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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993 RS, 997 GT3RS 3.6, 991 GT3RS를 하루에 모조리 테스트한 경우라서 그날의 감동을 전합니다.

993은 포르쉐 역사상 마지막 공냉식 911로 남는 모델입니다.
964와 사실상 많은 공통점을 가졌지만 후륜 서스펜션이 멀티링크 독립식으로 바뀐 것이 샤시에서는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중에서 RS는 300마력 3.8리터 수평대향 6단 수동변속기 기본이며, 단조피스톤과 듀얼 오일쿨러, 그리고 직경이 더 큰 흡기 밸브를 갖추고 있어 엔진 겉모습은 카레라와 같지만 핵심 부품들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요즘 기준으로 빠르다는 느낌은 없지만 엄청 가벼운 몸무게 때문에 사뿐사뿐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고회전으로 갈 수록 가벼워지는 회전 특성이 정말 맛깔나는 재미를 보여줍니다.

1,014대가 만들어졌는데, 지금 시세는 신차 가격의 4배 정도 되는 10억에 육박합니다.
이런차를 TRS에서 5년째 관리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주행을 합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기술적 지원을 하기 때문에 최소 일년에 4번 정도를 운전하며, 탈 때 마다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경량을 위해 파워윈도우 대신 수동으로 조작해야하며, 붉은 끈을 잡아당겨 문을 열어야 합니다.
역시 문 닫을 때 들리는 철컥하는 쇳소리는 이제는 너무 단종된지 오래된 차이다보니 포르쉐의 상징중 문닫히는 소리가 특별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1,2,3단 기어비가 일반 카레라와 달리 숏기어 세팅입니다.
가볍게 들어가지만 공냉식 엔진 수동변속기를 운전할 때 까다로운 부분은 엔진의 회전수가 가속패달을 놓으면 너무나 빨리 수직 낙하하기 때문에 클러치 포인트를 맞추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차분하게 변속할 때는 변속할 때 업시프트를 할 때조차도 가속패달을 살짝 밟아서 레브 매칭을 해주면서 타야 부드럽게 주행이 됩니다.

993으로 공냉의 시대는 마감하고 996부터 수냉식이 되었고, 당연히 997부터는 공냉의 추억은 점점 희석되던 시점에 나온 차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엔진의 후미 가장 끄트머리에 놓인 덕분에 전통의 주행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415마력에 1,370kg으로 일반 GT3 3.6보다 20kg 경량화되어 있습니다.
993 RS는 그리 빠르진 않아도 속도감을 제법 느낄 수 있다면 997 GT3는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수준보다 확실히 빠릅니다.
8500rpm을 사용할 수 있고, 997까지 메츠거 엔진이 투입되었기 때문에 레이싱은 물론 가혹하게 트랙에서 타도 숏블럭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없습니다.
GT3는 3.6 415마력
3.8 GT3 435마력(GT3), 3.8 GT3RS 450마력
4.0 GT3RS 500마력
GT3에 탑재된 엔진은 총 4가지 출력대가 있고, 4.0 GT3RS는 컬렉터즈 아이템의 끝판왕이지만 실제로 엔진의 회전 느낌은 3.6과 3.8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997 GT3의 또다른 매력은 고속에서 공력이 카레라 모델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인데, 200km/h이상의 속도에서 차의 움직임은 흔들거리는 전륜이 땅에 꼭 붙어 달리는 느낌이라 고속코너에서 가속패달을 놓을 때 턱인도 오히려 줄어듭니다.


터보와 카레라에 적용된 수동변속기와 GT3에 결합된 6단 수동변속기의 체결느낌은 완전히 다릅니다.
무게감이 3배 정도되고 손목만 이용해서 변속하기는 좀 힘들 정도로 무겁습니다.


991 이 나오면서 메츠거의 시대는 끝이 납니다.
훨씬 커진 차체와 수동변속기를 단종시켰다고 발표해 놓고 991 MK2 GT3에 살짝 끼워넣어 포르쉐 수동 매니어들의 항의와 불만의 목소리가 이긴 경우입니다.

기본적으로 자동변속기이기 때문에 운전의 기본적인 난이도가 카레라와 같습니다.
PDK세팅은 카레라들과는 좀 다르고 공격적인 세팅인데, 출발할 때 클리핑이 전혀 없습니다.

500마력 4리터 엔진은 초창기 트랙에서 불이나는 등 내구성에 문제가 많았는데 MK1의 시대가 끝나기 전에 포르쉐에서 보강된 엔진을 문제가 있을 때 교체해주어서 국내에도 엔진을 교체 받은 경우가 좀 있었습니다.
운전해보면 5000rpm까지는 가변 배기를 열어도 사운드가 너무 약하고 회전에 힘이 전혀 실려있지 않아서 카레라 NA엔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6000rpm에서 리미터가 작동하는 8600rpm으로 향하는 구간의 사운드는 단순히 음량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노트가 완전히 달라져 8000~8600rpm에서의 사운드는 상당히 하이옥타브입니다.
코너링 머신이라 불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997은 턴을 잘하기 위해서 무게중심의 전후 이동을 생각하면서 턴해야하지만 991은 그냥 꺽는데로 돌아나가는 느낌입니다.
턱인 현상 자체가 거의 없고, 고속에서 공력도 어마어마합니다.

95년식 993과 2016년식 991의 크기 차이는 보시는바와 같습니다.
새끼 개구리와 황소개구리의 차이입니다.



중간에 997 GT3를 끼워넣어 911의 레이싱 모델들의 조우를 기념했습니다.

996이 빠졌지만 996은 997과 휠베이스가 같기 때문에 997과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면 됩니다.


이 세대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모델은 997입니다.
공도에서는 풀 rpm 풀 액셀 밟기가 두려울 정도로 무섭게 속도가 붙고 1,400kg의 무게에 대한 이점이 확실합니다.
993은 파워가 좀 아쉽고 991은 운전이 너무 쉬워져서 997의 주행감각은 귀하면서 소중합니다.
하지만 공냉식엔진이 주는 공회전부터 회전한도까지 건조한 음색은 이제는 역사속에서 사라져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제한적입니다.
991 GT3RS는 MK2때 RSR에 적용되었던 메츠거급 레이스 엔진으로 숏블럭을 완전히 바꾸어 GT3에 어울리는 내구성을 확보했지만 최신형 포르쉐 엔진들은 997까지 적용되었던 메츠거 엔진만큼 중속대에서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60`>160km/h 기록은
997 GT3 3.8 6.6초 (435마력)
991 GT3RS 6.2초 (500마력)
생각보다 큰 차이가 안납니다.
포르쉐에서 신형 911에 모터를 집어넣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순수 엔진으로만 구동되는 911 그것도 자연흡기 GT3이상의 차량들은 가치가 높아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20년의 포르쉐 역사를 한날 모두 체험한 것은 띄엄띄엄 거리를 두고 테스트한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자동차 브랜드는 역사에 남을 차를 만들어야 존경받는 훌륭한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그 차 자체로 수익성이 없다해도 수십수백년 매니어들에게 감동을 줄 모델을 정기적으로 만들지 않는 브랜드는 절대 일류 브랜드가 될 수 없습니다.
993을 만들 시절 포르쉐는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964에서 많은 부품을 가져와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성과는 상관없는 993터보, 993터보 S, 993 RS, 993 RSR 등의 정말 대단한 차량들을 개발해서 한정판으로 내놓았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이러한 특수 모델들의 시장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에서의 결정을 생각하면 포르쉐가 지금 어떻게 이렇게 존경을 받는 브랜드가 되었는지 다 남다른 도전에 대한 결과물이 여전히 건재함과 연결시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모델들보다 이전 모델들 그리고 이후에 나온 모델들을 더 모아 테스트와 함께 사진 촬영할 수 있는 날도 기대해봅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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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993RS가 6단자동이라고 써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