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박강우님께서 금호 MX와 비교하여 자세히 사용기를 올리신 굳이어 이글 F1 GS-D3 타이어를 저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박강우님의 글이 매우 구체적이고 전문적이라 저는 반대로 굉장히 짧고 감상적으로 올려볼 생각을 하였습니다^^ 농담이고, 사실은 그만큼 특성이 분명한 타이어라 그런 식으로 묘사해도 좋을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작년1월부터 올해까지 사용한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PS2가 아닌)입니다. 사이즈는 215-45-17. 신품 구입해 사용했고, 공기압은 36이었습니다. 얼마전 교체한 타이어는 같은 사이즈의 굳이어 이글 F1 GS-D3입니다. 여기저기서 조금씩 들려오는 평이 좋았고, 무엇보다도, 트레드웨어 280이라는 게 마음에 들어 선택했습니다.

이글 F1 GS-D3의 스펙이나 특성 등은 이미 자동차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는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요약하면 굉장히 극단적인 V형 패턴을 가지고 있고, 배수성이 뛰어나 빗길 주행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뛰어나면서도, 마른 노면에서의 그립력 또한 다른 울트라 하이 퍼포먼스 타이어보다 못하지 않은 정도는 된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주행하였을 때의 첫느낌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감각이 둔해졌다' 라는 것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강조해두지만, 어디까지나 파일럿 스포츠에 길들여진 제 느낌에 그렇다는 말입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파일럿 스포츠의 느낌이 지나치다 할 만큼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라면 이글 GS-D3의 느낌은 그보다는 훨씬 덜예민하고 편하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느낌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인데, 일단 그립감의 차이를 들 수 있습니다. 파일럿 스포츠가 노면과 수평으로 밀착되어 팽팽한 긴장을 끊임없이 유지하며 달리는 느낌이라면, GS-D3는 노면에 조금 퍼져 달라붙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같은 공기압인데도 마치 공기압을 2~3쯤 낮춘 느낌이라고 하면 더 쉽고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는 노면을 훨씬 덜 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첫번째 그립감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일 수 있겠지요. 어쨌든 GS-D3로 바꾸고선 핸들을 내심 강하게 움켜잡아야 한다고 느끼던 구간에서 마음이 편해지고 손에 힘이 조금 빠지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전체적인 느낌이 흡사 저가의 푹신한 타이어를 쓸 때의 느낌 비슷하면서도 실제로 일반주행에서 그리고 코너링이나 브레이킹 때의 결과적 안정성은 울트라 하이 퍼포먼스급의 타이어답다는 것입니다. '예민'하지 않지만 해줄 일은 은근히 다 해주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수사적일까요^^

빗길은, 달려보았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생각해보면 별다른 특이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이 타이어의 굉장한 비범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빗길이니 당연히 마른 노면의 느낌과 '달라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렇지 않으니(즉, 빗길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덤덤했으니) 이 타이어의 빗길주행능력이 100% 발휘되고 있었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상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평이었습니다. 구입을 위해 접촉했던 어느 가게 주인 말마따나 이 타이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상적인 유통이 무너진' 타이어입니다. 일단 재고를 가지고 있는 곳이 거의 없고, 그에 따라 가격도 무너졌고, 그렇기 때문에 부르는 가격도 제각각입니다. 최근 년도의 제품은 보지 못했습니다. 태국산과 독일산이 각각 소량 남아 있는 듯 하고 수입원에서 최근분을 다시 수입할 것인지도 불투명합니다. 저는 독일산으로 2005년 생산된 것을 힘들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함께 출퇴근 하는 아내가, 타이어 바꾼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불쑥 한 말이 이렇습니다. "차 느낌이 너무 달라" 아내는 자동차의 '자'자도 모르는 평범한 보통 여자입니다. 그전 던롭 스포츠9000에서 파일럿 스포츠로 바꾸었을 때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타이어의 차이같은 건 알 지도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알 수도 없었지요. 그런 사람에게도 차이가 느껴지는 타이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엄청 예민하고 왠지 말걸면 날카롭게 쏘아붙일 것 같은 전교 1등의 수재가 파일럿 스포츠라면, 친구도 많고 점심시간에 밥 같이 먹자고 하면 언제나 웃으며 응-하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잘난 척 한 번 안하지만 성적 발표 때 보면 늘 5등 안에 드는 그런 여자아이가 GS-D3라고 조금은 엉뚱한 비유를, 요 며칠 내내 머리 속으로 떠올리며 히죽거렸던 것을 고백합니다. 전 후자쪽의 아이와 더 친구가 되고 싶은 종류의 사람이고, 그래서 아마도 이 타이어와도 오랫동안 친구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저와는 반대의 취향을 가진 사람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파일럿 스포츠도 계속 많이 팔려나갈 겁니다. 세상 모든 일은 원래 그런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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