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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재욱입니다.


540i는 극악의 연비에도 불구하고 거의 데일리카로서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날이 더워지면서 차가 조금씩 말썽을 부리기도 해, 요 근래에는 정비소를 드나들며 차와 씨름 중입니다.

여전히 속을 썩이는 것은 90s BMW의 악독한 플라스틱과 고무 품질... 차가 한동안 서 있다가 다시 운행하는지라 갈라지고 부서지고 터지고 아주 말썽이네요.


아무튼 각설하고, 그렇게 차와 투닥투닥 거리는 와중에도 종강 기념으로 지난 주 즉흥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인제 스피디움 숙박권의 사용기간이 7월 초까지인데, 다음 달이 되자마자 유럽으로 떠나는지라

급하게 사람을 모아 강원도 투어를 계획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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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강원도 투어라면 동해안을 찍고 대관령 와인딩 정도나 즐기고 오기 마련이지만,

지난 겨울 여행 때 만났던 강원 내륙의 끝내주는 와인딩과 첩첩산중의 경치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장마 전 마지막으로 쾌청한 주말에 녹음이 우거진 초여름이라 정말 기분좋은 드라이브가 되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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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를 포함해 차량 3대, 총원 4명의 어벤저스(?)가 결성됐습니다.

인제 스피디움에서 금요일 밤을 묵은 뒤 토요일 아침에는 인제에서 정선까지 여러 와인딩 로드를 돌파해 서울로 돌아오는, 총연장 600km 가량의 빡센 일정이었죠.


인제 스피디움은 서킷도 재미있지만 강원 내륙 한복판에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고급 숙박시설이라는 점이 정말 큰 메리트입니다. 동해안으로 내려가든, 강원 내륙을 즐기든 시종점으로 삼기 좋은 입지입니다.

내년에는 경춘 고속도로의 홍천-양양 구간이 개통돼 지금보다 30분 정도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니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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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퇴근한 일행들이 순서대로 도착해 간단히 맥주를 한 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간단히 라면을 들이키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 금요일에 부지런을 떤 덕분에 동선 상에서 교통정체는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거리가 꽤 됐으니까요.


인제 스피디움을 출발해 양양 방향으로 가다보면 연속 헤어핀이 인상적인 조침령을 지나 삼거리가 나옵니다. 왼쪽은 양양, 그리고 오른쪽은 바로 구룡령이죠. 구룡령은 굉장히 길고 가파르며, 재미있는 코스입니다. 게다가 경치도 빼어나고요. 원래 양양방향이 더 재미있는 코스지만 이번에는 동선 상 평창 방향으로 주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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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령을 넘어 잘 다져진 국도를 달려 평창으로 향하다보면 운두령이라는 고개가 나옵니다. 구룡령과는 달리 길이 좁고 곡률도 커서 마치 이니셜 D에 나오는 이로하자카 고개를 연상시킵니다. 평창을 지나 정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하는 고개입니다. 정상에는 조그만한 쉼터도 있고요.


운두령을 지나 더 내려가면 진부면이 나옵니다. 진부령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만, 진부령은 저~ 북쪽 고성군 방면이고, 진부면과는 무관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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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만한 읍내에서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 지 고민하다가 "강원도면 역시 막국수지!" 하는 생각으로 메밀막국수 집을 찾았습니다. 지도 어플에 검색해서 나온 곳으로 갔는데, 숨은 로컬 맛집이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데기 대신 조선간장으로 간을 보는 것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진부면을 지나는 분이라면 "정씨네 메밀막국수"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여기까지는 길도 좁고 마땅히 세울 곳도 없고 해서 별로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으레 그렇듯이 사진이 여행의 큰 목적 중 하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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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정선으로 향하면서 두 루트 중 고민을 했습니다. 하나는 화암약수터와 벌문재로, 소금강을 끼고 도는 루트고 또 하나는 동강변의 지방도를 따라 예미역으로 바로 가는 루트였습니다.

전자는 검증된 길이지만 단풍 시즌도 아니고, 와인딩도 많이 탔으니 시원하게 강바람이나 쐬자고 의견을 모아 동강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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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동강변길은 노면도 별로 안 좋고, 속도를 내서 와인딩을 즐길 곳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포장이 잘 돼있지만 갈 수록 노면이 안 좋아서 여기 저기 파여있는 돌바닥 투성이죠. 하지만 강원도에서만 볼 수 있는 구불구불한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달리는 즐거움이 상당합니다. 이렇게 강가에 붙어있는 길은 흔치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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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딩보다는 힘을 빼고 풍경을 즐기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갔습니다. 심지어 도중에는 외길도 나오기 때문에 대항차를 잘 보고 가야 합니다.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깎아지른 고개를 넘어(여기는 포장이 잘 돼있습니다) 최종 목적지인 함백로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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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 우연히 찾았던 함백로는 정선의 숨은 보배같은 길입니다. "공략"을 논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코스지만, 포장 상태도 준수하고 풍경도 끝내줍니다. 저녁때는 정확히 산길 방향으로 불그스름한 석양이 내리기 때문에 사진을 남기기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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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로 초입의 운치있는 간이역, 함백역에 먼저 멈춰 섭니다. 바로 옆에 철길도 있는데, 가끔이나마 기차도 다니니 주의해야 합니다. 가족단위 드라이브라면 정선아리랑 박물관이나 "엽기적인 그녀"에 나왔던 타임캡슐 공원도 가깝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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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로에서는 일행에게 잠시 운전대를 맡기고,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주행촬영에 도전했습니다.

워낙 경사가 심해 차간거리 유지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장 좋은 사진들을 건졌습니다.


함백로에서의 짧은 황홀경이 지나고, 차를 서울 방향으로 돌렸습니다. 정선에서부터는 고속화국도를 타고 영월, 제천을 지나 중앙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를 갈아타며 서울로 향합니다. 서울까지는 약 200km, 2시간 반정도가 걸리니까 그렇게 먼 곳은 아닙니다. 돌아오는 길 휴게소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투어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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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함백로를 다녀온 뒤, 언제쯤에나 다시 한 번 가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다시 찾게 된 것 같습니다.

흔히 강원도 1박 2일 일정을 짜면 동해안으로 향하기 마련이지만, 내륙에도 정말 좋은 곳이 많습니다. 태백 바람의 언덕이나 철암동 탄광마을도 좋고요.

아, 물론 제가 강원내륙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회원님들도 멋진 드라이브 코스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을 나는 동안 차를 잘 유지해서 올 가을에는 비슷한 코스로 단풍맞이 드라이브를 추진해볼까 합니다.

그 때는 미리 계획을 세워서 테드 회원님들과도 동행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F S & 54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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