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의 기함 LS는 렉서스가 추구하는 방향을 가장 잘 알려주는, 렉서스 중의 렉서스이다.
초대 LS는 곧 렉서스 전체를 의미하는 모델이었고, 이후 렉서스의 베리에이션이 다양해지면서, 도요타의 양산차 베이스의 ES, RX, GX 등의 모델들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역시 가장 렉서스다운 모델은 LS라고 할 수 있겠다.

신형 GS에서부터 시작된 L-finess 컨셉의 디자인은, 이전의 어딘가 항상 다른 차와 유사해 보이던 디자인에서 변화된 점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다.
사실 L-Finess 디자인이 적용된 차 중에서는 GS의 디자인이 제일 나아 보이고. LS의 경우는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운 면도 느껴진다.
뒷 트렁크데크는 다소 BMW 7씨리즈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괜챦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썩 인상적인 디자인은 아닌 듯 하다.

이미 Fit &Finish 영역은 독일차가 우위를 보이는 영역이 아니다.
명성대로 렉서스의 Fit & Finish는 불만의 여지가 없다.
다만, 다른 경쟁자들의 능력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그 상대적 우위는 좁혀지고 있다고 하겠다.

실내의 크기나 디자인은 여러모로 무난하다.
금번 모델부터는 롱휠베이스 모델까지 등장시켜서, 독일 럭셔리 3사와의 대전에 대한 자신감을 한껏 드러내 놓고 있다.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지만, 유저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합리적으로 되어 있어 직관적으로 조작하는 데에 큰 불편함이 없다.
사실, 독일차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개선될 여지가 분명하며, 최근의 멀티 컨트롤러(i-Drive, MMI 등)는 유저 인터페이스를 똑똑하게만 해 놓는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자주 이용하는 기능도 여러 차례의 단계를 거쳐서 들어가야 하는 데에 따른 불편은, 오피스 작업을 하면서 단축 키 사용이 안 되어서 억지로 마우스를 눌러 작업하는 불편과 비슷한 느낌이다.

아이들링 시의 소음은 렉서스답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아주 인상적인 것은 아니다.
왜냐 하면, 요즘 렉서스를 벤치마킹해서 아이들링이 조용한 차는 제법 많기 때문이다.
서서히 가속을 해 보면, 4.6리터라는 배기량답게 저rpm에서의 뿌듯한 토크감이 느껴진다.

시승을 위해 아파트 단지내에서 나오면서도 2가지 놀라운 점이 있었다.
첫째는, 구시대의 폭이 좁은 과속방지턱을 넘으면서도 작은 요철을 넘고 있다는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노면을 뭉게도 다니는 승차감이었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국내의 대부분의 운전자 및 동승자들이 선호하는 세팅인지라 상당히 경쟁력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반응을 통해 노면을 읽을 수 있는 세팅을 선호하는 편이라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오히려 이러한 노면반응을 믿고서 충분한 감속 없이 요철들을 통과하다 보면, 댐퍼에 장기적으로 무리가 갈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었다.
둘째는, 시속 20km 정도 영역에서도 4단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LS의 8단 AT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스킵 쉬프트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도록 세팅이 되어 있는데, 저속 토크가 워낙 좋은 편이라 4단으로 20km/h로 주행 중에도 토크감에 불만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시승코스를 내곡-분당간 도로로 잡아 보았다.
차량소통이 제법 많은 지라 정속 주행의 기회가 많았는데, 100km/h이하의 영역에서는 정숙성에서 전혀 불만을 느낄 수 없었다.
엔진이 조용하면, 노면음이나 풍절음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LS는 이러한 부분에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댐퍼가 워낙에 부드러운 세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차중량이 2톤이 넘는 차임에도 속도감은 다소 느껴지는 모습이다.
이 정도 클래스의 차라면, 급가속 시에는 아니더라도, 고속 크루징 시에는 속도감이 덜 느껴지는 고속 안락함이 반드시 필요한데, 벤츠 E클래스에 비해서도 속도감은 상당히 느껴지는 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TG보다도 고속에서의 속도감은 조금 더 느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전영역에서의 가속력은 380마력에 걸맞게 발군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고출력을 뽑아내기 위해서, 중저rpm에서의 토크를 희생하고, 고회전영역의 토크를 살리는 세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LS의 경우는 확실히 전반적으로 토크가 전영역에서 살아 있는 느낌이다.
70km/h로 크루징하면서 8단에 고정시켜 놓고서 가속을 해 봤는데, 적어도 쏘나타 2.4의 3단보다 가속감이 더 좋은 정도이다.
이쯤 되면 엔진에서의 불만은 찾기 힘들다고 하겠다.
급가속 시에는 하이톤의 엔진음이 들리는데, 아주 듣기 좋은 소리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런대로 주행의 즐거움을 일깨울 수 있는 사운드로 느껴졌다.
확실히 엔진음의 세팅은, 크루징 시에는 거의 들리지 않게, 급가속 시에는 예전보다 확실히 크게 세팅이 되어 있는 듯 하다.
도로여건이 좋지 않아 아주 고속은 달려보지 못했으나, 시속 190km까지의 가속력은 380마력이라는 출력답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기까지는 칭찬으로 일관한 느낌이 없지 않으나..
사실 LS는 렉서스라는 브랜드답게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게 나눠지는, 다시 말해서 이제는 굳이 2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례로, 판교 공사 때문에 분당-내곡간 도로는 제한시속 50km/h로 줄어드는 구간이 있다.
이 구간에서 굳이 LS로 와인딩을 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제법 감속해서 접근했음에도, 휘청이는 인상은 고급차답지 않았다.
부드러운 댐퍼 세팅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을테고, LS는 굳이 와인딩에서 타는 차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명색이 최고급차를 지향한다면, 어떤 노면상황에서도 평균 이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실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소위 밟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렉서스는 독일 럭셔리 3사 뿐만 아니라, 고급차 취급도 받지 못하는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예전의 렉서스는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는 좋았지만, 고회전에서 욕심을 완전히 버린 세팅으로 스포티하게 다니기에 적합하지도 않았다.
이제 IS. GS, LS의 주요모델은 배기량 대비 출력이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걸맞지 못하는 하체의 세팅이 아쉽기는 하지만, 사실 예전의 다소 떨어지는 출력이 렉서스에 걸맞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일상영역에서 렉서스만큼 안락하며 메인티넌스가 편한 차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들어낸 렉서스가 나름의 개성으로 느껴졌던 시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