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Van Nuys의 Woodley Park에서 영국차들이 모이는 브리티시 카쇼가

있었습니다.  우들리 공원은 가끔 이런 종류의 카쇼가 열리는 곳이죠.



재규어 XK120입니다.  재규어의 전성기는 50년대라 할 수 있는데 1948년 처음 등장한 XK120은

상당히 획기적인 차였습니다.  XK6라 하는 직렬 6기통 DOHC엔진을 처음 탑재한 차가 바로

XK120이었죠.  120은 최고속도를 마일로 표시한 숫자로 당시로서는 상당한 고성능이었습니다.  



XK6 엔진은 지속적으로 개량되면서 다양한 배기량으로 많은 재규어 차종에 탑재되며

90년대까지 생산되었습니다.



재규어 XK140





재규어 XK-E (E-타입)입니다. 1961냔부터 1974년까지 생산된 차로 GT(Grand Tourer 또는

Gran Turismo)의 성격이 강한 모델입니다.  뛰어난 성능과 함께 아름다운 스타일로 큰 인기를

끈 차종이죠.  저도 무척 좋아하는 차로 초기형인 시리즈 1이나 부분 개선된 중기형 시리즈 2는

언젠가 한번 소유해보고 싶습니다.  

당시 차종으로는 드물게 4륜 디스크 브레이크를 장비하고 나온 모델이죠.






XK-E의 뒤를 이은 XJ-S





재규어 XJ6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4도어 세단이라고 생각하는

차종이기도 합니다.  한때 86년식 XJ6를 잠시 가지고 있기도 했는데 값비싼 E-타입을 구할 수

없던 상황에서 꿩 대신 닭 같은 기분으로 샀던 데다 당시 학생이던 제 신분에 어울리지도

않았으나 꽤 마음에 들었던 차종이기도 합니다.  






XJ의 바디스타일에 휠베이스를 살짝 줄인 2도어 하드탑 쿠페인 XJ-C와 V12 엔진을 탑재한 XJ12입니다.  






제가 무지무지 좋아하는 또 다른 영국 메이커 로터스의 미드엔진 스포츠카 유로파입니다.




로터스 엘리트.  세계 최초로 파이버글래스 모노코크 구조를 채택한 초경량 스포츠카입니다.

엘리트 이전에도 모노코크 차종도 있었고 파이버글래스 바디를 갖춘 차들도 있었습니다만

파이버글래스로 하중을 받는 부분까지 일체형으로 제작한 것은 로터스 엘리트가 처음이었죠.

엔진과 서스펜션 장착부위에는 스틸 서브프레임이 사용되었습니다.




로터스 일레븐






로터스 코티나.   영국 포드의 2세대 코티나를 로터스에서 손질한 모델로 소량이 미국에

들어왔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처음 생산한 차도 이 차와 같은 바탕의 4도어 세단이었죠.  

















너무너무 귀여운 미니도 많이 참가했습니다.




미니의 선조인 모리스 마이너




오스틴 세븐.  영국의 모터리제이션에 불을 댕긴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포드 모델 T와 같은 서민을 위한 차로 만들어져 폭발적인 인기를 끈 모델이며

다른 자동차회사에서 라이센스 생산을 하며 기초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BMW도 오스틴 세븐을 독일에서 라이센스 생산하면서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MG-T시리즈.  사실상 스포츠카라는 개념이 시작된 곳이 영국이었고 한때 스포츠카라고 하면

십중팔구 이 차를 이야기한다고 할 만큼 T시리즈의 위상이 확고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T 시리즈의 뒤를 이은 MGA입니다.  




MGA는 1955년 처음 등장했으며 58년부터는 트윈캠 엔진도 사용되었습니다.






MGA의 후속으로 1962년 등장한 MGB입니다.  

작으면서도 고풍스럽고 로맨틱한 스타일의 스포츠카죠.  








한때 유명했던 영국의 스포츠카 브랜드 오스틴-힐리는 BMC(British Motor Corporation)산하에

있던 오스틴, 그리고 레이서이자 엔지니어인 도널드 힐리의 조인트 벤쳐로 만들어진

스포츠카 브랜드입니다.   1953년부터 1972년까지 3종의 스포츠카를 내놓았습니다.  

물론 이 3종 내에서도 세부적으로는 몇가지 배리에이션이 있었죠.




오스틴-힐리 100








오스틴-힐리 3000




오스틴-힐리 스프라이트. 사진속의 모델은 1958년부터 1961년까지 생산된 마크 1이네요.

버그아이 스프라이트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웁니다.  마크 2부터는 MG 미젯 베이스로 바뀌었습니다.




한때 유명 브랜드였던 트라이엄프의 TR2입니다.  

자전거 회사로 시작한 트라이엄프는 자동차와 모터사이클로 사업분야를 확장했으나 자동차

부문은 현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요.  

남아았었더라면 BMW, 혼다, 스즈키와 함께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동시에 만드는 그룹으로

독특한 성격을 보여주었을텐데 말입니다.






트라이엄프 TR3




트라이엄프 TR4





선빔 타이거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루터스 그룹의 선빔 알파인이라는 경량 로드스터에

포드 V8엔진을 탑재하여 만든 것이 타이거죠.  






AC 에이스에 포드 엔진을 얹어 영국산 경량 로드스터와 미국 대배기량 V8 의 성공적인

조합이라는 성과를 올린 캐롤 쉘비가 선빔 타이거 프로젝트에도 깊이 관여했습니다.  

양산 타이거는 1964년부터 출시되었는데 1967년 크라이슬러가 루터스 그룹을 인수하면서

단종되는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크라이슬러의 입장에서는 자기네가 인수한

회사의 차에 포드 엔진을 탑재해 계속 시판할 수 없었던 데다 크라이슬러의 V8엔진은

타이거의 엔진룸에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애스턴 마틴




아리엘 아톰




멕라렌 F1




롤스로이스 실버 새도우




랜드로버




런던 2층버스




이런 이벤트에는 빠지지 않는 Swapmeet입니다.  

각종 중고 부품을 비롯해 서적, 기념품 등을 파는 좌판이 열리는 벼룩시장이죠.


영국 클래식카들이 모인 카쇼를 둘러보다가 갑자기 요즘 미국 자동차 산업이 처한 상황이

예전의 영국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영국은 자동차 강국이었죠.

50년대에는 생산량에서 세계 2위권, 수출량으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대규모 통폐합이 일어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오스틴, 모리스, MG, 라일리, 우즐리, 오스틴-힐리, 반덴 플러스가 통합한 BMC

(British Motor Corporation)는 영국 내수시장의 39%를 차지한 거대업체로 자리잡았습니다.

BMC는 1966년 재규어와 합병하면서 BMH (British Motor Holdings)가 되었습니다.  

BMH의 많은 차종들은 브랜드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같은 차종에 다른 그릴과 범퍼, 배지를

달고서 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승용차 생산량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레일런드는 상용차 시장에서 괜찮은 성과를 거두고

있었으며 산하에 트라이엄프와 로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968년 영국 정부는 BMH와 레일런드의 합병을 주선하여 브리티시 레일런드 모터 코퍼레이션

(BLMC - British Leyland Motor Corporation)이 되었습니다.  

BLMC 이외의 영국내 공장을 가진 회사로는 브리티스 포드, 크라이슬러 UK, 복스홀 (GM)로

모두 미국계 자본이었습니다.    외관상으로 보면 미국계 자동차 회사 대 영국 토종 자동차회사의

연합전선이 구축된 셈이죠. 영국 회사들끼리 서로 합병하면서 규모는 커졌으나 각 브랜드의

수장과 종업원들은 서로 화합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정치적인 내분도 있었고 브랜드간의 협력을 통한 부품공유를 하면서도 차별화를

추구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국의 뿌리깊은 노사문제도 유명하죠.

작업복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파업을 했다는 일화도 유명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곳이 영국인만큼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의 갈등이 가장 깊은 곳도 영국이지요.

따라서 단순히 영국 노조들이 개념 없다고만 할 문제가 아니라 역사와 사회적인 부분까지

생각해야겠지만 노조가 영국 자동차 산업 추락에서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한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한 예로 당시 독일 자동차 업계의 경영진들은 업무시간의 5% 정도를 노사관계에 할애하는

것으로 충분했으나 영국 자동차 회사들의 경우는 그 비중이 60%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신모델의 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지요.  신모델 개발은 경영진이 아니라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이 하는 것이지만 경영진의 승인을 받아야지만 진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수장들이 노사관계에 매진하는 동안 신차 개발은 늦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영국 자동차들은 혁신적인 차를 한 번 내놓고는 그 기술이 구식이 될 때까지

조금씩 근근히 개량하면서 버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리지널 미니의 경우는 차치하고라도 고급차인 재규어 XJ6는 1968년부터 1987년까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1세대 모델인 클래식은 1970년부터 1996년까지 생산되었습니다.  

재규어의 경우는 E-타입에 사용된, 당대로서는 혁신적인 리어 서스펜션을 90년대까지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처음 개발했을 때 상당히 진보된 기술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었다고는 하겠지만 다른 나라 자동차 업체들이 빠르게 신기술을 적용할 때 영국

업체들이 너무 나태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포니를 만든 별난 한국인들’이라는 책에서도 영국 자동차 업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었습니다.  일본에 포니의 차체패널 금형을 주문하고

생산일정을 짰을 때 브리티시 레일런드에서 영입한 당시 현대자동차 부사장인 조지 턴블씨는

금형을 조정하고 맞추는 것에만 적어도 6개월이 걸리므로 계획 자체가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만들어온 금형은 처음부터 조정할 필요가 없이 딱딱

들어맞아 턴블씨는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할 말을 잊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비슷한 식으로 영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노력보다는 원래 그런 것이다

라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꽤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마인드로는 품질과 성능의 개선이

더딜 수밖에 없겠지요.   영국의 경제가 침체되고 자동차 업계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브리티시

레일런드는 1975년에 국유화되었습니다.  국유화 이후로도 내부적인 상황이 나아진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경영진은 여전히 큰 덩치의 회사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으며 노조는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죠.  81년 브리티스 레일런드는 트라이엄프, 라일리, 우즐리등 사실상 퇴출된

브랜드를 빼고 오스틴 로버 그룹으로 구조조정을 했고 재규어는 분리된 뒤 포드에 매각되었습니다.

오스틴 로버는 혼다와 협조체계를 구축하면서 파워트레인에서는 진전을 보였으나 전반적인

품질은 기대한 만큼의 개선이 뒤따르지 못했습니다.  

오스틴 로버는 89년 로버 그룹으로 브랜드명을 바꾸었습니다. 로버 그룹은 BMW에 매각되었다가

미니만 빼고 재매각되었으며 그중 랜드로버와 포드에 팔렸습니다.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인 애스턴 마틴, 재구어 랜드로버를 가지고 있던 포드도 스스로가

어려워지면서 애스턴마틴을 매각했고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최근 인도의 타타 자동차에

넘어갔습니다. 영국의 자존심과 같던 최고급차종인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도 BMW와 VW소유지요.

이렇듯 영국 자동차 회사들은 현재 완전히 몰락한 상태입니다.  

비록 모터스포츠에 있어서 만큼은 영국 컨설팅 회사들과 기술용역 회사들이 최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는 완전한 패자가 된 상황이지요.


현재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보면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이 사그라든 초라한 현재의 모습이

투영되며 과연 재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국과는 달리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도산을 하더라도 미국에 현지 공장을 가지고 있는 외국 자동차회사들이 많이 있는 만큼 영국처럼

참담한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큰 회사 내에서 같은 시장을 놓고 이름과

디테일만 다를뿐 내용이 같은 차들이 서로 경쟁하는 것, 경영진의 실책, 강력한 노조라는

점에서는 영국 자동차 산업이 몰락한 것과 비슷한 요소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죠.  

물론 차이점도 많이 있습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상당히 축소되기는 했지만 미국 내수시장은 단일규모로서는 여전히 엄청난

시장입니다. 영국 자동차 회사들은 해외로 매각되기 전 품질문제가 상당히 심각했는데 최근

미국차들은 지속적으로 품질이 향상되어 왔습니다.  

부품업체의 규모나 역량도 자동차 산업에서 큰 위치를 차지하는데 영국과 미국은 이 부분에서의

차이도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미국 자동차 업계에 대한 기사들을 내놓고 있지만 총체적

난국이어서 앞날을 가늠하기는 정말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무튼 즐거운 카쇼를 보고 나서도 예전과는 다르게 느껴진 하루였습니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클래식카들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이벤트였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