 마케팅의 실패가 어떤 것인지 절실하게 깨닫고 있으며 이젠 뭔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 선두에 Ian Callum이 서 있습니다.

C-XF 컨셉트 카를 토대로 양산될 예정인 XF의 경우 S-type의 생산 라인을 대체하게 됩니다.( 디자인에 있어서 C-XF는 개략적인 방향을 제공하지만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특히 헤드 램프와 손잡이는 필수....^ ^)
XF는 S-type의 후속 모델은 아닙니다.
하지만 S-type의 부품을 상당 부분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필요에 따라 적절히 개선이나 변경을 하겠죠.
이와 같은 것들은 전혀 문제가 아닙니다만 어떤 비난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알미늄 바디를 만드려면 상당히 높은 부가가치를 추구하게 됩니다.
일단 차량 가격 자체가 비싸집니다.
수리비도 만만치 않고요.
더구나 재규어의 알미늄 바디는 스페이스 프레임이 아니라 모노코크 알미늄 바디죠.
지그부터 다 다시 찍어내야 합니다.

S-type의 세그멘트를 차지하게 될 XF는 차량 가격을 소비자층에 맞춰야하고 수리비나 메인티넌스 비용 역시 그러합니다.( 덕분에 S-type은 단종됩니다.)
그리고 스틸 바디로 만들더라도 문제는 없습니다.
재규어에서 알미늄 바디를 도입한 것은 차량 중량을 줄여서 좋은 핸들링을 추구하기 위해서인데 XF에서 이 것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저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도 XF에서 핸들링 성능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 XF는 420마력 수퍼챠져 엔진이 R 버젼이 아닌기본 모델에 얹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R 버젼은 V8엔진을 직분사 방식으로 바꿔서 5.0 리터 수퍼챠져로 나온다는 소문이 있고요.)

사실 new XK는 Ian Callum이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사실 외관은 그다지 재규어 팬들에게 어필하지 않고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애스턴 마틴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시장에서 성공을 위한 안전 지향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반응은 매우 좋더군요.

개인적으로 XJ8 4.2L의 경우 핸들링에서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특정 각도에서 푸쉬 언더가 조향 반대 방향으로 나는 것은 섬뜩할 지경이죠.
재규어 다운 맛을 느끼시려면 숏 휠베이스를 타보실 것을 권합니다.
물론 성격이야 비슷하지만 좀 더 쫀득하고 안정적인 핸들링을 느끼실 겁니다.
재규어는 본래 오너 드라이버 차이기 때문에 숏 바디가 진정한 재규어입니다.
그리고 XJ의 휠 베이스와 전장을 생각하신다면 그만한 핸들링은 용서가 될지도요. - -;

재규어의 에어 써스펜션인 CATS는 말씀대로 상황에 따라 각각의 댐퍼 압력을 조정합니다.
브레이킹 시엔 앞쪽 댐퍼, 코너링에선 바깥쪽 댐퍼, 출발시엔 뒤쪽 댐퍼가 딱딱해지며, 1초에 3000번 댐퍼 압력을 모니터링 하고 수정합니다.
댐퍼 압력을 운전자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좀 아쉽긴 합니다만 그 것이 재규어의 성격을 대변합니다.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운전은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가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능동적인 제어를 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코너링 도중 급브레이킹을 하면 밸런스가 틀어지는 것.
당연한 것 아닌가요? ㅎㅎ
선회 상황에서는 당연히 급브레이킹은 피해야합니다.
하지만 걱정처럼 재규어가 밸런스를 흐트러뜨린채 코너 밖으로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휘청거리고 스키드 음을 내기 때문에 운전자는 불안감을 느끼는 거지요.
재규어는 차량의 한계를 DSC로 커버는 하려고 하지만 그런 느낌을 운전자로부터 격리시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근본적인 그립 한계도 높은 편입니다.
위험한 상황을 감추기 보다는 오히려 빨리 알아채게 해주어 안전한 운전을 도모하게 하고 하중 이동을 배우게 합니다( 뭐 그럴 듯한 합리화로 들린다면야... ^ ^;;) .
안락하고 승차감 좋은 써스에 코너링 브레이킹 밸런스도 완벽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재규어만 그런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수는 없겠죠.
CATS는 이런 양면을 다 잡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만... 그렇다고 써킷 세팅으로 딱딱해지지는 않습니다. R 버젼은 좀 더 딱딱해진다고 합니다만..
재규어가 추구하는 것은 컴포트와 퍼포먼스의 밸런스입니다.

얼마전에 본 베스트 모터링 동영상에서도 안정감하면 빠지지 않는 벤츠 CLS 55 AMG도 재규어 XJR 보다 슬라럼에서 안정적이지 못했고 브레이킹 디스턴스에서도 뒤졌습니다.
타이어는 재규어가 더 좁은 것을 쓰고 있죠.

재규어는 휠 타이어 매칭도 경쟁 독일 차에 비해 림 폭이 한 칫수 작은 것을 씁니다.
따라서 슬립 앵글도 커지고 조향 반응도 한 템포 손해를 봅니다만.... 대신 승차감과 부드러운 스티어링 필을 얻는 것이죠.

재규어에서는 new XK를 필두로 이제는 성능에서도 양보 없는 재규어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 나올 차들은 성능 면에서 독일차 매니아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을 적다보니 계속 이야기가 더 나올 것 같습니다.

재규어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진 않지만 , 독일차와 다른 면을 인정하시려고 하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아직은 독일차에 대해 제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아직 제 차도 다 모르고 그 것에 빠져서 다른 차들을 공부할 여력이 부족합니다.
한 쪽을 중심으로 파이를 넓혀가는 중이기 때문에 독일차 이야기에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그래서 권영주 님과 어떤 깊은 이야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서로의 파이가 겹치는 부분이 적다는 것을 느끼니까요.
나중에 제 파이가 더 넓어지는 날 서로 재밌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 날이 언제 오련지요. ^ ^;

사람마다  취향이라는 것이 있는 거죠.
제가 그동안 봐온 권영주 님께선 확실히 독일차 취향, 특히 포르쉐 쪽이신 것 같습니다.
독일은 권영주 님께 파라다이스가 아닐지.... 계시는 동안 행복한 카 라이프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꿈도 이루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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