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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드라이빙 일기 20231112
<F87 M2>
SKN ECU 튜닝을 하고 계속 테스트 중인데, H&R 로워링 스프링을 빼고 순정 스프링으로 바꾸고 드라이빙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많이 높아졌습니다.
약간 껑충해진 모습은 위의 사진의 쿨한 모습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이긴 하지만 순정이 국내 공도에서 달리기에는 훨씬편하면서 그렇다고 뒤뚱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 세팅이 차의 성격과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날씨가 차가워지니 터보엔진 중 고부스트를 장착한 차들이 정말 미친듯이 달려나가는 느낌이라 2,3단 트랙션이 걱정될 정도로 튕겨 나가는 맛이 정말 좋고, F87 M2는 연비도 상당히 좋은 편이라 전천후로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쿠페입니다.

<Z3M 로드스터>
수동에 유로 사양이라 3.2리터 직렬 6기통 321마력 사양입니다.
이 엔진이 유로 사양 E36 M3에도 실렸는데, E46 M3에 실린 엔진과 음색이 좀 많이 다릅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 엔진 사운드를 더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타본 Z3M은 제가 거의 20년전 테스트를 했을 때 약간 실망했던 부분들이 그리 눈에 띄지 않아 저 자신도 나이가 들면서 차를 바라보는 관점이 좀 관대해졌음을 새삼 느낍니다.
엔진 파워에 비해 좀 약한 차체 강성이나 풍절음 등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차는 MX5 정도의 크기 때문만이 아니라도 정말 운전이 즐거웠습니다.
속도를 높이는 목적이라면 쿠페형 스포츠 모델을 타면 되고 로드스터들은 과격한 주행이나 초고속주행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 차가 가진 구조적인 핸디캡들은 단점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수동변속기의 손맛과 정확한 제동능력 그리고 7600rpm까지 한방에 클리어하는 엔진의 특성이 레이스 엔진의 모습을 너무나 잘 보여줍니다.
몇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완벽하게 수리해서 더 좋아진 모습으로 출고했던 차입니다.

<Phaeton W12>
D3 A8 W12와 비교하면 보통 두대가 같은 샤시를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두대의 샤시는 전혀 다릅니다.
페이톤은 벤틀리와 공유하는 스틸 바디이고, A8은 전용 알루미늄 바디로 주행 특성이나 주행 감각 역시 공통점이 별로 없습니다.
페이톤이 모든 도어와 본넷, 트렁크가 알루미늄으로 나름 경량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입니다.
앞 휀더 역시 플라스틱을 사용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무척 애를 썼었지요.
지금 기준으로 2.3톤이라는 무게는 신형 M5보다 가벼운 무게이니 무게로 누굴 압도하기는 평범한(?) 무게로 인식되지만 이 차가 나왔을 때 2.3톤은 상당히 무거운 무게였습니다.
고급차가 갖춰야할 여러가지 요소중에서 무게는 샤시가 그 무게를 잘 다스린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습니다.
12기통 엔진들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여전히 우리 곁에는 매력적인 가격대의 12기통 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저 역시 한 때 12기통에 완전히 삐져서 닥치는데로 경험했던 적이 있는데, 집에 잘 복원된 12기통 한대 있는 것도 큰 비용 아니라면 충분히 합리적이고 멋진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SL55 AMG>
제가 가진 차중에서 유일한 오픈카인데, 올해 첫 오픈 에어링을 해봤습니다.
500마력으로 오픈 에어링을 하는 맛은 사실 200마력으로도 충분히 충족이 되지만 V8 엔진이 300마력을 숨긴 체 200마력만 이용해 달리는 맛은 200마력 엔진이 모든 힘을 사용해 달리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반복적으로 많은 엔진을 다루고 타보고 고치고 복원하는 과정속에서 좋은 엔진의 정의는 약간씩 바뀌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소 처럼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되는 두 요소는 하이테크와 내구력입니다.
젊었을 때 하이테크와 수치적 성능에 열광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신뢰성이 좋고 내구성이 좋은 엔진들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지요.
현행 엔진들이 가진 첨단 요소들을 3밸브 V8 5.4리터 수퍼차져 엔진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만 M113 블럭을 기초로 했다는 점과 수퍼차져 과급기의 신뢰성이 좋다는 점 그리고 정비성이 어머어마하게 편하다는 점, 그래서 정비 비용이 매우 합리적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마초적인 사운드를 내는 벤츠의 이제는 구형이 되어버린 V8 엔진은 명기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W211 E55 AMG>
제가 10수년 전 V8에 완전히 빠져있을 때 생애 첫 AMG로 구입한 차인데 공교롭게도 이날 SL55와 함께 같은 날 탔습니다.
600마력이지만 위화감이 없고 누구나 몰 수 있는 편한 운전성을 가지고 있고, 밟는대로 나가는 폭력성을 아주 교묘하게 숨기면서도 탈 수 있는 차입니다.
W211과 V8은 기본적으로 우아함과 터프함이라고 하는 서로 극한의 이미지가 묘하게 결합된 경우입니다.
W211은 참 우아하고 세련된 주행을 합니다.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되지 않은 일반 모델들도 샤시가 여유가 넘쳐 노면의 기복을 잘 타고 넘는 느낌입니다.
수퍼차져 V8엔진은 시끄럽고 우왁스러우면서도 밟은 양만큼 사운드가 비례해서 증폭됩니다.
폭력적인 엔진일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W211에 잘 맞습니다.
뒷타이가 항상 불쌍하게 느껴는데, 맘만 먹으면 뒷타이어가 뜯겨져 나갈만큼의 파워를 오른발 끝뒤에 살짝 숨겨두고 다른 차들과 보조를 맞춰 달릴 때의 그 든든함은 이런차를 운전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자만 아닌 자부심(Pride)입니다.
-testkwon-


AMG 5.5리터 수퍼차져 엔진이 무식하고 감동이 없다고 평가받았던 적이 있는데, 이 엔진이 가진 폭력성은 좋게 생각하면
V8다움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엔진으로 재평가되고 있다고 봅니다.
단순한 구조와 엄청나게 좋은 정비성 그리고 합리적인 부품 가격 등을 고려하면 장기간 500마력을 유지하면서 발생하는 유지비는 현대의 최신 엔진보다 확실히 낮습니다.
여원장님의 SL55도 국내에 몇 안되는 극상의 컨디션인데 SKN ECU튜닝까지 마쳐 리미터 부담없이 달릴 수 있게 해드렸는데, 페라리보다 더 자주 손이 가는 차로 평가하시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