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모 방송국의 코미디프로에서 합창단이 팝송을 우리말 직역으로 부르던 코너가

있었습니다. 사실 말이 직역이지 직역을 빙자하여 더 재미있게 말을 돌린 경우라 할 수 있겠죠.  

자동차 이름 중에도 그런 식으로 직역을 하면 재미있을법한 경우가 심심찮게 있습니다.  

스즈키 옆차기(Sidekick)나 시보레 변두리(Suburban)같은 경우가 그렇죠.  이런 이야기를 전에

후배와 하다가 또 하나 떠오른 이름이 다지 충전기(Charger)였습니다.



다지 차저는 어릴 때 재미있게 보았던 외화 ‘듀크 삼총사(The Dukes of Hazzard)의 주연급인 차로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차였습니다.  일요일 오전시간에 전파를 탔던 이 프로는 시즌 1까지만

방영한 뒤 종영되었습니다만 제네럴 리(General Lee)라는 별명을 가진 69년식 주황색 다지 차저가

보여주던 액션은 당시 자동차에 대한 컨텐츠를 거의 찾아볼 길이 없던 우리나라의 초딩인 제게

엄청난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68년, 69년의 다지 차저가 가장 멋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탑기어의 리처드 해먼드도 이 차를 좋아한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TV 인트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TV속의 자동차중 베스트로 꼽는 차가 바로 69년식 다지 차저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를 끈 프로그램도 아니었고 방영기간도 짧았던 만큼 뭐 저런 차를 가지고

베스트라 할까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미국에서는 지금도 The Dukes of Hazzard 가 케이블

TV를 통해 재방송되고 있으며 매년 듀크페스트라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을만큼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듀크페스트의 스턴트 쇼

2005년에는 극장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극장판의 하이라이트

이 영화가 개봉될 무렵 69년식 다지 차저의 가격이 최대 3배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물론 TV물이 영화화되면서 생긴 문화적인 측면도 크겠지만 영화 촬영을 위해 여러대의 다지 차저가

소모되었고 그만큼 더 희소성이 약간이나마 올라갔다는 측면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원작인 TV 시리즈에서도 한편당 2~3대의 다지 차저와 그 이상의 경찰차를 반파내지는 완파시킬 만큼

액션의 강도가 높았습니다.  79년부터 85년까지 CBS를 통해 방영되는 동안 이 시리즈 제작에서

300대가 넘는 다지 차저가 폐차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이 69년식이었고 일부는 68년식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테일라이트 패널을 교체하여 69년식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사용했다죠.

2005년 영화에서도 25대의 다지 차저가 쓰였습니다.


TV나 영화속에 다지의 머슬카가 사용된 예는 상당히 많습니다.  대체로 포드 차들은 경찰이나 형사의

차로, 다지는 범죄자나 누명을 쓴 사람의 차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죠.

여러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 68년작 영화 블리트(Bullitt)에서도 그랬습니다.
(형사차 포드 머스탱, 도주차 다지 차저)



더티 매리 크레이지 래리의 마지막 추격전에서도 69년식 다지 차저가 주인공차였죠.


다지 차저와 종종 헷갈리는 이름의 다지 챌린저도 자동차가 주요 소재인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명작인 배니싱 포인트(Vanishing Point)에서 주연자동차로 출연했습니다.



71년작 영화 배니싱 포인트의 다지 챌린저



97년 TV 리메이크 버전에서 70년식 다지 챌린저와 68년식 다지 차저

사실상 적지 않은 사람들이 챌린저를 이야기하면서 헷갈려서인지 차저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얼마 전에도 같이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선배가 다지 차저 시승차는

안받느냐고 물어보길래

“받을 수 있기는 한데 데뷔한지 한참 지난 차라서 화제가 될 일도 없을 텐데요?’ 했더니

“이번에 나온 거 아니었어?”  

“아뇨. 차저 나온지 적어도 3년은 더 됐을 거에요, 혹시 챌린저 말씀하시는 거라면 나온 지

얼마 안 된 차 맞아요.”

“아, 그래 맞아 챌린저..”  




현재 시판중인 LX 플랫폼의 다지 차저입니다.  4도어 세단이죠.

이 경우 외에도 자동차 관련 게시판에서 차저와 챌린저가 혼돈되어 불리는 경우를 자주 보았습니다.


두 차종은 닮은듯 하면서도 다르죠.  사실상 초대 챌린저는 66년 다지 차저를 디자인한 칼 카메론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차저를 위한 디자인 제안 중 하나였던 것을 수정하여 챌린저에 적용시켰다고 하죠.

현재 출시중인 다지 챌린저는 초대 챌린저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했습니다.



과거의 차를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창의력이라는 측면으로 보자면 좋은 점수를 줄 수

없겠지만 응용력은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는 선배, 그리고 박강우님과 촬영을 함께 한 동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