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기아 프라이드'로 아주아주 잘 알려진 Ford Festiva란 차는
88년형부터 93년형까지 미국에서 절찬리에 판매가 되었습니다. 89년형까지는 캬브레타 방식의 엔진이고 그 이후 모델부터는 Fuel Injection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azda 323을 베이스로 하여 기아가 만들고 포드가 판매를 담당했었던 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차였지요.
잘 고안되고, 잘 제작된 차였기에 많은 미국인들에게 '기아'라는 브랜드를 잠시 인정받게 해 주었던 모델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004년 아는 형님께 미화 300불에 영입을 하여 한동안을 세컨드카로 잘 썼던 제 추억의 차였지요. 당시 차주형님께서는 형수님의 새차영입과 함께 집에 차가 3대로 불어서 Festiva는 더이상 필요가 없어졌었고, 오래세워놔서 시동도 안 걸리는 체로 방치 되고 있었기에 곧바로 전 차량영입을 위한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뭣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시동이 안걸린다. 니가 고쳐탈 수 있으면 가져가라~"
"뻔한 문제겠죠... 빳데리 나가서 안걸리는 걸꺼에요~"
"이 차가 파워핸들도 아니고 에어컨도 없지만, 그래도 슬슬 달리면 50마일(시속 80킬로)정도는 문제없이 커버해~"
"제가 고쳐탈께요~ ^^"

그러고는 바로 점프케이블을 가지고 가서 시동을 걸고 가지고 왔습니다.
예상대로 방전이 되었던 문제였고, 차는 '그럭저럭' 탈만한 수준이었습니다.

계기판도 85마일(시속 136킬로)까지만 표시되어 있고, 타고미터도 없는데다 그 유명한 라디오 밖에 안나오는 순정 오디오를 장착한 차...당연 창문은 돌돌이(수동)인데다가 윈도우레귤레이터도 안 좋아서 창문을 열다가 어디에 걸리는지 다시 닫을 땐 손으로 유리를 잡아 올리면서 돌려야하는 '특별한' 기능도 있었고 요즘 차량엔 없는 '자동 안전벨트'(문닫으면 자동으로 벨트가 매지는, 알삼이에도 없는, 최첨단 기능)이 있는 차였지요. ㅎㅎㅎ

당연히 하는 절차로 오일부터 갈았습니다.
엔진이 그렇게 부드러운 편은 아니었지만, 회전소리에 핑이 섞여있으니 스파크플러그도 갈아야했습니다.
여전히 차는 잘 안나갑니다. ㅡ.ㅡ
타이어를 보니 많이 닳았기도 했지만, 공기압도 엉망이었죠.
12인치...!
요즘 나오는 차들은 그래도 최소사이즈가 13인치인데...12인치 타이어를 갖다놓고 파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Special Order를 할 수 밖에 없었죠.
그렇게 타이어도 갈아주고 스파크 플러그 바꿔주고 타이밍 벨트 교체하니 대충 정비는 다 끝났다는 판단하에 차를 고속도로에 올려봤습니다.

저속에서는 논파워핸들이라는 건 느낄수 없이 부드럽게만 느껴졌었고, 엔진회전은 어찌 그리 부드럽던지... ㅎㅎㅎ
계속해서 속력을 내 봅니다. 65...70...75......80.......85.........어... 계기판 끝지점에서 걸릴줄 알았던 바늘은 어느새 최고속을 돌파해 계속 넘어가 버립니다. ^^
과속으로 경찰한테 잡힌다고 해도 "이차로 내가 정말 그렇게 빨리 달렸단 말이야~?!" 하고 되물을 수 있을만큼 놀라웠지요. lol
어렸을 적 고속도로에서 130킬로로 달리던 저희집 프레스토를 유유히 추월해 갔던 프라이드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본처인 알삼이를 제껴두고 세컨드를 열심히 몰고 다니니 세간의 질투와 시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당시 알던 동생들은 "에이~ 이걸 어떻게 타요~" 하다가도 한 번만 태워주면 "형, 나도 이런거 어떻게 구할 수 없을까요?" 로 돌변하기 일쑤였지요~
그 만큼 Festiva는 저에게 훌륭한 Daily Beater(일상용차)였고, 고장날 곳도 없을것만 같았던 차였습니다.
여담으로 라디오만 나왔기 때문에 가요를 들으면서 운전해 보겠다는 그런 사치스런(?) 생각도 절대 허용하지 않았던 '모범생용 차'이기도 했습니다. ㅎㅎㅎ
(이후에 아이팟용 라이오 트렌스미터가 나오긴 했지만, 역시 Festiva에겐 어울리지 않지요. ^^)

수 많은 제안과 횡포(i.e."형, 그 차 저 주시면 안되요?")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건만...저의 Festiva는 결국, 꽃뱀같이 집요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여학우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ㅠ.ㅠ



그렇게 기억속에 아련해 질만한 차인데... 최근 지역 사이트 매물에 쓸만한 놈으로 보이는 녀석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페인트가 좀 안좋지만, 외관은 어디 사고난데 없어 보이는 92년식... 게다가 수동.
Description에다가는 뭐 갈고 바꿔놨다 주저리주저리 써 놨지만, 그런거 볼 필요없고. ㅎㅎ
당장, '차 좀 봐야겠다' 하고 메일을 썼습니다만... '아 누가 그사이에 사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만 되네요...ㅡ.ㅡa

한 번 더 Festiva와 함께 좋은 기억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슬금슬금 생기는게 어쩔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영입하게 되면 회춘시키면서 복원기라도 한 번 써 봐야겠네요~
괜시리 들뜬 마음에 잠이 잘 안올꺼 같아 혼자서 옛날 생각해보면서 몇 자 써 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