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Impression
글 수 332








XJ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단중 하나이다.
신형으로 갈수록 시대와 타협하는 노력이 가미된 것은 눈치챌 수 있지만 여전히 매혹적인 라인을 가지고 있다. 좁디 좁은 트렁크 공간 또한 여전하다.
라인업에 디젤이 추가된 것은 XJ와 같이 우아한 이미지를 강점으로 하는 모델에는 언듯 어색해보일 소지도 없진 않지만 추가된 파워트레인이 워낙 출중한 성능과 정숙성을 가진만큼 실리를 따지는 오너들에게 확실한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본다.
204마력의 V6 2.7터보 디젤엔진은 푸조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엔진으로 그동안 독일제 6기통 디젤엔진과 비교해보고픈 욕구가 강했는데, 고속도로에서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결론을 먼저 언급하자면 배기량이 독일제 6기통 엔진보다 작은 것으로 인해 약간 낮은 토크를 제외하고 완성도나 회전질감 그리고 진동억제 능력으로 보아 독일제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상의 완성도를 갖춘 엔진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다.
알미늄 바디의 XJ는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가뿐하게 순발력을 발휘하고 속도계가 220km/h를 넘어갈 때까지 탄력이 죽지 않는다.
부드럽고 조용하며 한마디로 제법 매끈한 감성을 뽑아내는데다가 XJ에 맞춰넣기 위해 fine tuning을 한 노력이 돋보인다.
에어댐퍼가 승차감과 노면 기복에 대응하는 성능적 측면 역시 상당히 진보한 모습(승차감 측면에서)이고, 장착된 수평유지 기능 덕분에 코너에서 차가 기울려고 하면 적극적으로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눌린쪽 댐퍼에 공기가 순간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롤억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중속코너까지의 영역에서 머리의 움직임과 승차감의 양립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만족스런 바디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최근에 나온 XJ모델이 같은 바디의 2년전의 그것과 비교하면 제동느낌이 훨씬 정직해졌다는 것이 눈에 띄는 변화이다.
구형 재규어 모델들은 제동 느낌이 부정확하고 스폰지 영역이 워낙 큰데다가 제동이 듣기 시작하는 시점은 너무 끈적거려 오른발이 피곤했었는데, 최근에 이 약점이 크게 개선된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제동도 제동파워가 아니라 결국은 감성으로 초점이 맞춰지는만큼 제동감촉 역시 부단히 개선되고 가장 호평을 받는 모델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에어서스펜션을 포함한 서스펜션 세팅에 좀 더 초점을 맞춰보자.
언급했듯이 밸런스가 좋은 바디에 강한 파워트레인과 질감이 좋은 6속 변속기는 아주 훌륭한 조합이다.
에어서스펜션의 능력이 페이톤과 A8, S클래스가 보여주는 롤억제 능력과 비교하면 좀 더 개입이 적극적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XJ가 가진 세팅의 한계는 180km/h가 넘어서면 좀 심하게 흐터러지는 경향이 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고속으로 가면갈수록 스포츠카가 아닌 이상 액티브 서스펜션의 세팅은 바운딩 속도 즉 상하로 수축되었다가 펼쳐지는 반응속도를 약간 늦추는 것이 안정성을 높이고 급격한 바디의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다.
XJ의 에어서스펜션 역시 지나치게 예민해져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로직이 개입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고속에서 액셀 오프시 발생하는 턱인과 고속코너에서 미세한 고속바운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약점이 보였다.
드라이빙 스킬이 좋은 운전자에게 이런 현상은 몸에 배어있는 감각으로 아무렇지 않게 운전할 수 있지만 일반 운전자에게 대형세단은 고속으로 갈수록 off throttle oversteer를 철저히 지양해야함에도 XJ는 이 목표를 충실히 달성했다고 보기 힘들었다.
직선으로 내달릴 때나 얌전한 칼질에는 떡벌어진 넓직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일부러 테스트를 위해 연출한 조건에서는 요잉(yawing)이 심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XJ가 독일제 최고급 세단과 비교해 혁신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것은 Heritage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전히 재규어 매니어들은 전세계에 넓게 퍼져 광신도와 같은 추종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
XF가 제법 과감한 변신과 가격에 5시리즈와 E클래스 A6와 경쟁하게 포지셔닝 시켰을 때 우려도 많았지만 유럽에서 상당히 많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재규어가 여전히 저력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제 자본이 바뀌었고, 포드에서 완전히 독립했으니 그동안 제품의 기술적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은만큼 XJ도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길 바라는 바이다.
포드산하에 있으면서 유일하게 건진 품질향상이 앞으로 재규어의 미래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기술투자가 있어야할 것 같다.
-testkwon-

2008.06.28 15:47:36 (*.150.179.59)

이차를 가져오신 멋진 드라이버와 영국감성 얘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밌게 경청을 하죠~수지 셀프세차장의 정신적 지주!! ㅋㅋ
2008.07.06 14:44:29 (*.70.230.6)

이경석님이 다 써주셨네요.
재규어는 그래야 재규어 입니다. 독일차처럼 바귈필요는 없죠.
전 그냥 그것이 항상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재규어는 그래야 재규어 입니다. 독일차처럼 바귈필요는 없죠.
전 그냥 그것이 항상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공감 공감.....
재규어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약간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글을 보탭니다.
쓰로틀 오프시 턱인은 구동력이 급감하면서 타이어의 슬립앵글이 감소하여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것이 독일차에 배해 재규어에서 더 뚜렷한 이유는 재규어가 독일 브랜드에 비해 휠의 림폭을 좁게 쓰기 때문일 것입니다.
독일차들보다 보통 0.5~1J 정도 림폭을 작게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고속 주행중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말씀대로 경험을 해보지 않았을 때는 상당한 불안감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불만스러울 수 있지요.
좀 더 안정적으로 느껴져야 고속으로 달리더라도 안심이 될텐데....
좀 더 달리다간 컨트롤이 안되어 사고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실제로 핸들링을 해보면 정밀하게 제어되면서 쉽게 균형을 잃지 않는 밸런스를 느끼게 되고 차량에 대한 신뢰가 쌓이게 되었습니다. 차츰 차가 주는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면서 운전하면 재밌고 스릴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컨트롤을 잃게될 우려가 있으면 DSC 같은 전자장비가 커버해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차량의 롤과 피칭을 잘 다스려야 운전을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재규어 핸들링의 매력 중에 하나는 코너링시 액셀 온오프에 의해 조향감이 약간씩 바뀌는 느낌을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해주며 적당한 횡가속을 만들면서 코너 진입시 후륜이 따라오는 느낌이 매우 독특합니다. 슬라럼시에도 마치 '뱀'처럼 움직이지요. 재규어의 이런 움직임이 고양이과 동물의부드러움에 비유되는 것 같습니다.
재규어는 전통적으로 스포츠 성향을 가진 차이며 운전자 위주로 세팅합니다.
고급세단이지만 오너 드리븐 카이며 스포티한 운전을 즐기는 것을 전제로 만든 차입니다.
고급스런 승차감과 주행감에 날렵한 핸들링, 모터 스포츠에서 쌓은 노하우로 만든 섀시...
아름다운 외관과 럭셔리하면서 아늑한 인테리어, 직관적인 운전자 인터페이스....
그 것이 바로 재규어죠.
전자 장비의 개입 역시 운전자의 의도를 거스르지 않고 단지 도와주어야한다는 쪽입니다.
브레이킹 필의 경우 재규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크게 불만이 없지만 독일차와 비교하면 확실히 트래블도 길고 부드럽고 성향이 다릅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재규어의 브레이크 튠은 인정받아왔지요.
제동거리가 짧으면서도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
디스크 브레이크를 가장 먼저 자동차에 도입한 메이커이기 때문에 노하우도 많겠습니다만.... 재규어로서는 지금 현재 가장 좋다고 인정받고 있는 것을 따르는 것....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엔진음을 다듬고 적극적으로 들려주던 재규어가 갑자기 렉서스처럼 정숙성을 추구하며 어쿠스틱 라미네이트 글래스를 적용한 것도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독일 차는 안심 스테이크라고 한다면 재규어는 양념 듬뿍 들어간 갈비를 연상케하는 핸들링 필 역시 좀 더 꾸밈없고 날렵한 쪽으로 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존 방식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쪽으로 가는 것입니다.
변화를 주되 재규어식의 감성은 여전히 지켜내는 것.
이 것이 재규어의 도전이 되었습니다.
광신도와 같은 추종자들..... 와닿는 표현입니다.ㅎㅎ
마지막 문장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과감한 투자만이 재규어의 옛 영광을 되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에도 더 투자하고.... 모터스포츠에도 다시 복귀해야죠.
이제 애스턴 마틴과의 서열관계도 사라졌으니 여러 면에서 보다 고성능 럭셔리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지요.
새로운 주인인 인도의 타타가 7억 파운드를 기술개발에 투자한다고 하니 앞으로 재규어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해봅니다.
하지만 재규어 매니아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꿋꿋하게 지켜냈던 그 재규어식의 감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담아내는 그 기술을 사랑했지요.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재규어 매니아라고 하더라도 취향은 제각각이라 XF에 대해선 이렇다 저렇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도 조만간 시간내서 한 번 시승해보고 느낌을 올리겠습니다.
그 전에 권영주 님의 글을 볼 수도 있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쓰다보니 또 글이 길어졌네요.
좀 퍼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