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렇게 자극적인(?) 제목을 내어 놓는것이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불문율 같은걸 저버리는 일이기는 합니다만은..


글로벌 오토뉴스든 스트라다든 자동차 생활이든 그래도 이쪽 업계(?)에 한쪽발을 담근지도 이제 8년쯤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능하면 혹이나 잘못된 정보가 있거나 혹 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시면 최대한 정확하게 알려 드릴려고 노력하는것이 하나의 사명과도 같아 지고 있습니다만.. 요 몇일은 또 젊은 혈기(?)를 다스리지 못하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오늘자 모 신문사.. 산업부 차장이라는 분이 쓴 기사의 일부입니다.


"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1월부터 딜러마다 그랜저·오피러스를 사는 고객에게 베르나·프라이드 등을 공짜로 끼워주는 '1+1' 마케팅을 북미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다. 쏘나타·싼타페는 3000달러까지 할인해 주고 있다."


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1+1의 개념은 딜러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서 내리는 판촉 활동이지 현대 자동차가 직접 결정한 것도 아니고, 3천불은 '리베이트'로서 실제로 '세후 환급' 정도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3천불의 리베이트를 통한 간접적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정도로 표현해야 비교적 정확한 언급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일단 첫번째는 언론에 은근하게 "현대차" 에 대한 엉뚱한 정보를 전달 함으로서 나중에 이 분(?)의 기사를 믿는 사람들이 더욱 더 현대차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할것이고.. 두번째는 그 내용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국시장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고 '아는척' 하는 티가 너무 난다는 것이죠...


참고로 이분은 개인적으로 제 글로벌 오토뉴스의 글 내용을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신문에 내시고는, 제가 그 내용을 어떻게 확인하셨냐, 가능하면 그냥 출처라도 밝혀 주시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전화로 여쭤 보니 "자기도 다 소스가 있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저에게 되려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까불고 있다." 라고 하시던 분이십니다.


또 하나는 디트로이트 에서 일어났습니다. 지난 일요일부터 디트로이트 오토쇼 프레스 데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중에 명 사건 하나.



한국에서 오신 한 일간지 신문기자분을 쇼장에서 만나뵙고는, 영어가 잘 안되셨던 모양인지, 저에게 몇가지 사실을 확인 하시던 중에..

기자: "GM 대우에서는 차를 안 내놓나요?"

저: "GMDAT 차량은 미국에서는 다른 브랜드로 팔리기 때문에 GMDAT 가 직접 차를 내놓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셰보레 크루즈가 라세티 프리미어로 한국에서 팔리고, 셰보레 아베오가 한국에서 젠트라/젠트라 엑스로 팔리는 차이지요."

기자: "그러니까 GMDAT 가 라세티랑 젠트라를 내놓은거죠?"

저: "GMDAT 가 내놓은게 아니죠. GMDAT 가 생산한 차량을 셰보레가 파는거니까요.. GMDAT 가 출품했다고는 할 수 없는겁니다."

그러고 나서 오늘 아침에 웹사이트에서 본 기사 끝에는

"GM대우는 라세티프리미어, 젠트라/젠트라엑스를 GM 시보레 전시장에 선보였다."  라고 당당하게 나와 있더군요.. 읔읔읔..

 

같은 기자분께 또 설명해 드린 내용중에서 틀린내용은 또 있었습니다.


"미국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예외 없이 동참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캐딜락 기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카를
선보였고, 미니카 '스파크'를 2011년 미국시장에 도입하기로 했다. "


실제로는 셰보레 볼트 기반의 캐딜락 컨셉트카고, 한국의 '마티즈' 의 신형 모델이 외국에는 "스파크" 로 팔립니다. 라고 설명해 드렸었는데 말이죠..


또 다른 기사중에는 아예 미국에 스폰서 받아 오신분이 PR 에서 나눠준 프레스 릴리즈를 잘 손질해서 내보내시다 보니.. (다른 말로 하면 회사 돈받아 와서 디트로이트 취재 하러 왔는데, 직접 기사를 쓰는것도 아니고, 회사 PR 담당 부서에서 나눠준 홍보자료만 손질해서 송고 했다.. 이겁니다.)


"LG화학이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 제너럴 모터스(GM)가 2010년 양산할 예정인 세계 첫 전기자동차
(EV, Electric Vehicle) ‘시보레 볼트(Chevrolet Volt)’에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자로 최종 선정됐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볼트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지(Plug-in Hybrid) 전기 자동차 (EV; 엔진이 없이 전기 모터만 달린차)는 아닙니다. 그리고 세계 첫 전기자동차도 아나구요.. 양산으로 따지면 GM 의 90년대 중반 EV-1 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볼트에 달리는 베터리 자체는 GM 이 직접 생산하고 (이걸 핑게로 미시간주에 추가로 공장을 지을테니 주정부에서 지원해달라고 해서 뭔가를 받아 냈지요..) LG 는 GM 에 베터리 셀만 공급합니다. 베터리 셀이 베터리가 아니냐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베터리 셀을 어떻게 연결하고 유지 하는가에 따라 차량의 특성이 달라지므로 베터리와 베터리 셀의 차이는 큽니다. 실제 GM 이 생산하는 볼트용 베터리는 LG 화학의 셀과 도시바의 컨트롤러 그리고 작은 벤쳐 회사들의 펙케징 기술들이 합쳐진 제품입니다..


동일한 오류는..역시 미국에 오시지도 않은.. 많은 다른 기자들에 의해 동일하게 일어 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쌍용차 사태도 이러한 언론의 무지와.. 이렇게 언론의 무지를 이용한 선동에 따른 노조의 반응이 사태를 더 크게 만든 부분도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뭐 글 서두에 제가 '젊은 혈기' 다 하고 표현을 했지만서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렇게 '언론이 정해준 정보'를 철썩같이 믿고 사물을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끓는 혈기를 자극하게 되면, 그렇게 끓어 버린 혈기를 식히는데에는 단순하게 잘못 전달된 정보의 수정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아까운 피해자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죠.. 속된 말로 '멀쩡한 사람 병신 만들기' 라고나 할까요..


자세한 이야기를 더 쓰고 싶지만서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보통 일간지 기자가 산업부등에서 자동차 섹션에 들어 오게 되면 2~3년이 지나면 다시 다른 부서로 옮겨 가고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됩니다. 그만큼 전문성을 가지고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2~3년간의 로테이션을 살아남아 승진하면서 소위 말하는 차장이나 부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때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사실 확인 없이 그동안 PR 인원들에 의해 단련된 시나리오(?)를 통해.. 대접받으면서 취재 하시다가.. 홍보자료 짜집기로 글을 채우기 시작하는 때가 옵니다. 물론 모든 일간지 기자들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유난히 정정보도에 인색한 한국 언론사들.. 그중에도 광고가 짤림으로 인해서 지면이 자꾸 줄어든다는 자동차 섹션에 해당될 지면이 없는 일간지의 '자동차 전문 기자'라는 분들이 하시는 짓(?)들을 보면서.. 그저 답답함을 느끼다 못해 또 한번 이렇게 울문을 털어 봅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모든 자동차 담당 기자들이 그렇다는건 아닙니다. 다만 잘못된 기사가 나올때 마다 이렇게 계속 정보를 정정해야 된다고 외칠수도 없는 일이고..  물론 신문을 보실때는 그 정보의 정확성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요즈음에는 적어도 자동차 면에 있어서.. 그 내용을 한번 더 가려 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