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아무래도 마가 끼었나 봅니다. ㅠ.ㅠ

하여간, XD 사고수리 입고 후 출고까지 딱 1주일 걸렸습니다.

 

범퍼 탈거 후 재도색, 좌측 앞휀더 판금도색, 조수석쪽 CV조인트 교환 들어갔습니다.

CV조인트는 재생품이 아닌 모비스 정품을 넣기로 되었는데, 여기서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XD 2.0이 안 팔린 차는 아닌데 HD 것으로 입고되는 등의 착오로 하루 정도 지체가 되었습니다.

 

차대 쪽은 다행히 틀어짐이 없었고, 쇽마운트 철판은 하드한 코일오버 끼우고 다닌 XD 계열

차들만큼 크게 솟은 건 아니라서 그대로 두기로 하였습니다.

 

어쨌거나 K3를 두고 XD에 올라탄 직후부터 느낀 점들을 나열해 봅니다.

 

1. 대쉬보드가 엄청 낮고 A필러가 엄청 가깝다. 확실히 옛날 차 느낌이 난다. 경차 탄 기분이다.

2. 엔진소리가 커서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디젤 차로 착각할 것 같다.

3. 차대강성 차이가 느껴진다. 서스펜션 차이 뿐만 아니라 거친 노면 주행시 몸이 닿은 곳곳의

    내장재나 구조물간 간격이 변하는게 K3에 비해 확실히 느껴진다.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4, 노면의 감각들이 온 몸에 스며들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나쁘게 보자면 승차감 개떡같은거고

    좋게 보자면 바퀴 달린 뭔가를 타고 있다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5. 겁나게 잘 나간다. K3가 안 나가는 건 아니지만 지극히 정제된 듯하고 반응속도가 답답한데,

    XD는 밟자마자 일체의 지체 없이 바로 치고 나가며, 순간가속이 정말 시원시원하다.

6. 풀배기와 오픈흡기의 사운드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 같다.

7. 결론적으로, 매우 원초적적인 수입 빈티지 스포츠카를 타는 것 같은 기분마저 느껴진다.

8. 희안하게도, 그러면서도 운전할 때의 피로감이 K3보다 훨씬 적다. 더 쾌적하다.

9. 얼라인먼트 정비시 셋팅을 바꿨더니 스티어링의 센터포인트 필링이 아주 명확해졌다.

   (앞 : 캠버 -1.3도 / 뒤 : 캠버 -1.8도 및 토인 1.3도)

10. 안 그래도 낮은 구식 차체에 로워링은 물론 스태빌라이저 튜닝에 스티어링 감이 좋아지니

      카트 타는 기분이 난다. 신난다.

 

네, K3 F/L에 나름 상당히 만족하며 탔지만...

그보다 마음에 안 들었던 차였지만서도, MD F/L을 타면서 XD를 그리워한 이유를 새삼스럽게

다시 되새기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모든 컨트롤이 내 손발 안에 있소이다 이런 느낌입니다.

세련됨, 실내공간, 방음, 편의사양, 체감차체강성, 보호받는 느낌, 있어보임(응?)은 아쉽지만,

주행감각과 시트 착좌감 하나만큼은 K3 F/L보다 더 만족스러우며, 최신의 K3 F/L를 타다가

간만에 XD를 타신 어머니께서 XD의 귀환을 저보다 훨씬 좋아하셨습니다.

5도어 순정쇽 + 다운스프링이란 최악일지도 모르는 조합을 무려 'MD, K3처럼 방방 뜨지 않고

착 가라앉아서 안정감이 있으니 더 좋다. 시트에 앉았을 때의 느낌도 더 편하고 가죽도 더 좋다.

K3는 차가 나가는게 뻑뻑하드만 XD는 참 매끄럽게 나간다' 라고 말씀하시는 조수석 박사 제 어머니...

 

K3 F/L을 반납하기 전에,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만...

시트 착좌감과 통통 튀는 승차감에 큰 피로감을 호소하셨는데,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저 역시

요추와 골반 쪽이 뻐근해서 피로감을 꽤 느끼고 있었고, 운전하면서 연신 몸을 비틀었습니다.

 

옛날 차에 대한 향수는 있으면 더 좋은 거지만, 옛날 차가 요즘 차보다 편한 부분을 느낀다면

이건 실질적인 운용 가치가 있다는 것이겠지요.

사고 소식에 회사 상사 한 분의 "그래서, 이번에 차 바꾸는거야?" 라는 질문에 "아니요" 라고

했더니 "그래!!" 라며 화답하셨던 일...

바꿀 생각 말고 꾸준히 타라던 동생의 한 마디...

여성들이 시끄럽고 방방거린다며 손가락질 하던 XD이지만, 제 가족들에겐 자기위안이 아닌

실질적인 이유로 사랑받고 있으니 제겐 이 XD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아버지께선 여전히 오래된 차 탄다고 걱정하고 계십니다만, 정작 모실 땐 요즘 차들보다는

오히려 승차감이 편하다고 하시니 한 번 더 모시고 바람이나 쐬러 다녀와야겠습니다.

 

MD 때부터의 차에 대한 영혼 없는 애정도 마음을 고쳐먹고 온 마음으로 사랑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