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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E32 관한 글을 보니 갑자기 옛날에 잠깐이나마 느껴봤던 E32에 대해 얘기를 할까 하고 글을 적어봅니다.
21살때였습니다 전날 약주를 하고 오신 아버지께서
아침에 일어나셔서
"아들아 아부지가 어제 bmw랑 체어맨이랑 바꿔가지고 왔다..." 하시더군요..
저는 제귀를 의심하며 진짜냐고 물었고 아버지께서는
"바꿔가지고 왔긴 한데 천장을 어찌닫아야할지 몰라서 그냥 왔는데...밖에 비가온다....니가 가서 좀 닫아라"
하며 키를 건네주셨습니다.들뜬 마음에 키를 받아서 대문까지 걸어가는데
그짧은 순간에 "무슨색깔일까? 740일까? 735일까? 드디어 우리집도 외제차시대가 열리는 구나..
그건 그렇고 신형인가? 신형은 조금 생긴게 마음에 안드는데...어찌되었건 빨리가자@@@!!"
온갖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근데 제가 생각 했던 신형은 온데간데 없고
쥐색의 E32한대가 있더군요,.....순간 김이 빠지긴 했지만(머리속에 신형만 가득차있어서 그랬던겁니다...^^:)
트렁크에 붙어있는 750이라는 마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750이면 12기통......" 방금 전 머리 속에 있던 신형을 잊어버리고 바로 뛰어가 문을 열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스타트모터 소리와 함께 V12에 시동이 걸렸고..고요하면서도 묵직한 엔진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게 V12구나..." 그렇게 3분정도 시동을 걸고 실내를 둘러보면서 열려있던 선루프도 닫고
기어레인지를 옮겼습니다..가속페달에 발을 얹고 힘을 주자 생각보다 경쾌하게 움직였습니다.
세수도 안한 몰골로 슬리퍼를 신고 나가 동네를 몇바퀴를 돌았는지 모릅니다.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인 BMW 매력에 푹 빠진채 말이죠....
뭐 아버지 친구분께서 그차를 팔고 체어맨을 사실까 생각 중이라 한번만 바꿔타보자고 해서
바꿔타고 오신걸로 밝혀지면서 그날 저녁 다시 바꿔오셨지만 짧지만 강했던 그날의 느낌은 잊을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