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갔다가 오늘 아침에 왔습니다.
아이팟 충전기를 찾으려고 제 비행기 탑승구 바로 앞 전자제품 면세점코너를 갔다가 조그만 RC자동차가
여러대 진열된 것을 보았습니다.

별거 아닌가 보다 하고 지나치려다 잘 보니 Drift package라고 써있더군요. 아래와 같은 박스가 차종별로
여러개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이니셜D의 포장에 더 호기심 증폭.



호기심이 발동하여 뒷면을 보니 뜻밖에 재미있는 물건이 될 것 같은 예감!

 리프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차로 마땅히 즐길 곳도 없고 GTI는 전륜이다 보니 적당하지
않은 것도 같던차에 사고위험도 없는 장난감이니 호기심이 갔지만 딱히 결심이 서지 않더군요.



뒷면을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팍 들어군요. 그림의 도넛 만들기 같은 것들은 평소에 참
해보고 싶었던 것들입니다.



그렇게 갈등 속에 게이트로 돌아왔다가 그래도 안사면 후회할 것 같아서 기장님께 '잠깐 전자제품 악세사리
하나만 얼른 사오겠습니다' 하고 후다닥 계산하고 왔습니다.

원래는 GT-R34를 사오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만원여를 더 주면 속도가 빠른 이 놈을 살 수 있다하여
이 놈으로 결정했습니다. 모터가 더 빠른 놈이라네요.

환율적용해보니 가격은 약 5만원 좀 안되네요.



박스안의 구성품입니다. 가운데 조립설명서와 양쪽에 두장의 자사 제품 팜플릿입니다.
밑에는 구동용 모터, 조향용 모터가 하나씩에 하체류 등의 부품들입니다.



조립을 시작합니다.
구동용, 조향용 모터를 끼고, 후륜을 조립하고 프로펠러 샤프트가 들어가네요. 2륜인지 알았는데 4륜입니다.
원래 RX-7이 사륜인가요.



구동용 모터입니다. D튠이라는데 무슨 소린지. 더 빠르다는 건지. 혹시 이런류의 장난감에 해박하신 분이
계시면 D튠이 뭔지 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전륜의 조립 모습입니다. 드라이브 샤프트랑 비슷해 보이네요. 점점 제가 진짜 자동차를 조립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제가 일어를 전혀 못하지만 설명서의 그림으로 유추해보니 나름대로 전륜 얼라인먼트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네요.
생각보다 성의껏 만들어진 장난감이라는 생각에 뿌듯합니다.



drilled 브레이크 로터가 그럴싸 합니다. 비록 저렴한 장난감이지만 작은 디테일에도 신경을 쓴 것 같네요.
바퀴는 드리프트를 위해 프라스틱으로 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드리프트를 포함한 모든 주행에서 중요한 얼라인먼트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게 바퀴의
모양이 비대칭입니다. 즉, 바퀴가 옆이 아닌 앞(또는 뒤에서 보면) 미세하게 사다리꼴의 모양을 하고 있어
어떻게 끼우는지에 따라 +캠버, -캠버가 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바퀴를 다 끼우고 만땅으로 주유했습니다. 무려 AAA를 3개나 먹네요. 일부러 무게를 늘려 관성드리프트를
의도한 것 같습니다.

완전 무공해 전기차입니다. ^^; 아직 완전방전까지 써보지 않았지만 점원말로는 한시간 정도 간다니
생각보다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차체를 조립하고 거의 다 완성 된 모습니다. 연습주행중에 충격으로 인해 사이드미러가 없어질 것을 대비한
추가 사이드미러가 2쌍 더 있습니다. 정말 세심한 배려이지요?



마지막으로 스티커 튠을 했더니 심심한 느낌이 사라지고 이제 좀 자세를 갖추었습니다. 국민학교 이후
조립식을 처음 만드는지라 만드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머플러와 특히 부러운 디퓨저. GTI도 미니나 위의 모델처럼 저런 공격적인 디퓨저가 있으면 좋겠어요.
골프는 너무 밋밋해요. (그런 깔끔함이 매력인지 모르겠지만요)



제 차에 직접 못하는 스티커튠을 마음놓고 실컷 해봤습니다.

완성 후 달려보니 생각보다 스피드가 대단하네요. 아쉬운 것은 Light 버젼이라 그런지 조향이 아나로그식으로
스티어링각도를 미세히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디지탈 식입니다. 즉 키보드로 왼쪽 full steer,  오른쪽
Full steer 만 되네요. 그래서 운전이 더 어렵고 재미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나무 바닥에서 하니 엄청 잘 돌아갑니다. 뭐 줄곧 스핀이더군요. 직진도 잘 안되고. 해서 앞바퀴 밑에
있는 얼라이를 봤더니 어느 정도 직진이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스핀만 나더군요.

생각해보니 바퀴가 비대칭이라는 것이 생각나 앞바퀴 두짝의 inside를 outside로 바꿔 끼니 직진성능도 좀
더 나아지고 스핀이 좀 잡힙니다. 뒷바퀴까지 안팎을 바꾸면 드리프트가 더 수월해 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킬을 위해 일단 앞바퀴만 바꾼 상태에서 연습해보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사오길 정말 잘 한 것 같네요. 면세점에 차 외부만 여러 차종을 팔던데 나중에
홍콩에 다시 가면 다른 차종도 사올 생각입니다.

뜻밖의 득템에 기분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