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류청희입니다.

관점에 따라 광고성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공익(?)광고'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으로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뉴욕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전세계적인 경제하강현상이 일파만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빅3의 파산위기는 물론이고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나라 메이커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메이커에 따라서는 완성차 판매가 반토막난 곳도 적지 않고, 최근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메이커까지 등장했습니다. 완성차 메이커가 이렇다보니 이들에 납품을 하는 부품 메이커는 물론이고 자동차와 관련된 대다수 업종들이 공포에 휩싸인 형편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들 완성차와 관련된 산업들도 걱정이지만, 더 큰 걱정이 되는 것은 자동차 전문매체인 자동차 잡지들입니다. 이미 잘 알려져있다시피 잡지를 포함한 인쇄매체의 주요 수입원은 광고입니다. 그런데 대다수 광고주들은 불경기에 광고를 비롯한 홍보비를 비용절감 제1순위로 꼽습니다. 이미 IMF 경제위기 때에도 광고비 축소 때문에 적지 않은 자동차 잡지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환율급등으로 인한 자재비 상승과 취미와 여가에 쓰는 비용을 줄이는 독자들이 잡지구매를 포기하는 것도 자동차 잡지를 위협하는 큰 원인 가운데 하나죠.

고용효과가 큰 완성차 메이커들은 사실 위기에 닥쳐도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메이커 하나가 흔들거리면 적게는 몇 천명, 많게는 몇 만 명의 밥줄이 오고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동차 잡지 하나쯤 사라진다고 해서 걱정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대로 된 자동차 잡지가 없어지는 것이 더 걱정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정할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지금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신 분들 가운데에는 자동차 잡지를 통해 꿈을 키우고 진로를 결정하신 분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동차 잡지를 통해 자동차에 대한 지식과 환경을 배우고 느끼고 쌓아온 분들이 있기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이만큼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동차 잡지가 우리나라 자동차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지금의 국내 자동차 잡지들의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메이커의 입김에 좌우되는 광고전단으로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현업에 있었던 경험으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국내 자동차 관련 매체들 가운데 가장 믿을만하고 메이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동차 잡지라는 것입니다.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자동차 정보를 얻는 분들이 상당히 많지만, 그들의 정보는 자동차 잡지가 갖고 있는 전문성과 독자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메이커들의 자동차 잡지에 대한 광고비 지출액은 상상 이상으로 적고, 기자들의 자존심과 자부심, 그리고 노력은 다른 여느 전문매체들과 비교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잡지환경에서 이만한 매체들, 그리고 이만큼 훌륭한 인재들을 잃는다는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입니다.

저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 또는 대응하지 못하고 올드 미디어에 머물러 있는 지금의 국내 자동차 잡지들을 무조건 옹호하지만은 않습니다. 다만 IMF 경제위기와 인터넷의 발달로 쇠락해진 자동차 전문지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그런 상황에서 10여 년만에 다시 맞게 된 지금과 같은 위기에 이들이 완전히 설 자리를 잃는다면 정말 오래지 않아 우리는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국이면서도 제대로 된 자동차 매체 하나 없는 자동차 문화의 빈국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걱정이 될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들이 바람직하고 건실한 자동차 전문 매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나마 올 한 해동안 '자동차 잡지를 사 봅시다'라는 캠페인을 해보려 합니다.

별 다른 캠페인은 아닙니다. 주머니 사정은 어렵지만, 그냥 평소 사보지 않았던 자동차 잡지 한 두권쯤 새로 또는 더 사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잡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서점에서 사볼 수 있는 자동차 잡지의 값은 4,800~1만 원 남짓입니다. 담배 피우시는 분들이라면 한 달에 몇 갑, 술 드시는 분들이라면 소주나 맥주 두세병 정도 줄이시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 것도 안 하신다면 자동차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매달 그림책 한 권씩 투자한다고 생각하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12월부터 그간 사보지 않던 자동차 잡지를 매월 5~6종씩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당장 자동차 잡지사에 큰 도움은 되지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자동차 잡지를 구입하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당장은 이들이 재정이 건실해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자동차 전문매체의 독립성을 키우고 이들이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입니다.

한 번쯤 자동차 잡지에 대해 생각해 보시고, 지금 동네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을 방문해 보시면 어떨까요. 자동차 잡지가 살아야 우리나라 자동차의 미래가 더 밝아지고, '그 나물에 그 밥'인 보도자료 투성이의 자동차 컨텐츠의 바다가 알찬 자동차 정보로 맑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