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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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날개만 달면 날아가지 않을까?”
독일 아우토반에서 300km/h를 넘기고 있는 911 GT2 조수석에 앉아 농담을 던졌다. 운전자는 고속 주행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 아무런 대꾸가 없다.
‘300km/h 를 한 번씩 찍어보자고……’ 방금 전에 디지털 계기판으로 303km까지 찍고 운전석을 넘겨줬건만, 이 녀석은 300km/h 를 넘겼는데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 말 없이 몸에 꽉 매인 안전밸트를 다시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가운데 위치한 rpm 계기판 안에 디지털 속도계 숫자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310km/h 을 넘긴다. 앞이 텅 빈 2차선 도로가 오르막으로 변하고 내려가는 블라인드 지역이 나오자 겨우 속도를 줄인다. 다시 200km/h 정속주행으로 들어간다.
포르쉐 911(997)의 상위 라인업을 잠시 살펴보면
카레라S RR 355마력 40.8kgm
카레라4S AWD 355마력 40.8kgm
GT3 RS RR 415마력 41.3kgm
터보 AWD 480마력 63.2kgm
GT2 RR 530마력 69.3kgm
포르쉐 911 GT2 는 현재 양산 포르쉐 911 중에 최강의 모델이다.
993 시절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GT2는 처음에 양산차로 일정대수를 판매해야 하는 내구레이스 형식 승인을 받기 위해 태어났다. 993 포르쉐 터보의 네바퀴굴림을 뒷바퀴굴림(RR) 바꾸고 출력을 높여 GT2 클래스 경주에 뛰어들었다. 1996년부터 2년간 르망 24시 GT2 클래스를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자동차 경주장을 해집고 다녔다. 2001년에는 996 GT2가, 2007년 9월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997 GT2가 데뷔했다.
이미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의 빠른 가속력을 지닌 네바퀴굴림 911 터보가 부족했는지 포르쉐는 911 터보 엔진을(480마력/63.2kgm) 손봐 530마력/69.3kgm으로 높였다.
GT2의 출력 상승 비결은 뒤쪽 스포일러 밑에 양쪽으로 어른 주먹만 하게 생긴 공기 흡입구에서 시작된다. 물방울 형태의 911 지붕을 타고 넘어온 공기가 이 흡입구를 통해 곧바로 들이닥치게 된다.
용량이 많아진 공기량에 맞추어 터빈에 의해 공기를 압축하는 컴프레셔쪽 터빈의 용량이 커졌고 인터쿨러를 거쳐 실린더로 들어가는 흡기 통로를 재설계했다. 그 결과 공기의 흡입량을 늘리면서 동시에 온도도 낮추었다. 온도를 낮출 수 있다면 노킹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 부스트압을 더 올릴 수 있었다.
911 터보의 63.2kgm 토크를 전자식 다판 클러치를 통해 드라이브 샤프트로 앞바퀴에 나누어 쓰는 네바퀴굴림과 달리 GT2는 더 높은 69.3kgm의 토크를 뒷바퀴에만 몰아준다. 터보에서 앞바퀴로 토크가 전달되는 과정의 동력 손실까지 생각한다면 GT2는 뒷바퀴에만 더 높은 토크가 전해지기 때문에 체감 가속력 차이는 바로 느껴진다.
보통 ‘스포츠카’에서 100km에서 200km로 올라갈 때 느끼는 가속력이 GT2에서는 200km에서 300km으로 가는 영역에서 느껴진다.
이미 클러치에서 발을 떼자마자 (1,000rpm) 30.6kgm의 토크가 나오는데 (참고로 GTI 최대토크 28.6kgm) 여기에 액셀 패달에 발을 올려놓고 2,000rpm을 넘기면서 최대 플랫 토크(69.3kgm)가 뒤에서 엄청나게 밀어 붙인다.
꽝하고 터지는 터보랙을 가진 이전 포르쉐 터보의 기계적인 운전 주행 느낌을...... 필름 감각이 느껴지는 화면에서 서서히 이야기가 전개되다 클라이맥스에서 절정에 도달하고 끝나는 액션 영화 같다면...
997 GT2는 첨단 컴퓨터 장비를 동원한 디지털 화면에 박진감 넘치는 클라이맥스 스토리가 시작과 함께 쉴 새 없이 끝까지 전개되는 액션 영화에 가깝다.
독일 아우토반에서 통행 흐름이 없는 틈을 타 기어를 바꾸어가며 쭉 밟아 300km/h를 넘기는 일은 GT2를 타고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GT2의 본 실력은 이런 고속빨 뿐만 아니라 노하우가 담긴 RR 구동방식에서 나오는, 스키드패드 1.0g를 가뿐히 넘는 코너링 실력에 있다.
GT2의 잠재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포르쉐는 독일 어느 시골 공항을 통째로 빌렸다. 그리고 포르쉐 선임 테스트 드라이버 발터 뢰를(Walter Rohrl)이 운전하는 GT2에 동승하는 기회를 가졌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1m90cm 큰 키, 그리고 전형적인 독일 ‘늙은’ 아저씨였지만 그는 1980년대 WRC에서 2번의 종합 우승과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4번이나 우승했던 경력이 있다. 랠리뿐만 아니라 르망 24시 같은 온 로드 경기도 함께 섭렵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뻥 뚫린 공항 활주로에서 300km/h 를 넘기는 가속은 선전포고에 불과했다. 코너가 시야에 나타나고 곧바로 브렘보제 캘리퍼들이 4바퀴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 로터를 꽉 쥐여 버린다.
엄청난 브레이킹 포스를 받자마자 GT2는 좌우 연속 코너를 파고든다. 에어백과 열선까지 있는 카본파이버-가죽-알칸테라- 버킷 시트에 몸이 쏙 파묻혀 움직이지 않지만 몸 안의 내장과 피가 옆에서 때리는 G포스를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순간 시야가 흐려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의 스티어링과 발동작은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빠를 때는 무척 빠르다. 특히 코너에서는 잘 훈련된 사람처럼 코너 진입과 탈출에서 자로 잰 듯 정확히 꺾으며 불필요한 동작 없이 착착 돌려 나간다. 막판에는 자세제어 장치를 모두 끄고 일부러 뒤도 살짝 살짝 날리는 주행을 보여준다.
996 GT2 만해도 진정한 달리기 머신을 지향하며 자세제어를 통제하는 전자장비가 없었다. 하지만 997 GT2에는 ON / SC OFF / SC+TC OFF 까지 3가지 모드를 운전자가 버튼으로 선택할 수 있다. 트랙션 컨트롤이 살아있는 SC OFF 모드에서도 피가 쏠린 만큼 코너를 파고드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바퀴 안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325mm 너비의 19인치 뒷 타이어와 그에 비하면 한 없이 좁은 235mm 너비의 19인치 앞바퀴 사이즈를 보면 GT2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긴 막대기 뒤 부분을 꾹 누르면서 앞으로 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때 다른 손가락으로 앞부분의 방향을 살짝 바꾸면 뒤에서는 똑바로 미는 힘이 가해지고 앞부분은 돌고자 하는 방향으로 확 꺾여 들어간다.
물론 뒷부분은 앞으로 가려던 관성에 의해 미끄러질 수 있지만 GT2 에서는 타이어 사이즈와 서스펜션 세팅으로 절묘하게 극복했다. 앞바퀴는 그저 뒤에서 떠밀리며 방향만 바꾸는 역할을 하고 GT2 의 모든 중심은 수평대향 엔진이 꽉 눌러주어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뒷 타이어에 있다.
앞바퀴가 방향을 바꾸기 시작하면 RR 구조의 단단한 섀시는 앞머리와 뒷부분을 동시에 잡아 돌리며(요잉) 운전자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시선만 꽂으면 알아서 바로바로 반응하는 식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기능은 스로틀 바이 와이어 기술을 한껏 살린 런치 어시스턴트(Launch Assistant). 자세제어(SC+TC OFF)를 모두 끄고 클러치를 밟은 후에 동시에 액셀도 끝까지 밟으면 터빈에 부스트압이 걸리면서 rpm이 5천 정도에 고정된다. 이때 클러치를 과감하게 떼면 자체 슬립 컨트롤 기능이 작동하며 뒷바퀴에는 살짝 스핀만 하며 튀어나가는 적절한 최대 파워를 전달한다. 드래그나 경주 스타트할 때 또는 거치적거리는 양카들을 단번에 따돌릴 때 아주 좋다. 운전자가 클러치를 태우거나 적정 rpm 을 못 찾아 실수하는 걱정을 덜었다.
테스트 드라이버 발트 뢰를에 의해 최근 포르쉐 차종들의 뉘르부르크링 기록이 작성된다.
카레라 GT 7분 28초
997 GT2 7분 32초
997 터보 7분 40초
997 GT3 7분 42초
996 GT2 7분 46초
이전 공랭식 포르쉐가 진정한 포르쉐였지 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찬/반이 나뉠 수 있겠지만 진보된 최신 포르쉐가 안전하면서도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것은 이전 포르쉐들이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다.
첨단 유행에 발 빠르게 대처하여 만든 ‘상품’을 여러 사람들에게 많이 팔기보다는 포르쉐는 그 전통을 지키면서 첨단 기술은 가장 포르쉐답게 받아들여 만든 ‘자동차’로 사람들에게 꿈을 주고, 오너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포르쉐 다운 911, 그리고 그 정점에는 GT2가 달리고 있다.
Beyond the Limit...
국내에는 빠르면 올해말이나 내년초에 정식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2007.11.05 18:40:12 (*.87.60.117)

Walter Rohrl 뉘르 랩타임 수위권에 계속 등장하는 이름이라고만 알았는데 환갑이 넘은 분이었다니... 포르쉐가 인재를 알아보나 보군요. 60 이 넘어서까지 테스트드라이버로 일할 수 있다는게 부러워지는건 저만 그럴까요?
2007.11.05 18:57:18 (*.149.19.83)

GT2,,,르망의 GT2 규정이 바뀐 뒤에도 계속 출시되는 GT2,,,포르쉐 터보의 RR판이냐, 아니면 GT3의 터보판이냐,,,그리고 소리없는 한정판이라지만 눈물나는 감가상각을 감수할만한 녀석인가 등등,,,미국의 포르쉐 사랑을 대변하듯 그들의 포럼에서도 갑론을박 애증이 오가는 녀석이더군요. 처음 소문이 있었을 때는 한동안은 밤에 잠이 안오더군요. 멋진 시승기덕분에 갈증이 조금은 해소된듯합니다...^^ 직원교육용이라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세일즈 포인트까지 정리된 GT2 브로슈어도 재밌더군요. 경쟁차종(599, lp640, Viper)들과의 스펙 비교 차트까지는 좋은데, 비교우위 포인트에 대한 설명이 그냥 좀 안스러워 보이더군요,,,^^
2007.11.06 04:19:30 (*.120.78.243)
역시 GT2 정말 멋집니다. 599나 lp640에 비하면 정말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차. ㅎㅎ 서킷돌면 웬만한 슈퍼카들은 이녀석 꽁지 구경하기도 쉽지 않을듯.
2007.11.07 21:24:25 (*.243.245.151)

첫 사진을 보고는 아..외국 어느 기자가 기고한 글을 옮겨오신거구나..했습니다.
사과드립니다..멋진 글 사진 잘 보고갑니다~좋은 시승기 감사드립니다^^
사과드립니다..멋진 글 사진 잘 보고갑니다~좋은 시승기 감사드립니다^^
2007.11.08 21:05:57 (*.50.78.211)

스트라다 조기자님이시군요. ^^;
포르쉐 997 터보... 저의 경우 진짜 핸들을 잡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반나절 신나게 달리고 차에서 내리니 등줄기가 흥건하더군요...
편안하지만 원인 모를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콕핏, 머리가 띵하게 만드는 토크, 터보랙인지 기어딜레이인지는 몰라도 약간씩 멈칫하는 문제가 아쉬웠습니다. 정말 간만에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차를 탄 것 같아 아주 즐거웠지요. GT2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좀더 스파르탄하겠지요?
포르쉐 997 터보... 저의 경우 진짜 핸들을 잡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반나절 신나게 달리고 차에서 내리니 등줄기가 흥건하더군요...
편안하지만 원인 모를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콕핏, 머리가 띵하게 만드는 토크, 터보랙인지 기어딜레이인지는 몰라도 약간씩 멈칫하는 문제가 아쉬웠습니다. 정말 간만에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차를 탄 것 같아 아주 즐거웠지요. GT2는 어떨지 궁금하군요. 좀더 스파르탄하겠지요?
2007.11.12 12:17:46 (*.253.62.253)

정말 대단하네여..;; 일반인들이 운전이나 할수있을찌 의문입니다. 내년부턴 복스바겐사의 듀얼클러치가 올라간다는 말이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