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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https://www.testdrive.or.kr/boards/4414810)은 사실 제가 평소 즐겨 듣는 배기 사운드 영상들을 찾기 쉽게 한 글에 모아 놓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모두 멋있는 영상들이지만, 그 중 특히 마르케티노와 스테파노의 페라리 F355와 F40 영상은 볼 때마다 유쾌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상입니다.
F355 영상의 내용은 크게 ‘사운드’와 ‘다운 쉬프트 후 가속’ 두 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입니다.
1. 사운드
F355는 개인적으로도 (디자인은 물론이고) 가장 좋아하는 사운드를 가진 차이고, 페라리 팬들도 항상 역대 페라리 중 최고의 사운드를 가진 차로 꼽는 차이므로 영상에서 ‘사운드’를 언급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Marco>
“Stefano, do you know that we really have to be careful?"
"This is a 20 years old Italian car!"
"We really have to be careful to use a few electronical devices we have at our disposal!"
<Stefano>
“Do you really need it?”
<Marco>
(파워 윈도우를 작동해 보면서 느리지만 작동하는 것에 놀라워 한 후) “We have also the radio but I don’t think today we’ll find out whether it works or not!”
<Stefano>
“Marco, this is a home theater car, it’s 7.1 in my opinion.”(F355는 엔진·배기 사운드가 뛰어나므로 라디오가 아닌 차 자체가 ‘홈씨어터 차’라는 뜻)
(귀를 가리키며) “Please, let me know, let me understand, let me feel!”(알피엠을 올려서 엔진·배기 사운드를 들려 달라는 뜻)
(고알피엠 사운드를 듣고 난 후) “This is an orchestra!”
<Marco>
“You have to be crazy to use the radio!”
<Stefano>
“Probably it’s not real!”(차에 장착되어 있는 라디오가 진짜 라디오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뜻)
“This is 3D, this is home theater, this is symphonic!”(라디오가 아니라 엔진·배기 사운드를 극찬하는 말)
<Marco>
“I’m looking at you, tunnel!”
<Stefano>
“Let me listen the stereo, Marco!”(라디오가 아닌 엔진·배기 사운드를 들려 달라는 뜻)
(터널로 들어가기 직전에) “Happy new year!”
(터널 속 8천 알피엠 사운드를 듣고 난 후...)
“Are you sure you need the stereo? I don’t think so!”(엔진·배기 사운드가 워낙 뛰어나서 라디오가 필요 없다는 뜻)
“Enzo Ferrari, a genius!”
“Beethoven!”(F355의 사운드는 베토벤 음악과 같다는 뜻)
“Everyday is christmas, everyday is the last day of the year, the new year’s eve! Amazing car!”(F355는 탈 때마다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의 느낌을 준다는 뜻)
<Marco>
“I don’t feel the same emotions behind the wheel of a brand new supercar!”(배기가스·연비 규제 때문에 최신 수퍼카에서는 F355 같은 사운드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Stefano>
“Marco, please, push, pump up the volume, pump up the volume! Come on!”(알피엠을 올려서 엔진·배기 사운드 볼륨을 올려 달라는 뜻)
“Debraia Marco!”
“What an exhaust, insane! Like you!”
“I think without this sound, probably not the same emotions!”
2. 다운 쉬프트 후 가속
문제는 ‘다운 쉬프트 후 가속’ 부분인데, 영상 속의 차는 수동 기어가 아니라 F1 기어를 가진 차입니다.
이에 대해 마르케티노는 자신은 수동기어를 더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Stefano>
“Probably this car, manual, the best!”
<Marco>
“So much better”
<Stefano>
“I think that F355 is the best manual gear on Ferrari!”
<Marco>
“I know, I sound like an old guy that misses so much the manual gearbox but the thing is that I find the manual gear box so much more fun and involving to use both feet, the hand.. you have much more connection with the car!”
이에 대해 스테파노는 ‘debraia and spalanca’라는 표현을 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Stefano>
“It’s the true way of driving a car, old style, Ferrari style, ‘debraia and spalanca’ style!”
“(수동 미션이) 차를 운전하는 진정한 방법, 올드 스타일, 페라리 스타일, 데브라이아 앤 스팔란카 스타일(이다)”
영상 전반에 걸쳐 스테파노는 ‘debraia and spalanca’란 표현을 여러 번 씁니다.
그 중에는 스테파노가 터널 속에서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debraia!’라고 말하자 마르케티노가 엑셀 오프하고, 이어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흔들며 박자를 세던 스테파노가 ‘now’(여기서는 ‘spalanca’의 뜻)라고 말하자 마르케티노가 알피엠을 올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터널 속에서 스테파노는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면서 몸에 흐르는 전율에 짜릿해 합니다.
여기서 이탈리아어인 것처럼 보이는 ‘debraia and spalanca’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집니다.
이탈리아어 사전을 찾아 보니 ‘spalanca’는 wide open이라고 나옵니다. 영상을 다시 확인해 보니 스테파노가 ‘spalanca’라고 말하면 마르케티노가 엑셀을 밟아 알피엠을 올립니다. 과연 ‘wide open throttle’이라 할 만 합니다.
그런데 ‘debraia’가 무슨 뜻인지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영상에서 스테파노가 ‘debraia’라고 말하면 마르케티노가 엑셀 오프했으니 ‘wide open’의 반대말일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저는 저의 왓슨 박사인 ‘오박사’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참고로 왓슨은 카매니아는 아니지만, 만물 박사입니다. 이하에서는 오박사와의 대화를 편의상 홈즈와 왓슨의 대화로 지칭합니다.
<홈즈>
오박사, debraia and spalanca 가 무슨 뜻인지 아나?
이태리어같은데, 뒷 단어는 wide open 같고
앞 단어를 모르겠네
반대말이겠지?
<왓슨>
아마도 debraia는 ‘더블클러치 스킬’인 것 같은데, debraia e spalanca 는 아마도 페라리를 비롯한 이런 종류의 차들을 운전할 때 사용하는 변속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홈즈>
그렇군, 앞에 수동 기어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더블 클러치 다운쉬프트를 의미할 수도 있겠네.
“수동 기어가 F1기어보다 낫다. 그것이 올드 스타일, 페라리 스타일, debraia and spalanca 스타일이다.”라고 하지.
그리고 터널에서 알피엠 올리다가 스테파노가 ‘debraia’라고 하자 마르케티노가 엑셀 오프하고, 곧이어 스테파노가 ‘now’라고 하자 다시 와이드 오픈으로 알피엠을 올리지.
F1 기어라서 (드라이버가) 더블클러치를 쓸 수는 없지만, 쉬프트 다운 감속을 한 것인지는 다시 영상을 봐야 겠군.
다시 확인해 보니 스테파노가 왼쪽 쉬프트 패들을 건드리고 순간 알피엠이 치솟는 것을 보니 단순히 엑셀 오프한 것이 아니라 다운 쉬프트한 것이 맞군. 곧이어 'now'라고 하자 다운 쉬프트한 단수 그대로 와이드 오픈 쓰로틀하는군.
만일 수동기어였으면 ‘debraia’라고 했을 때 더블클러치 다운쉬프트를 했겠군.
아무튼 더블 클러치까지 알다니 오박사 대단하군!
더블 클러치 다운쉬프트 후 풀가속은 수동 미션 운전의 꽃이지. 특히 터널에선, 더구나 페라리 F355라면, 천국을 맛볼 듯.
<왓슨>
난 오히려 화면을 보고 숨은 의미를 분석해내는 자네가 놀라울 따름 일세∼^^ 셜록 홈즈는 영국이 아닌 한국에 있는 것 같군!
<홈즈>
왼쪽 패들을 건드려 다운 쉬프트할 때 레브 매칭 사운드가 울려 퍼지는데, 이것이 차가 알아서 해 주는 것인지 아니면 드라이버가 엑셀을 밟아준 것인지 자세히 보니 다운 쉬프트할 때 오른 다리가 약간 움직이면서 엑셀 밟아주는 모션이 보이는군.
터널 장면은 어둡고, 다리를 비추지 않아 확인 불가능. 터널 진입 직전 다운 쉬프트하는 장면에서 확인 가능.
다만 다운 쉬프트에는 더블 클러치 외에 싱글 클러치도 있기 때문에 ‘debraia’가 꼭 더블 클러치를 의미하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은데, 아마도 더블 클러치를 의미할 확률이 높다고 보네.
왜냐하면 앞 대사에서 '올드' 스타일이라고 했기 때문이지.
요즘 수동 미션은 싱크로가 좋아서 싱글 클러치를 써도 되지만, 옛날 수동 미션은 꼭 더블 클러치를 써야 했거든.
여기까지가 제가 ‘debraia’에 대해 짧은 시간 알아 본 바입니다.
혹시 ‘debraia’의 정확한 뜻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튼 이 시간 이후로 저는 ‘더블 클러치 레브 매칭 다운 쉬프트’를 짧게 ‘debraia’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길이도 짧고 발음하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PS. 터널 속에서 8천 알피엠 사운드가 울려 퍼지자 스테파노는 팔을 돌리기도 하는데, 이것은 엔진이 회전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항상 느끼는 점이지만, 고회전 엔진은 엔진이 ‘회전’한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전해 주는 반면, 저회전 V8은 ‘비트’ 때문에 회전한다는 느낌보다는 망치로 쇠를 두드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F40 영상에서는 가속시 스테파노가 팔을 돌리는 모션을 취하지 않고 ‘Come on!’이라고 외치며 주먹 쥔 팔을 앞으로 힘차게 뻗는 모션을 여러 번 취하는데, 이것은 F40의 새비지 부스트(savage boost)가 터진 이후 폭발적인 토크와 경량 차체가 어우러진 순간 가속력을 표현한 것이라 봅니다. 즉, F355에서는 순간 가속력보다는 엔진의 회전을 느끼는 것이고, F40에서는 앞으로 이동하는 직진 가속력을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PS. ‘(소장가치가 있는) 명차’인지의 기준은 ‘다시 나올 수 있는 차인지 여부(대체가능성 유무)’라는 마스터님의 기준에 동의합니다. 그런 면에서 페라리 F355는 배기가스·연비 규제상 다시 나올 수 없는 차이므로 소장가치 있는 명차라 할 수 있다 봅니다.
PS. 마스터님은 차량에 전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SMG 차량의 쉬프트업시 엑셀 페달에서 발을 떼야 한다고 하셨는데, 다운쉬프트의 경우에는 어떤지, 그리고 F1 기어의 경우는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영상 속 마르케티노는 F1 기어의 패들쉬프트로 다운 쉬프트할 때 엑셀 오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레브매칭까지 해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찾아 보니 debraiata는 declutching(클러치를 떼다 = 클러치 페달을 밟다)의 뜻을 가진 명사로 나옵니다. spalanca가 spalancare(활짝 열다)의 명령형인 점에 비추어, debraia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마찬가지로 debraiata(=declutching)의 명령형 동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debraia는 프랑스어 debrayer에서 유래한 단어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debraia e spalanca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클러치를 떼고(혹은 클러치 페달을 밟고) 쓰로틀을 열어라'이므로 이 때 spalanca는 가속을 위한 엑셀워크가 아니라 레브매칭을 위한 엑셀워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반면 수동 기어에서 저단으로의 기어변속은 당연히 레브매칭을 수반하는 것이고, 영상에서도 'debraia'라는 말에 레브매칭 다운쉬프트를 하는 점에 비추어 debraia에 레브매칭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레브매칭을 위한 엑셀워크는 짧고 강하게 밟는 것이지 쓰로틀을 활짝 여는 것은 아니므로, '활짝' 연다는 뜻의 spalanca는 레브매칭을 위한 엑셀워크라기보다는 가속을 위한 엑셀워크라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영상에서도 마르케티노의 레브매칭을 위한 엑셀웤과 가속하는 엑셀웤(spalanca)은 그 깊이와 강도에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시프트 업 때 발을 떼는 것보다는 살짝 놓았다가 밟는 느낌이 맞습니다. 수동과 같은 개념이지만 약간의 다른 점은 완전히 떼지 않고 패달의 힘을 풀었다가 다시 누르는 느낌입니다.
다운시프트 때도 클러치 밟고 가속패달 살짝 필요한 만큼 친 후 클러치 떼는 느낌으로 패달 당기면서 살짝 액셀을 쳐주는 느낌으로 하면 되는데, 페라리의 경우 430부터는 F1 시프터의 다운시프터가 제법 정확해져 이 동작이 필수는 아니지만 이전 모델들은 살짝 쳐주는 것이 부드럽습니다.
제가 355는 수동만 타봐서 F1시프터가 얼마나 정확한 Rev 매칭을 해주는지 모르나 360보다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 스스로 Rev matching을 하긴 하지만 모든 속도대에서 정확한 회전수를 싱크로나이즈하진 못할 겁니다.
물론 설계할 때는 Rev matching을 도와주도록 했겠으나 정교함은 완벽하게 수동을 다루는 운전자와는 거리가 있던 시절입니다.

F355 수동기어 시승기에서 'F355의 엑셀 페달이 무거워서 레브매칭시 엑셀 페달을 과감하게 강하고 짧게 밟아 줘야 한다.'고 하셨는데, 반면 마르케티노의 레브매칭 엑셀워크가 약해 보이는 것은 말씀하신 대로 F1 기어가 스스로 레브 매칭을 하고, 드라이버의 엑셀터치는 보조적인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수동기어로 다운 쉬프트할 때 기어를 빼기 전에도 엑셀을 살짝 건드려서 기어간 치합의 긴장을 풀어주는 운전을 한다.'고도 하셨는데, SMG에서 쉬프트업시 엑셀 페달의 힘을 푸는 것, F1 기어로 다운쉬프트시 F1 기어 자체의 레브매칭을 보정하는 섬세한 엑셀 터치 등등.. 이러한 운전들은 과연 섬세하고 정교한 운전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