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고 공감하기 위해 모임이나 단체를 만드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입니다. 동호회도 그렇고 또 업계에서 결성되는 협회 등도 마찬가지죠.

자동차에 대해 글을 쓰거나 홍보를 하는 분야에도 그런 단체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지역별로 이런 단체들이 결성되어 있지요.

저는 이중 MPG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제가 회원으로 있는 MPG는 미국서 연비를 표기하기

위해 흔히 쓰는 Mile Per Gallon이 아니라 Motor Press Guild의 약자입니다.

MPG는 LA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만큼 모든 활동은 남부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매달 첫번째 화요일에 점심모임이 있으며 이때에는 업계의 주요인사들이

초청연사로 초빙되어 업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요.

그리고 매년 11월에 트랙데이를 개최하고 LA 오토쇼에서도 키노트를 주관하며 12월에는 기사,

사진, 서적 등의 카테고리에서 각각 우수작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Dean Batchelor Award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입니다.

MPG는 자동차 저널리스트 (기자,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방송인)들과 자동차업체, 부품업체

등의 홍보담당자들에게 정회원 자격이 주어지는 모임으로 현재 750여명의 회원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MPG의 주요 이벤트중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이 트랙데이입니다.

저는 2001년에 회원으로 가입했고 그때부터 거의 매년 트랙데이에 참가하는데 사실상 일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려지는 이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틀에 거쳐 진행되는 MPG 트랙데이는 매년

조금씩 다르게 기획됩니다. 제가 처음 가입했을 때만 해도 첫날은 드라이빙 스쿨, 둘째날이

트랙데이였는데 2004년에는 첫날이 튜너 트랙데이, 둘째날이 매뉴팩쳐러 트랙데이로 편성되기도

했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첫날이 비교시승, 둘째날이 트랙데이였지요.

트랙데이에는 다양한 메이커들의 차들이 트랙, 또는 일반도로 시승용으로 준비됩니다.

올해는 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1984년부터 작년까지 MPG 트랙데이는 항상 Willow Springs Raceway에서 열렸는데 올해는

Auto Club Speedway로 장소를 바꾸었습니다. 윌로우 스프링스는 메인트랙이 2.5마일로 규모도

크고 사막 옆에 산을 끼고 있는 곳이라 사진을 찍기에 좋은 배경도 가지고 있으며 오프로드 코스도

마련되어 있는데 비해 공업지역인 Fontana에 자리잡은 오토클럽 스피드웨이는 나스카를 위한

타원형 오벌 트랙을 메인으로 하여 인필드에 1.4마일의 로드 코스를 가지고 있는 구성이라 장소를

옮긴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과연 예전만큼 재미가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올해 트랙데이는 첫날에 트랙주행 일반도로 시승, 오토크로스, 리버스 짐카나, 그리고

트랙이벤트 이후 연회 등으로, 이튿날은 트랙주행과 일반도로 시승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식일정은 아침식사, 행사에 대한 인사와 안내말씀, 드라이버즈 미팅, 인스트럭터가 모는 밴을

타고 트랙을 한 랩 돌면서 각 코너와 라인을 익히는 밴 라이드 등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테이블 장식



제네시스 쿠페와 듀카티 모터사이클이 전시되었습니다. 제네시스 쿠페는 첫날은 전시만,

둘째날은 일반도로 시승용으로 제공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이벤트가 시작되고 나서 제일 먼저 타본 차는 현대 제네시스였습니다.

아직까지 저는 이 차를 차 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있었고 또 하나는 익숙하지 않은 트랙에서

고성능차부터 타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MPG 트랙데이는 정회원에게만 운전자격이 주어지는데 밴 라이드를 마치고 나면 손목밴드를

채워주고 이것이 이번 이벤트에서 운전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식이 됩니다.

트랙주행 조건에서 자동차의 거동과 느낌이 어떤지를 파악해보라는 행사 의도와는 다르게

차를 지나치게 난폭하게 몰거나 공격적으로 다른 드라이버를 위협하는 운전, 스핀, 코스이탈,

사고 등을 야기한 경우에는 운전자격이 즉시 박탈되며 차에 손상을 입힌 경우 내년도 트랙데이

참가가 금지됩니다.



윌로우 스프링스와는 달리 트랙 길이도 짧고 고저차가 없는 곳이라 재미는 덜했지만 빠르게

달려보면서 차의 운동성능을 느껴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오토크로스 코스에서 타 본 메르세데스 벤츠 SLK 55 AMG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후방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이미지만으로 후진을 하여 코스를 통과하는

리버스 짐카나도 흥미있는 코스였습니다.


일반도로 시승용으로 준비된 아우디 A4와 렉서스 IS-F를 타보았습니다.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주변이 공업지역이라 대형 트럭들이 많이 다니는데다 도로표면도 나쁘고 코스도 단조로와

일반도로 시승의 조건은 윌로우 스프링스보다 나빴습니다만 트랙을 계속 타서 몸이 지친다

싶으면 한두번 나갔다 와서 다시 트랙을 타고 하는 식으로 움직였습니다.

대부분의 시승차가 자동변속기(트윈클러치 변속기 포함)를 장착하고 있어서 수동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차는 몇 되지 않았습니다.





첫날 타 본 수동변속기차인 스즈키 SX4 터보와 마즈다스피드 3




메르세데스 벤츠 ML63 AMG는 SUV임에도 트랙주행에서 상당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BMW X6도 이 날 처음 타보았는데 이 차의 패들시프트에 익숙하지 않아 주행중 수동모드에서

변속에 실수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오른쪽이 시프트업, 왼쪽이 시프트다운인데 반해 이 차는

엄지손가락으로 상단을 누르면 시프트 업, 스티어링 뒤쪽의 패들을 당기면 시프트다운입니다.

이런 컨트롤이 스티어링휠 양쪽에 배치되어 있는 관계로 시프트 다운을 생각하고 왼쪽 패들을

당기면 시프트 업이 되는 상황이 몇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날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CL63 AMG의 일반도로 시승부터 시작했습니다.

큰 차체의 2도어 쿠페로 호화로움과 성능을 모두 만족시킵니다.




트랙주행은 재규어 XF로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우면서도 빠르고 편한 설룬이죠.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트




지난번 트랙데이때 제대로 타보지 못한 아우디 R8에 대한 아쉬움을 이번에 달랠 수 있었습니다.

줄이 길게 서 있는 것 같아서 이른 아침에는 다른 차를 타보는데 열중했는데 늦은 오전이 되니

조금 줄어든 것 같아서 아우디쪽으로 가보았습니다.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3명이 기다리고 있다더군요. 그래서 저도 줄을 섰습니다.

줄 서 기다리는 도중에 아우디 홍보매니저인 크리스찬 보킥씨에게 이번달 만화 프린트한 것을

드렸습니다. AWD를 설명하는 부분에 아우디 TT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죠.

아주 작게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무지 좋아하시더군요. R8을 기다리는 동안에 그에게

부탁하여 자리 맡아달라고 한 뒤 A5로 트랙에 들어가 3랩 타고 나와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나서 기다리던 R8 시승. 이 차를 몰면 갑자기 운전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만큼 훌륭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이틀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바꿔 타며 트랙에서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성능을 유지했다는 점이죠. 매년 MPG 트랙데이에 제공되었던 차들 중 일부는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해도 몇 대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는 못했죠.

점심을 먹고나서 이리저리 차들 사이를 누비며 사진도 찍고 아는 사람들과 농담따먹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첫날은 차고 안에만 있던 제네시스 쿠페가 햇살을 받으며 패독으로 나왔습니다.

일반도로 시승용으로 제공되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더군요.




제네시스를 촬영하고 있는 MPG 공식 사진기자 피트 라이온즈씨입니다.

이리기웃, 저리기웃 하다가 로터스쪽에 있는데 마침 일반도로 시승용 엘리스가 막 들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하여 곧바로 엘리스를 타고 시승코스로 나섰습니다.

여전히 이런 차가 호화스러운 차들보다 훨씬 마음에 들더군요.

나쁜 노면을 지날때의 승차감이나 덜그럭거리고 삐걱대는 소리 때문에 보통사람들이 쉽게

좋아할만한 차는 아니지만 트랙에서가 아니라 해도 재미있게 탈만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로시승을 마치고 들어와 조금 쉬다가 다시 로터스쪽으로 갔습니다. 로터시 엑시지 S 트랙주행

대기자가 많지 않네요. 조금 기다려서 엑시지를 탔습니다.




풀가속으로 트랙에 진입한 후 직선로 끝부분에서 브레이킹을 하는데 제동성능이 정말 높더군요.

제동성능이 뛰어났지만 가벼운 몸무게 덕분에 가속이 빨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높은

속도로 진입했고 코너 입구에서부터 뒤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젠장, 운전자격 박탈되겠군’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뇌리를 스치며 카운터 스티어, 곧바로

제자리를 잡는 로터스.. 휴~ 하고 한숨이 나오면서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끄러질 당시 속도가 시속 70~80마일 정도는 되었을테고 미끄러진 각도도 좀 큰 편이었는데

한방의 카운터로 피시테일도 전혀 없이 제자리를 잡는 것에서 차가 가진 훌륭한 밸런스가

정말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3랩을 다 돌고 들어오자 로터스 관계자들이 타이어 온도를 체크하더니 ‘제대로 몰아붙이지도

않았구만?” 하고 농담을 건넵니다. “차의 성능이 제 운전실력보다 한참 위라서요. 이 차 성능 반도 사용하지 못한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하자 홍보담당자중 한 명인 브라이언 셰퍼드씨가

“내가 몰 테니 동승해볼래요?” 하고 묻더군요. ‘뭘 물어봐 당근 예스지.’ 하면서 조수석에

올랐습니다. 프로페셔널 드라이버의 차에 동승해본 경험이 많이 있기 때문에 브라이언의 운전이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로터스에 익숙한 만큼 저보다 적극적으로 코스를

공략했습니다. 시승과 동승모두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미니 쿠퍼 존 쿠퍼 웍스. 스티어링이 상당히 민감하더군요. 민첩성과 안정성은 서로 상반되는

만큼 어느 한쪽을 높이면 다른 한쪽이 떨어집니다. 서스펜션 기술력이 높을수록 양자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타협점이 올라가지만 근본적으로 서로 트레이드 오프인 관계죠.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는 해도 전투기의 경우 기본적인 운동특성을 민첩성에 할애하고 그로

인해 극도로 떨어지는 안정성은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으로 전자보정하는 면이 있습니다.

미니 존 쿠퍼 웍스의 경우 일상차로는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떨어져서 직선로

끝에서의 90도 코너에 들어가기 전 브레이킹에서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었지만 코너를 파고

들때의 날카로움을 비롯해 가속페달을 밟고 놓는 것으로 회전반경을 제어하기가 아주 쉬워

타이트한 코너가 많은 구간에서 아주 재미있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시승용으로 받았을 때 고갯길에서 정말 재미있게 탔으나 트랙에서 빠르게 달리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던 머스탱 불릿, 고급스러우면서도 트랙에서 높은 성능을 보여준 재규어 XKR,

빠르고 정교하지만 로터스를 타 본 이후여서인지 감흥이 덜했던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MR,

트랙 데이가 종료되기 직전 타본 BMW 135i등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과 재미가 있는 차들이었습니다.




회원들이 소장한 차들도 전시되었습니다.




마세라티 MC 12




스즈키 경밴과 시보레 카프리스


매년 그렇듯이 이틀이 어떻게 지나갔나 모를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고 또 내년도 트랙데이가 기다려집니다.

(취재가 아니라 회비 내고 즐기러 간 이벤트여서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