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에 만들어진 영화 'Deer Hunter' 는 연기파 로버트 드니로가 넘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남자의 향기'가 느껴지는 영화라서 보고 또보고.. 극장에서만 일곱번쯤 봤던 영화인데, 비디오로 본거와 티비에서 해준것까지 합하면 열댓번은 족히 본거 같네요. ㅋ 극중 드니로가 친구인 크리스토퍼 월킨의 기억을 되살리려 외치는 명대사는.. '단 한방에..'

처음 영화를 봤을땐 무슨 뜻인지 건성으로 넘겼는데..
보고 또 볼때마다 각인된 그 대사는 고교시절 이후로, 성인이 되어서까지.. 일종의 좌우명처럼 뇌리에서 리플레이 됩니다. 영화 ' Heat' 에서 드니로가 했던 말.. '남자는 30초 이내에 포기할 수 있는 일이아니면 시작하지도 말아야 한다.' 는 말도, 늘.. 귓전에 맴돕니다. 각 각 남자는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과감한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는 두가지 진리를 담고있어 보입니다.  이넘에 마초 컴플렉스.. ㅎ




서론이랑은 별 상관없는 일인데..늘 그렇듯이,

한 열흘동안 빨간앙마만 타다보니, 이엡S 시동함 걸어주고 산책한번 해줘야지 하는 마음에.. 빨간앙마를 깨끗이 세차해 지하주차장에 갖다 놓고는, 이엡S 를 타고 마실을 나왔습니다. 이엡S 를 한동안 타다가 빨간앙마에 오르면, 경쾌한 핸들링과 액셀 감각..라이트한 감성을 즐기게 되고, 빨간앙마를 한동안 타다 이엡에 오르면, 묵직한 토크감과 굵직한 배기음.. 3천, 4천 알피엠을 지나면서 폭발적이진 않아도 쭈욱 뻗어나는 느낌에 새록새록 애정이 샘솟곤 합니다.

열흘전 깔끔하게 세차하고 왁싱까지 해놓은 상태라, 늘..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올땐 간단히 연한먼지만 털어주고, 개운한 기분으로 스티어링을 잡게됩니다. 지난주 조카넘이 잠깐 빌려갔다 온터라, 실내에 과자부스러기가 좀 떨어져있길래, 소제기 한번 빨아줄까 하고 세차장까지 이동하려는 중.. 문득, 머플러 똥꼬에 카본찌꺼기나 줌 불어내자는 마음으로 월드컵 경기장쪽으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수색쪽으로 열린길을 쭈욱 함 밟아주고, 상암경기장으로 P턴 해 6500 알피앰까지 쭉쭉 올려주면서 한바꾸 도는데.. 여전히 쫄깃한 하체랑 적당히 선선한 공기에, 지긋이 등을 떠미는 이엡S 의 oldies but goodies 감성이, 한마디로 형언키 어려운 기분좋은 엑스타시를 선사합니다.  원래 좋은차를 타는 즐거움도 있지만, 오랫동안 손때를 탄 나만의 차와 호흡하는 일체감은.. 마치 비밀스럽게, 나만이 아는 매력의 여인과 밀애를 즐기는 듯, 포근하고 자유로운 기분입니다.  

늦은 오후라 퇴근길 차들과 겹칠까 염려스러워 상암경기장 앞을 휘~ 돌아, 성산대로에 합류해 모래내 쪽으로 좌회전하는데, 바로앞에서 신호를 받은 쏘렌토 한대가 갑자기 매연을 뿜으며 발진합니다. 바로전 빠른속도로 다가가 힐앤토로 붕붕~ 하면서 정지한 이엡S 의 배기음이 조금 거슬렸는지, '나잡아봐라~' 하고 매연을 뿜으면서 달리네욤. ㅎ

성산고가로 올라 연희동으로 빠지려는지, 전속력으로 가속하는 쏘렌토 뒤에.. 타이트하게 붙었다가.. 고가 위 우회전 고속코너가 떠올라, 연희동 인터체인지까지만 돌아서 세차장으로 가자..생각하고, 2단 3단 풀스로틀을 열었습니다. 엄청난 가속이 절대 아니지만, 저에겐.. 어떤 고성능차보다 정감있고 믿음직스러운 느낌..

2단 끄트머리에 쏘렌토를 추월해, 일부러 거리를 줌 벌려줄 양으로 3단도 풀가속.. 성산고가를 끼고 우로 도는 코너에서는 도로의 이음매 때문에 그리 기분좋은 바운싱은 아니지만, 덜커덩~ 할때마다 진동이 오는 스티어링을 살짝살짝 풀어주면서 매우 타이트하게 코너를 클리어하고는, 내리막 방향을 째려보니.. 우차선엔 차들이 꽤 있고.. 일차선엔 여유있게 대기하던 차들이 신호를 받아 출발하고들 있길래, 서서히 스로틀을 놓고 브레이크페달로 발을 옮기려는 순간.. 흐.



우차선 맨뒤에 있던 2.5톤 냉동탑차 한대가 획~하고 일차선으로 핸들을 꺾더니, 뉘절뉘절 들어오는겁니다. 아우 이런.. 예측한 브레이킹 거리가 완전 짧아지면서 순간 떠오른 생각.. '옘비..걍 바로 세차장 갈껄..' 거리상으론 정말 마지노선까지 잘 서도 탑차의 뒤로 쑤시고 들어갈것 같은 느낌.  예상 브레이킹 거리가 150 미터에서 50~60 미터로 확 짧아졌으니, 순간적으로 아차 싶더군욤.

스티어링을 잡은 팔에 힘을 주어 누르면서, 얼핏 계기판을 보니 120 언더오버 상태.. 냠.
Non ABS 인 이엡의 브레이크.. 록 안되게 적당한 힘으로 밟는다고 밟았지만, 맘준비없는 상태에서의 다리 힘은 역시 초강력모드로..쩝. 양쪽 창밖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타이어냄새 진동.. 페달을 풀어주고는 싶었지만, 힘조절이 안됩니다. 별로 힘을 주지도 않은거 같아 풀면 바로 추돌할것 같은 기분..엄..

다행이 방향은 틀어지지않고 똑 바로 타이어를 태우며 달리는 이엡.. 탑차 1미터 후방까지 미끌려가다가 간신히 안전속도에 도달. 흐.. 지난번 미시령 다운힐땐, 거리가 짧아 타이어가 살짝 깎여나갔었는데, 이번엔.. 수십미터는 락되어 미끄러졌으니.. 끔찍한 생각이 뇌리에 스칩니다. '휴..살았다'가 아니라..

' 상현(테드회원/매냐후배님ㅋ)이가 준..타이어..'

탑차에선 미안하다 비상등이 점멸되고, 난 잠시 컴플레인하듯 옆에서 속도를 줄였다가..붕~하고 입체교차로를 돌아나오면서, 얼른 차세우고 타이어봐야지..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덜컹거림이 점점 심해집니다. 120 까지 올려보니, 다라라라라~ 하면서 달리네요. 엉엉~

세차장까지 간담에 세워놓고 트레드를 주욱 손으로 훑어보니, 흑흑..
전륜타이어가 종방향 10센치 면적이, 벌러덩~하고 깎여 나갔네요. 다른곳은 40% 정도 그루브가 남아있는데, 깎여 나간부분은 양바퀴 모두, 민자입니다. 우아아앙~~ 엉엉. 일년을 쓸수있는 타이어를 '단 한방에' 보내다니..한 이삼일 예뻐해주려고 주차장서 빼왔는데.. 함방에 싹둑 날려버리고,  절뚝거림서 다시 들어갈수밖에..ㅜㅡ;;



웅..넘넘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경기때.. 리타이어할때처럼, 금방 포기하긴 했지만..
상현이가 길 잘~들여논 이쁜 타이어를 한방에 망쳐놓은게 역시 안타깝군욤. 잉잉.




깜장독수리.


ps: 트레드 쫌이라도 남은 215/45/17 타이어 2pieces, 암꺼나 후원 받습니다. 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