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거의 순정 투스카니를 타봤습니다.
(제대로 시승기라고 적기엔 좀 뭐해서.. 여기 적습니다)

즉.. 제 '아수라'를 완전히 분해해서 소멸시켜버리고,
그 이전의 모습.. 순정 시절의 차로 되돌리는 작업이 거의 끝나서,
오늘 가서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구형 순정 엘리사 휠에, 순정 서스펜션, 보강킷도 없는 노멀 차체,
순정범퍼/보닛을 달고 그냥 은색으로 다시 도색해버려서 스티커 빼곤 알아보기 힘든 외관,
순정 엔진에 순정 5단 미션, 순정배기라인까지 완전히 되돌려놔서 완전히 순정이 될줄 알았으나,
아직까지 처분못한 몇가지 파츠 덕분에 완전히 순정이라곤 할 수 없으니.. '거의 순정'입니다.

1. 흡기가 숏 인테이크의 HKS 버섯돌이 필터가 달려있다 -_-
   (제 터보킷에 달려있던 필터를 가져다 붙여놓은듯)

2. 아직도 우레탄 미미가 엔진쪽에 꽂혀있어서 아이들링시 덜덜거린다 -_-

3. 순정시트 대품을 못 구해 처분못한 BRIDE GIAS 버킷 시트가 아직 장착되어있다 -_-
   (같이 세트인 셈인 사벨트 벨트도 같이..)

4. 모모 토네이도 튜닝 핸들도 그대로..

5. 뭔가의 전원 문제로 좌우 깜빡이가 안들어옴 -_-

...이 정도만 빼면 순정이니 '거의 순정' 이라는 말이 맞을듯 합니다.



암튼 오랫만에 거의 순정 2.0 투스카니를 타본 소감은..

일단 기어비가 꽤 짧아서 약간 당황했다는 것..
100km 에서 3000RPM 라서.. 뭐랄까 좀 부담스럽더군요..
왠지 거기서 6단째가 더 들어가야할 거 같아서 몇번씩이나 손이 6단쪽으로...

게다가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가는게 1단이 너무 짧은 좀 기묘한 비율이라,
1단으로 스타트 후엔 바로 2단으로 주행하는게 오히려 편했습니다.
(6단미션에서는 1단으로도 얼추 대충 주행할만 합니다만)


파워는.. 그리 나쁘지 않게는 나가지만.. 그렇다고 썩 잘나간다고 하기도 뭐한..
180km 정도를 바로 뽑을수 있는 의미있는 한계속도로 생각하고 다니는게 편하더군요.
(200을 넘기려면 좀 인내력있게 밟아줘야..)

엔진의 소리 역시..
생각보단 그리 조용하지도 않고..(흡기의 탓도 꽤 클듯 합니다)
의외로 우렁찬(..)소리가 들려서 역시나 약간의 실망..

그리고 순정 브레이크도 나쁘진 않지만 잘 듣는다고 하기엔 좀 부족해서..
도로에 사고 파편이 흩뿌려진걸 발견하고 바로 브레이킹에 들어갔음에도,
이전 세팅이라면 그 전에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멈추거나 할수 있었겠지만,
결국 파편을 약간 밟았습니다 -_-
(그래도 사고로 멈춰선 차들이 갑자기 보였어도 잘 피해간 스스로가 대견합니다. ㅎㅎ)

뭐.. 그래도 익숙한 콕핏..
그러니까 항상 쓰던 그 버킷에 항상쓰던 그 핸들, 그리고 그 벨트 덕분인지,
그리 이질적이란 느낌은 없어서 좋더군요. 익숙한 느낌이..
다만, 클러치는 너무 가벼워서 감이 잘 안왔습니다.


소속 마크 격인 스티커류를 며칠내에 다 떼내고,
여기저기 게이지나 전장품이 달렸던 자리의 구멍들이 뚫린 내장재를 바꾸고,
위의 몇가지 문제점을 수정하고 나면 이제 차를 매매상에 넘길 준비가 다 될 듯 하네요.
차의 다음 주인을 저도 상대도 모르게 하기위해 딜러에게 넘길까 합니다.
말 그대로 '아수라'를 완전히 존재를 지우기 위한 과정이라서..


이 녀석과 함께 달렸던 세월은..
그래도 제 마음속엔 전설처럼 남아서 잊지 못할겁니다.
(미캐닉 분도 서운하신 눈치더군요)



P.S.
덤으로 덧붙이는 제네시스 쿠페 3.8 수동 간단한 시승기.

샵에서 3.8 수동 제네시스 쿠페가 있어서, 제게 키를 주며 몰아보라고 해서,
간단히 나가서 좀 달려보고 왔습니다.

일단 소감은..

맨 처음 느껴진건 클러치가 무지...무지... 쓸데없이 깊다는겁니다 -_-
(약 2cm 만 밟아도 완전히 떨어지는데 10cm 쯤 깊이 밟을수 있다는 허당감이랄까요)
변속감은 찰칵찰칵 좋지만, 좀 빡세게 제대로 변속하며 밀어붙여보면,
변속 직후 바로 VDC가 작동해서 멍때리는 아픔이 있더군요.
(이런 상황의 기분좋은 토크스티어에 익숙한 제게는 이게 상당히 짜증이 납니다.)

중간영역대의 토크감은 괜찮지만, 후반빨이 끝까지 밀어주는 느낌이 부족하고,
결정적으로 ...둔합니다..  OTL


..둔하다는건 악셀링에 따른 리스폰스가 둔하다는 이야긴데요,
수동에 대배기량의 NA 차라서, 칼같은 악셀의 반응이 나오길 기대했습니다만,
뭐랄까.. 밟고나면 약간 둔하게 반응한달까..
솔직히 예전의 제 '아수라'에 비해서 그리 리스폰스가 좋다곤 못하겠더군요 -_-
(트윈터보라곤 해도 터보차에 비해 리스폰스가 딱히 낫다는 느낌이 없다는건 실망입니다)

악셀을 툭툭툭툭 쳐보면 특히나 어물쩡거리며 넘어가는 반응이..
이거 NA 차 맞아? 싶은 생각에 좀 불만스러웠습니다.


승차감이나 안정감은 꽤 좋아서 크루징에는 괜찮겠다..싶더군요.


와인딩을 할 코스는 아니라서..
사거리에서 대충 중심을 이동하면서 갑자기 풀악셀을 전개해서 드리프트를 해볼까 했으나,
(그냥 브레이킹 드리프트는 FF로도 좀 하는 편이라서.. 파워로 밀어보고 싶었습니다만..)
휠스핀을 일으킬만큼의 순간악셀링을 전개하니 VDC가 개입해서 멍때리는 반응이 터져서
순간 VDC에 좌절하고 다시 샵에다가 차를 가져다 줬네요 ㅎㅎㅎ


나쁘진 않은데.. 아직은 약간 부족하달까..
팽팽한 실 같은 긴장감이 부족한 느낌이 가장 아쉬웠던듯 합니다..
..만, 사실 현대의 일반 순정 차량에게 그런 팽팽한 긴장감이 기대하는게.. 무리겠죠?

역시나 제네시스 쿠페는 튜닝을 통해 날카로운 칼날로 벼려내야 하는 차 라는 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