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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드라이빙과 운전의 진수의 상징이었던 수동의 예전 포지션이 상당히 그리운 오늘날 입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수동의 위치가 축소되게 된 배경에 듀얼클러치 타입의 변속기의 등장은 상당한 역할을 했고, 포르쉐의 라인업만 보더라도 991대에와서 터보와 터보S 그리고 GT3, GT3RS모두 듀얼클러치 베이스의 PDK기본 탑재되어 있습니다.
매니어들의 원성을 그냥 쌩무시하지 않는 포르쉐가 어떻게 보면 영악할 정도로 영리한 상품기획으로 GT3의 파워트레인을 가진 수동기반 911R을 출시했는데 심지어 GT3RS보다 50kg이나 더 가볍고 미국 기준 약 2억원에 판매된 차가 한정판매가 끝나자마자 중고차 호가 10억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아직 새차 냄새도 가시지 않은 차의 가치 상승으로는 엄청난 것아 아닐 수 없습니다.
이차가 자동변속기였으면 이렇게 양산이 끝난 후 주목을 받았을까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이렇게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라도 이차를 가지려는 부호들의 맘속에는 저와 같이 지구상에서 수동이 사라질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이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심리적인 부분도 많은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애스톤마틴도 V12 뱅퀴시도 얼마전 7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한 모델을 미국에 출시했는데, 순식간에 모두 판매완료된 것도 비근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수동을 대체할 수 있는 자동변속기는 없다고 봅니다. 이건 아무리 잘만든, 아무리 빠른 변속기라도 클러치 패달을 밟고 놓는 과정에서의 운전자 개입과 직결감과 감성 이런 부분은 기술로 덮으려고하면 할수록 더 강한 저항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자동변속기로의 대세에 있어서 수동의 존재에 대한 명분을 성능과 기술발전으로 합리화하려는 소모적인 댓글 논쟁은 이 글에서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 차를 만드는 개발자들의 의도나 차에 대한 이해도를 일반 매니어들 수준에서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개발자 개개인의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가진 시스템과 검증작업속에서 일반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혹은 유추할 수 있는 가능성의 몇 십배의 변수를 고려해서 차를 만들기 때문이지요. 특히 유럽브랜드의 스포츠 모델에서 특히나 이런 부분은 두드러집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최근의 몇 가지 의미있는 시승을 통해 다시한번 수동변속기의 운전기술이 최신기술로 만들어진 자동변속기를 제대로 모는데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E60 M5 SMG3
출시 직후부터 여러번 시승했던 모델이며, 순수 수동변속기 기반으로서 체인지레버를 손으로 조작하는 대신 액튜에이터에 의해 변속이 이루어지며, 싱글클러치를 가지고 있어 출발할 때 가속패달을 밟는 양에 따라 클러치를 붙일 때 회전수와 클러치가 붙는 속도 등이 결정됩니다.
이 차는 자동변속기만을 다룰 줄 아는 운전자가 모는 경우와 수동을 잘 다루는 운전자가 몰 때 그 차이가 아주 극단적인 차에 해당됩니다.
특히 주차할 때와 같이 짧은 거리에서 앞뒤로 움직일 때 잘못하며 심하게 덜컹이고 이차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에게 엄청난 거부감을 줍니다.
심지어 D와 R을 넣을 때의 딜레이도 길어 기어를 넣고 바로 가속패달을 밟으면 순간 차가 안가는 느낌이다가 클러치가 붙으면서 튀어나가 휠스핀이 날 수도 있고, 아무튼 발렛을 맡기는 것이 부담되는 차입니다.
크게 두가지 영역에서 살펴볼 때 출발할 때 수동을 운전할 때처럼 가속패달을 아주 끈기를 가지고 차분하게 밟아 클러치가 내부에서 붙는 그 느낌을 항상 느끼면서 운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변속할 때 마다 생기는 딜레이때 가속패달을 살짝 놓았다가 밟으면서 다시 클러치가 붙는 타이밍을 고려해서 가속패달의 양을 조절해야한다는 점 그렇게 하면 변속할 때마다 있는 충격을 완전히 없애고 부드럽게 운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최신 자동변속기는 말할 것도 없고 듀얼클러치들 조차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사소한 조작에 대해 차의 반응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이차에 대한 평가도 극과극으로 바뀔 소지가 있습니다.
차를 만들 때 BMW가 고려했을 사항은 M5는 역대 수동변속기만을 가지고 있었고, E60때 처음으로 자동으로 나온 경우이니 아무리 운전을 못하는 사람도 이차를 일상에서 모는데 결정적인 문제가 없고 스포츠 드라이빙때나 수동변속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몰 때 이차의 기계적인 구성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가정을 했을 것입니다.
즉 이차를 모는 사람은 이런 기계적인 특성을 곧바로 이해하고 본인의 경험과 센스로 충분히 제대로 몰 것이다라는 가정으로 이는 이러한 소소를 겨냥한 프로덕트 마케팅 덕분에 이 어찌보면 까다로운 변속기는 M5와 M6에 밖에 선택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 991 GT3RS
제가 가장 최근에 시승했던 차인데, 조만간 시승기로 올라올 예정입니다.
듀얼클러치 기반이고, 이차를 몰아보기 전에 생각했던 이 PDK의 느낌과 실제의 그것이 상당히 상이했기에 언급을 하자면 결론적으로 이 차도 수동변속기에 대한 이해와 조작능력이 이차를 좀 더 매끄럽게 모는데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출발할 때 내부 클러치가 붙을 때의 엔진회전수가 매우 높습니다. 아주 약간이라도 가속패달을 깊이 밟으면 거의 1500rpm까지로 일반적으로 듀얼클러치 차들이 일상적인 출발을 할 때 전통적인 자동변속기의 출발로직과 비슷한 것과 비교하면 그리고 다른 포르쉐 모델의 PDK세팅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높은 수준이며, 기어가 걸려있을 때 클리핑이 아예 없습니다.
E60 M5처럼 싱글클러치 기반의 자동변속기도 클리핑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듀얼클러치 기반에 클리핑이 없는 것은 제 경험으로는 GT3RS가 처음입니다.
때문에 출발할 때 가속패달을 일반 자동변속기 차량 몰듯이 좀 거칠게 밟으면 차는 앞으로 껑충 튀어나갑니다.
오르막에서 출발할 때 자동변속기 밖에 운전할 줄 모르는 입장에서는 뒤로 밀릴 때의 경험이 없는지라 분명 당황할 것이고 밀리는 것을 감지하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을 것입니다.
수동변속기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약간 뒤로 밀리더라도 차분하게 미세하게 가속패달을 밟아 부드럽게 출발가능할 것입니다.
이밖에 GT3RS의 PDK세팅은 철저히 수동변속기를 운전하는 사람의 힐&토우의 실제 그것을 완벽하게 카피해서 변속로직에 적용시켰다는 느낌입니다. 아주 중속에서 저속으로 좀 빠른 감속을 할 때도 다운시프트가 힐&토우 개념으로 다운시프트할 때의 회전수 보상에 엔진이 우왁우왁하면서 그 짧은 회전수 변화의 구간에서 조차 완벽한 싱크로를 연출합니다.
일반 PDK도 싱크로 성공률에 있어서 완벽하지만 엔진이 스스로 회전수를 올릴 때의 그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정리를 해보면 SMG3의 완성도를 탓하는 오너들도 있고, 다시는 이런 불편한 변속기를 BMW가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저주하는 목소리들도 있지만 저는 약간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운전자가 이렇게 다양한 측면에서 개입하고 운전을 지배할 수 있는 변속기도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싱글클러치 변속기의 한계적인 부분은 수동변속기를 다루는 기술로 모두 극복이 가능하니 크게 불편할 것이 없다는 점이지요.
GT3RS의 경우에는 자동으로 바뀐 GT3급의 차에 쏟아질 비난을 큰 맘먹고 각오는 당연히 했을 것이고, 여기에 그냥 좀 파워가 강하고 하체가 딱딱한 카레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변속기 부분은 그냥 패스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그 고민. 즉 PDK이지만 수동을 조작하는 것에 가까운 그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했고 바로 그 무엇을 녹여넣었다는 점입니다.
젋은 친구들이 수동변속기로 면허를 따는 빈도는 낮아질 것이 뻔하고, 소형차들에게 조차도 수동변속기가 아예 준비조차 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드니 더욱 더 그 필요성이 낮아지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수동으로 운전을 익히고 마스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감각을 몸에 익힌 사람이 나중에 다양한 자동변속기를 접할 때 그 차를 진정 즐길 때의 그 깊이 있는 드라이빙에는 수동조작기술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앞으로 우리가 평생동안 경험할 차들을 한마디로 무식해서 저평가하는 일이 없이 그 만든 의도를 느끼고 그 특성의 아주 디테일한 부분에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는 그 룸을 느끼는 운전의 묘미 바로 그것이 그냥 아줌마가 기어 D넣고 가속패달밟고 떼고 브레이크 밟는 1차원적인 운전과 차별되는 방법일 것입니다.
결론은 수동을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최대한 빨리 수동을 한대 영입하시기 바랍니다. 그 느낌과 진가를 고도화된 운전기술이라는 높은 산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으며, 참여하는 운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 소중한 경험은 차에 대한 철학을 분명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testkwon-
요즘 수동변속기가 자취를 감추어가는게 많이 아쉽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자동변속기가 아무리 좋아진다 한들 차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교감하는 듯한 감성은 수동변속기만할 수가 없겠지요.
저는 그런 감각 없이는 운전 자체가 불안 & 답답 & 지루해서 자동변속기 차량은 편안함보단 스트레스를 훨씬 많이 느껴서, 훗날이 걱정됩니다.
1톤 미만 아주 가볍고 소출력의 수동챠량 하나 가지고 싶습니다.

지금타는 오토차가 출력도 더 높고 토크컨버터 방식이긴하지만 레브매칭도 자동으로 해주는 나름 똘똘한 녀석 입니다만.
그래도 가끔은 힐앤토치며 산길을 신나게 달릴수있는 수동차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근데 참 아이러니 하게도 돌이켜보면 수동차 탈땐 패들쉬프트로 변속하는게 좋아보이기도 했던걸 보면 사람의 욕심에는 정답이 없다는걸 느끼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저 파란색E60 M5도 소유중이신가요? 테드 매물에 올라온거보고 침만흘리다 와이프 반대로 아쉽게 마음 접은 차량이라서요^^;;
날이갈수록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와 점점 줄어드는 수동 변속기 시장으로 인하여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없어지고있지만 무척 아쉽죠.. (연비나 운전 재미에선 정말 수동이 최곤거 같습니다.)
도저히 오토변속기의 답답함을 참지못하고
국산 구형2.0 수동변속기 차량을 구입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도가 너무높습니다.
특히 직결감 부분과 높은 rpm영역대를 유지시키면서도 내구성 걱정을 조금은 덜? 하게되는탓에 오늘도 엔진은 살려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마스터님의 글을보니 다시한번더 저의 선택에 후회가 없네요

타지 못하더라도, 가지고 있을수 있다는 기쁨이란게 있다는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신형차들의 놀랍도록 똑똑한 자동변속기/자동화 수동변속기가 놀랍고 신기하긴 하지만, 원초적인 매력이 더 크게 느껴지는 시대의 톱니바퀴 사이에 끼어있는 사람이기에 고를수 있었던 선택이라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

운전면허 따고 나서 10만킬로 이상을 수동변속기 차로 돌아다녔었기 때문에, 요즘들어
수동변속기에 대한 향수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차 중에는 구입할만한
수동변속기 차가 없더군요. 이젠 국산 준중형 중에도 자동만 나오고 (수출형을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죠), 수입차 회사도 수동 모델은 아예 수입을 안 하니까요.
직수입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 종종 들어요. 골프 같은 차는 수동이 딱인듯...
수동 타고 있는데, 문제는 힐엔토로 레브매칭을 하려다 보면 브레이킹을 정교하게 하기 힘들어지더군요. 브레이킹만이라도 충실히 할려고 노력중입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글입니다.
수동에 익숙한분(수동을 몰 줄 아는 운전자가 아닌, 수동을 오랫동안 몰아서 익숙한 분)과
자동만 모는 사람들의
발 민감도의 차이는 아주크게 납니다. 왼발은 당연히 그렇지만, 오른발도 차이가 많이 큽니다.
스포츠 드라이빙이 아닌, 똑같은 '디젤오토차'를 주고 연비주행을 시켜봐도
늘상 오토 운전하는 드라이버보다
수동익숙한 운전자가 '깃털 액셀링' 능력이 훨씬 뛰어나서, 연비를 더 많이 뽑더라고요.
자동변속기어가 어떠한 발전된 구조로 나오더라도,
1) 수동보다 가벼워지기는 물리적으로 힘들며,
2) '슬립의 정도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수동의 장점은, 얼핏 생각만 해 봐도 따라올 수 없겠지요.

저도 마스터님과 같은 걱정때문에, 추후에 금전적 여력이 될때는 이미 수동이 사라지고 없을것같아서 1년전에 기변을 하면서 국산 수동차를 들였습니다. 이 다음에는 선택지가 없을것 같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수동이 사라지는 속도가 저의 예상보다 빠른데, 내연기관이 전기구동계에 밀리는 속도도 빨라지는거 아닌가 걱정이 앞섭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