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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이 곧 깨서 한바탕 하겠구만.. 휴게소 가야겠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는 순간
퍽! 우다당탕텅텅
앞을 보는 순간!! 정말 찰라였습니다. 뭔가 까맣고 커다란 것이 갓길 쪽에서 뛰어나와 제차와 충돌하였습니다. 알아차릴 순간도 없었습니다.
하필 하필 하필…..
이렇게 넓은 고속도로에 차도 거의 없는데 하필이면 하필이면…
제차와 부딪친단 말입니까…ㅜㅜ
퍽!!!!!
분명 범퍼와 강하게 충돌하는 느낌이었고
우다당탕텅텅… 차 밑바닥에서 튕기며 이리저리 부딪치는 충격은 차가 요동칠 정도로 보통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꼭 한눈팔 때 이런 일이 생깁니다. 평상시 요철 많이 피해다니는 편인데 도로를 읽으며 다닐 때는 요철이 안나오다가 꼭 한눈 팔다 갑자기 밟게 되는 큰 요철들…꽈당~빠직! ㅜㅜ.
어쨌든
프랑스 입국 후 고속도로 변에 동물그림이 그려있는 경고 표시는 자주 봤는데 제차와 부딪칠 줄이야..
M-sport 프론트 범퍼가 상당히 낮은 편이라 충격이나 소리로 보아 범퍼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짜증반 걱정반 생각이 듭니다.
아작났으면 어떻게 하지? ..ㅜㅜ 범퍼 갈아야하나? 보험처리해야하나? 오늘 왠 수난인가.. 젠장젠장젠장….
바로 휴게소가 나오더군요.
주차 후 ‘제발..’ 하며 차 앞에 가서 확인합니다.
이런……ㅜㅜ
우선 범퍼 하단이 피범벅입니다.
하단 중앙 그릴 좌측부분 덮개가 충격으로 핀들이 부러져 버리며 안으로 꺾어 들어가 버렸더군요. 하단 중앙그릴도 뒤로 밀려 버렸습니다. 그사이에 잔뜩 붙어있는 짙은 회색 털들…밀려버린 하단 중앙그릴과 부러져버린 덥개 사이에 털들이 피범벅이 된 채 틈에 잔뜩 끼어 있습니다.
꺽어 들어가 버린 덮개와 안개등 사이에 브레이크 에어 덕트가 있는데 덕트 안쪽도 피가 많이 빨려 들어가있더군요..
ㅜㅜ
물티슈로 우선 피를 대충 닦기 시작합니다.
꺽어들어간 덮개가 털들과 함께 꽉 껴있어 빠지지도 들어가지도 않는 상황..
털들도 빠지지도 않고..
트렁크로 가서 공구함을 뒤져봅니다.
일자 드라이버를 가져와 덮개를 부러뜨려서라도 빼낼 작정으로 제껴 버렸습니다.
빠직~
덥개를 빼어보니 범퍼 안쪽도 피와 털들이 있더군요.
범퍼를 대충 점검합니다. 범퍼하단에 피가 꽤 묻어있었지만 부러지고 깨져버린 덮개와 피가 잔뜩 빨려들어간 브레이크 에어덕트, 밀린 중앙그릴.. 말고는 범퍼자체에 깨지거나 찌그런진 곳은 없어 보이더군요..
물티슈로 대충 닦고 휴게소 화장실에 덮개 등을 들고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닦는데 정말 미안했습니다. 물티슈로 대충 닦고 왔는데 어찌나 핏물이 계속 흐르고 털들이 주변에 날리고…
덮개의 위치는 나이트 비전 옵션을 하면 카메라가 달리는 위치인데 나이트 비전 옵션이 되어 있었으면 분명 견적 꽤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안개등이 안깨진것도 다행입니다.
닦고 화장실 갔다가 물 떠와서 한번 뿌려주고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아까의 차 밑에서 튕기던 충격으로 봐서 차 하체랑 좌측 프론트 브레이크 쪽에도 피가 많이 뭍었을텐데..
밀린 중앙그릴을 덮개가 열려있는 틈으로 손으로 잡아당겨보니 퍽!하며 다시 원래자리에 돌아오긴합니다. 세척해 온 덮개를 덜렁덜렁 거리지만 살짝 다시 닫아놓고..
엄청 엄청 엄청 엄청~~ 찝찝해 하며 다시 고속도로에 올라 스위스를 향해 부지런히 달립니다.
머릿속으론 계속 집에 가자마자 서비스센터 부품코너로 달려갈 생각만 하면서………………
-스위스로 들어가다-
워낙 장거리라 1시간 30분 정도에 한번씩 휴게소에 들락거리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리더군요..
드디어 나오는 제네바 행 이정표..
아내와 결혼 전부터 스위스 자동차 여행을 꿈꾸곤 했었습니다..
제가 다녀본 곳 중 스위스와 캐나다 록키, 뉴질랜드 남섬이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이라 꼭 아내와 함께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이 꿈이었었습니다. 뉴질랜드 남섬은 신혼여행으로 3000km를 돌아다녔고, 이번 4월 중순 easter break때 저희 아들 현준이 돌 기념 스위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계획 없이 갑자기 스위스를 올 줄이야…^^;;
어쨌든 저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꿈꾸던 스위스에 가고 있었습니다.
(머릿속 한편 계속 범퍼그릴 생각도 함께…^^:;;;;;;;)
이정표에는 아직 약200마일(320km) 정도 남았다고 나오는데, 네비게이션에서는 고속도로에서 나가라고 합니다.
고속도로는 좀 돌아가는 코스라 국도로 안내하려 하더군요..
네비게이션을 믿고 나가봅니다.
고속도로에서 편하게 운전 하던 것과는 달리 좁은 산길과 마을 길이 계속됩니다.. 이런..
또 고속도로와는 달리 도로변에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이렇게 좁고 구불구불한 왕복2차선 도로인데 제한속도가 90km/h 더군요..
카시트에 앉아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아기와 부족한 제 운전 실력 때문에 90km/h를 보다 한참 천천히 달리게 됩니다. 이내 뒤에 꼬리를 무는 차량들.. 그리고 맞은편에서 계속 추월하며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들.. 엄청 부담이었습니다.
재미없는 고속도로 경치와는 다르게 제가 달리던 국도는 계속 산을 넘어가는 길이라 경치는 정말 좋았지만 네비게이션만 믿고 나온 것이 좀 후회되더군요..
계속 연속되는 옛 대관령길 같은 깊은 코너길..
바이크들과 튜닝카, 이름모를 클래식카 들이 많이 이 국도를 즐기러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튜닝 된 스바루 차들이 많더군요.
한참을 피곤하게 달려 스위스 국경에 다다릅니다. 시골 마을 골목길에 초소가 있었는데 어디가냐고 묻는듯 하더군요..”제네바 가는데요..” 라고 대답했더니 전혀~ 못 알아 듣습니다. “제네바 모터쇼” “제네바 모터쇼!” 해도 모릅니다.. 혹시나 엉터리 불어로 “쥬네브” 라고 했더니 이내 통과~
스위스에 들어서자 눈이 점점 더 많이 쌓여 있고 스키장비를 캐리어에 싣고 온 차들과 사람들이 길 양쪽에 가득 합니다.
눈이 많이 쌓여있기에 스키장도 아닌데 그냥 산비탈과 들판에서 스키 타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엄청 빡센 와인딩길..
디젤 수동 승용차로 이런 길은 처음이었는데 1750~3000rpm까지 35.7kg/m로 플랫하게 나오는 토크는 휘발류 차와는 다르게 이런 산길에서 정말 여유가 있었습니다.
오르막에서는 고 알피엠 쓰지 않아도 정말 기분 좋게 쭉쭉 올라가더군요. 에어컨을 틀때나 안틀때나 체감으로 느껴지는 동력손실 차이가 없었습니다.
수동 기어를 착착 집어넣으며 여유 있게 산길을 달리는 바로 이 느낌 때문에 제가 항상 수동을 열망 했던 것 같습니다.
승차감도 생각보다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게 적당히 잘 잡아주는 M-sport 서스펜션과 휠, 타이어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평상시에도 본격적인 와인딩을 하지 않기에 성능에 대한 평가를 하지는 못해도 덩치 큰 차량이 이런 빡센 와인딩에서도 참 편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산길에서도 아우디 s계열 차량들이나 gti와 같은 고성능 차들이 참 많이 즐기러 오는 것 같더군요.
달리다가 보니 갑자기 나오는 확 트인 전망.. 레만호가 보이고 내려가면 곧 제네바..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한 경치였는데 사진에 그 느낌을 담을 수 없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약 3시간 30분의 시골길과 산길을 달린후 제네바에 거의 도착
국도로 오느라 거리에 비해 생각보다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1시간 반 이상 시골 레스토랑에 들려 식사도 하다 보니…
드디어 제네바 국제공항 Palexpo에 도착!!
어제 저녁 9시 15분에 런던에서 출발 다음날 오후 3시 도착
너무나 너무나 긴 시간이었지만 저는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고 새로운 경치와 즐거움에 아내와 아기도 너무나 즐거워 하고 있었습니다.
주차 후 시동 끄기 전 온보드 컴퓨터
551마일(891km)를 달려왔고, 런던 집 앞에서 가득 주유 후 891km를 달린 후 남은 연료는 1/5, 주행가능거리 161마일(257.6km), 평균누적연비는 리터당 17.8km를 기록합니다.
평균속도 47마일(75.2km),
국도와 산길주행이 고속도로보다 거리를 100km정도 단축시켜 줬지만, 연비와 평균속도를 많이 떨어뜨린 듯 합니다.
드디어 목적지 모터쇼를 보러 갑니다.
ps. 전편에서의 저의 낚시에(?)^^;; 걱정해주신 분들께 죄송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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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지인이 산길가다 고라니를 치였는데 범퍼 아작났다죠 ㅎㅎ
그리고 그 고라니 싣고와서 탕집에 넘겼다는...^^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로드킬은 막상 직접 경험해보면 그 찝찝함을 말로 다 할 수가 없죠.
한편으로는 그렇게 못 보고 그냥 치고 나간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보고 피할 생각에 스티어링휠을 돌려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더 위험하죠.

정말 다행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사고는 아니었는지, 차량 트러블(타이어 등)은 아니었는지 걱정했었는데... ^^;;
뜻하지 않은 로드킬에 마음은 씁쓸하셨겠지만, 온가족 몸 성하신 것에 안도의 한숨이...
마지막 온보드 컴을 보니...
다시금 디젤 세단이 눈에 번뜩이네요...
제가 가장 선호하는 스펙을 가지셨어요~~~ ^^
YF 나오면 VGT로? (상규님~~~ ^^;;)
암튼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을 다녀오신 건 분명해보이고,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

제가 RS6로 260km/h에서 고양이를 밟은 적이 있는데, 서울로 돌아와서 보니 인터쿨러 브라켓이 깨져서 너덜너덜하고 있더군요.
회사차였는데, 견적이 400만원 정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보통 인터쿨러가 중앙 아니면 범퍼하단 좌우측에 위치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데다가 인터쿨러 브라켓이 약해서 작은 충격에도 잘 깨집니다.
만약 브라켓이 깨진 후 호스가 빠져버리거나 하면 차에 부조가 발생하고, 응급처치하는 것이 공구와 장비가 없으면 까다로울 수도 있지요.
동물을 친 후에도 기계적인 고장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는 그대로 때려박고 지나가고, 그리고 망가진 차앞을 고치는게 더 적은비용과 손해를 얻을 확률이 높은 방법입니다만, 다시한번 그런 상황이 오면 또 고민하게 되지않을까 걱정됩니다..

저도 고속도로에서 고라니와 충돌해서 연료통에 구멍난적이 있습니다.
차고가 낮다보니 고라니 정강이뼈가 플라시틱 연료통에 그대로 박혀서...
그당시 88고속도로에는 주유소가 없어서 흐르는 연료보다 소비되는 연료량을 많게 하기위해서 열심히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고.. 그정도면 앞으로의 진원님 유럽 카라이프의 액땜이라고 생각..
잘 읽었어요 ^^

저도 작년 6월경에 시카고에서 오스틴으로 이틀동안 18시간에 걸쳐 내려가던 일이 생각나네요-
약 1200마일정도 되었던 거리였는데..
모터쇼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
범퍼는 속상하시겠지만 데미지가 크지 않아보여서 다행입니다...
가족분들과 함께한 추억중의 하나로 남겠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