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만화는 운전에서 너무도 중요하지만 생각만큼 강조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시선유도에 대한

내용입니다.   어느 드라이빙 인스트럭터는 아무리 강조를 해도 수강생이 자꾸 가까운 곳을 보기에

윈드실드 하단부를 종이로 가려 가까운 곳을 못 보게 만들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런 상태로 트랙에 내보내서 랩타임을 쟀더니 몇 랩만에 눈에 띄게 타임이 단축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운전할 때 멀리 내다보는 것은 빠르게 달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 부드러운

운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전방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조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요.  



미끄러지는 차에서도 갈 방향을 보라는 것은 99년 취재했던 Motion Picture Stunt Driving School에서

배운 것이었습니다.  이 스쿨의 창시자이자 현직 스턴트맨인 바비 오레씨는 몇가지 세계기록도 가지고

있으며 다수의 TV 시리즈와 '식스티 세컨즈',  '스워드피시'등의 영화에서 자동차 스턴트를 맡은

분이었습니다.  활달하고 유머감각 뛰어난 분이어서 뛰어난 화술로 이론강의를 해주시고 화려한

테크닉으로 시범을 보여주셔서 무척 인상적이었지요.  

자동차 스턴트는 무술 스턴트와는 달리 일반 운전자들이 쉽게 마스터할수 있는 간단한 것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자동차 스턴트가 쉽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무술 스턴트보다 실수에 대한 결과가 더 치명적이고

스피드가 올라갈수록 더욱 정확한 계산이 필요해지지요.  운동감각만으로 대처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자동차의 운동역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필요해집니다.



스턴트 드라이빙 스쿨 초급과정에서는 전진 및 후진 180도 스핀 턴을 비롯해 리어뷰 미러만 보면서

후진 슬라럼, 90도 슬라이드 주차 등 다양한 테크닉을 연습합니다.  90도 스핀하여 주차하는 연습중

바비 오레 교장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었습니다.  100Km/h가 넘는 속도로 달리다가 정확히 90도

슬라이드하여 주차칸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집어넣는 것을 보고 수강생 전부가 입이 떡~~ 벌어졌지요.



그런데 '더 재미있는거 보여줄까?' 하시더니 이번엔 전속후진을 하더군요. 저는 그때 뒷좌석에 타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이번엔 후진으로 90도 주차를 하시려나보다. (고속후진에서는 웬만하면 차가

180도 이상 스핀을 합니다. 90도만 돌리는것은 아직 본적이 없지요 )어떻게 원하는 각도까지 돌리고

스핀을 멈추는지 지켜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더랍니다.  그런데 바비오레 선생님은 후진 180도

턴을 하고는 곧바로 90도 턴으로 연결하여 멈칫거림이 없는 270도 슬라이드 턴으로 주차칸에다 차를

집어넣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차는 주차칸의 한가운데에 정확한 각도로 멈추었습니다.



이렇게 스핀하여 차를 원하는 곳에 집어넣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시선유도입니다.

바비 오레 선생님은 수강생들에게 실습도중 썬그라스 착용을 금지시켰는데 그 이유는 자신이 학생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봐야 그것을 교정해 줄수 있기 때문이라더군요. 이 때 배우고 연습했던

테크닉은 그 이후 연습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다시 하라고 하면 그때처럼 깔끔하게 해내지는

못할겁니다.  게다가 스턴트 드라이빙 스쿨에서 배운 테크닉중에서 일반도로에서 사용할수 있는 기술은

사실상 없습니다.   하지만 차를 미끄러뜨리며 컨트롤하는 것에 대해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게 된것과

운전자가 시선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차의 미끄러짐도 달라진다는 것등 꽤 중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지요.  지금까지 수강했던 드라이빙 스쿨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코스였습니다.



그리고 보니 이번으로 만화를 연재한 지 1년이 되었군요.  만화를 연재하게 된 계기는 2005년 초겨울로

거슬러올라갑니다. 당시 모 애프터마켓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중 눈이 침침해지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규모는 작지 않았지만 건강 보험이 지원되지 않았고 또

마침 후배가 제안할 일도 있다고 하여 건강검진 겸 몇 가지 일로 인해 잠시 귀국을 했었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친척과 지인들께 인사 드리러 다니느라 바쁘기도 했었죠.  

모터딕을 운영하시는 박태수님과 함께한 자리에서 최원석 기자님과 처음 만났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뵐 기회가 있었죠.  두번째 뵈었을 때 자동차 만화를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드렸고 최기자님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관심을 보이셨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자동차 만화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디어도

없고 자동차 빼고는 그리 잘 그리지도 못하고 해서 차일 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다른 바쁜 일들, 그리고 삶의 무게.. 이 모든 것들이 당장 그릴 필요도, 이유도 없는 자동차 만화에 대한

시도를 하지 않는 저 자신에 대한 충분한 합리화를 대신해주었지요.

그리고 컨셉을 잡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도로에서 달리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현실적이고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잘해봐야 이니셜 D의 아류밖에 되지 않을 테고 레이스를 소재로 해도

재미있게 꾸며나가기 힘들 뿐더러 내용도 지나치게 한정되고...  

게다가 캐릭터를 만들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이래저래 곧바로 극화에 도전할만한 능력이라고는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입시미술부터 차근차근 하셨던 분들은 여자보다 남자가 그리기 쉽다고

하는데 저는 좋아하는 것들만 끄적끄적 그리던 것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자동차, 여자, 동물은 그런대로

그리겠지만 그 이외의 사물은 너무 어렵더군요.

그래서 여자 주인공과 동물 캐릭터들을 활용한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구상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만화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중반부터였습니다.  그 전에도 렌더링과

일러스트레이션은 자주 그려봤지만 만화는 해본 적이 없어 초반 구성부터 상당히 애를 먹었죠.  

게다가 처음에는 동물 캐릭터들이 자동차에 대해 박식한 여자 주인공을 통해 자동차의 이모저모를

배워가는 과정으로 그리려고 했다가 자동차생활 기자 출신으로 크라이슬러 코리아에 근무하는

이동희님께서 그 반대로 동물 캐릭터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여자주인공이 이들에게

배워나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게 좀 더 재미있을 듯 하여

전체적으로 수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은 상태여서 수정하기도 좀 쉬웠죠.


원래는 10편정도 작업을 한 뒤 공개를 시작할 생각이었으나 초기 작업분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소규모 폐쇄동호회 두 곳에 올린 것을 신입회원 한 분이 무단으로 퍼가신 것이 밝혀졌습니다.  

어차피 유출되었다면 어느 경로로든 인터넷의 바다에서 떠돌게 될 테니 비축분이 없더라도 일단 공개를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2006년 4월 20일 제 블로그와 일부 자동차 동호회 게시판에 처음 두 편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3편은 거의 그려두지도 못한 상태였지요.  

그리고 나서 새로 일하게 된 회사 업무와 개인적인 일들이 바빠 거의 작업을 하지 못하고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러던 중 2006년 8월경 최원석 기자님으로부터 조선일보 자동차 섹션에 만화를 연재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블로그나 동호회에 올리는 만화 두 편 꼴랑 공개해놓고 주요일간지에

연재 제의를 받는 경우도 세상에서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그보다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아무튼 처음 제안해 오셨을 때는 몇 가지 사정으로 인해 제가 연재를 진행할만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 후 11월에 MSN으로 최기자님과 대화도중 다시금 만화 제안을 해오셔서

작년 12월에 처음 제 만화가 조선일보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첫 만화는 제가 경험도 없어 주제가 너무 어려웠고 게다가 너무 글을 많이 구겨 넣어 보기도 좋지

않았었습니다.


아래는 같은 내용을 웹툰 형식으로 바꿔본 것입니다.   한정된 지면이 아니라 길이를 자유롭게 늘릴 수

있어서 보기 편하도록 구성하기는 더 좋더군요.



아무튼 이렇게 시작되어 이제 연재를 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언제까지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만화가

연재되는 동안에는 보시는 분들에게 좋은 내용으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또 다음

만화의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